brunch

찍혔다고 열 받을 것 없다

미운 오리 새끼

by 심내음

각인 : 머릿속에 새겨 넣듯 깊이 기억됨. 또는 그 기억

새끼 오리가 알에서 깨어났을 때 어미가 없으면 어미가 아닌 다른 존재를 어미라고 생각한다. 한 번 어미라고 생각하면 그 기억은 너무 강력하여 비록 그 존재가 오리가 아니어도 어미라고 생각하고 따라다닌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각인’이라는 현상이다.

회사에서도 이 ‘각인’을 볼 수 있다. 흔히 ‘찍힌다’라고 표현된다. 보고를 잘못했을 때는 물론 식사나 술자리에서 말실수를 했을 때, 심할 때는 옷을 잘못 입어도 상사에게 각인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물론 상사가 오리처럼 각인의 대상을 쫒아다니지는 않는다. 그저 각인이 된 대상을 항상 같은 시각으로 본다. 쉽게 말해서 한번 찍히면 나중에 다른 모습을 보여도 상사는 그 최초의 각인된 모습으로 기억하고 평가한다. 그 사람이 더 잘하고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음에도 상사는 각인된 모습을 넘어서 기회를 주지 않는다.

회사가 크면 클수록 각인은 더 쉽게 자주 보인다. 왜냐하면 조직이 클수록 상사는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은 많고 생각할 시간은 적다. 그래서 각인된 이미지로 사람을 평가하고 결정을 내린다. 비록 그게 잘못되었더라도 그 결정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바꾸기도 쉽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각인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각인을 바꾸려고 하는 것보다 각인의 상대를 새끼 오리를 보듯이 측은지심으로 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물론 자신의 진가를 몰라주고 첫인상으로 자신을 불공평하게 평가하는 상사가 좋을 리 없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하니 미우면 미운대로 자기감정을 받아들이고 쳐다보라. ‘미운 오리 새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밉지만 오리새끼는 새끼다. 그리고 오리는 철새라 때가 되면 또 가고 다른 오리가 올 수도 있음을 있지 말자. 중요한 건 바뀌는 환경 속에 잘 버티고 서있는 당신 자신이다.


201608120438286102_l.jpg
keyword
이전 22화맘이 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