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꼭 첫차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빨리 가는 만큼 저녁때 빨리 퇴근하여 내 시간을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침은 시시각각으로 교통 상황이 변하므로 늦게 버스를 타면 탈수록 사무실까지 이동시간은 점점 늘어난다. 첫 차가 30분이 걸리면 두 번째 차는 35분 세 번째 차는 45분 네 번째는 한 시간이 넘게 걸릴 수도 있다. 그래서 이동시간과 근무시간을 고려하면 첫 차를 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물론 일찍 가는 만큼 수면시간도 줄고 피곤할 수는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오늘 나는 첫차를 타는 것을 실패했다. 왜냐하면 매일 출근 전과 출근 중에 하는 나만의 루틴에서 이미 실패의 징조가 여러 번 보였다. 그 순간순간의 몇 초, 몇 분이 간발의 차이로 떠나는 첫차의 뒷모습을 보는 아침의 광경을 만들었다. 1. 징조 하나 – 잘못된 바지 침대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는다. 그리고 방을 나가 스킨/로션을 바르고 머리를 빗는다. 그리고 어제 미리 꺼내다 놓은 옷을 입으러 옷걸이로 간다. 우리의 코딱지 보다 조금 큰 집 구조 때문에 나의 옷들은 우리 막내의 방 붙박이 옷에 있다. 새벽에 막내의 단잠을 깨우기 싫어 매일 저녁때 내일 입을 옷을 골라 거실에 놓여있는 작은 옷걸이에 가져다 놓는다. 옷걸이에 있는 옷을 입으려고 하는데 바지가 느낌이 이상했다. 추운 겨울에 입기에는 너무 얇은 바지였다. 같은 베이지색 바지가 2개인데 어제 급하게 꺼내다가 얇은 베이지색 바지를 꺼내었던 것이다. 딸의 방으로 고양이 걸음으로 몰래 들어가 원래 입으려 했던 두꺼운 베이지색 바지를 꺼내온다. 예상치 못한 시간 손실이다. 2. 징조 둘 – 잘못된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나가는데 택배가 와 있었다. 동시에 엘리베이터를 보았는데 1층에 멈추어져 있었다. 순간적으로 몇 발자국 걸어서 엘리베이터를 누르고 다시 와서 택배를 넣어놓고 갈까 아니면 얼마 차이 아니니 택배를 넣어놓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까 고민했는데 그날따라 아무 이유 없이 문 앞의 택배를 먼저 문 안으로 넣어 놓기로 결정했다. 택배를 넣고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려하는데 갑자기 1층에 얌전히 있던 엘리베이터가 지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가끔 아침에 마주치던 신문을 배달하시던 아주머니실 것 같았다. 지하 1층에 멈춘 엘리베이터는 올라오기 시작했다. 슬픈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는지 엘리베이터는 내가 있던 층을 지나쳐 가장 높은 16층까지 올라갔다. 억....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예전에 보니 몇 개층에서 신문을 보기 때문에 아주머니를 태운 엘리베이터는 바로 내가 있는 층으로 오지 않고 15층, 13층, 11층, 10층, 9층에 멈추었다. 어흑. 마침내 내가 있는 층에 멈추고 문이 열리자 신문배달 아주머니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목례를 하셨다. 나도 물론 웃으면서 답례를 했다. 세상을 열심히 사시면서 새벽에도 저런 미소를 가지신 분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불평은 하나도 없었다. 3. 징조 셋 – 잘못된 버스 난 추운 날씨 때문에 요즘 자주 이용하고 있는 지하 주차장 루트를 따라 마을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마을버스를 타고 가서 최종 사무실로 가는 일반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버스 정류장에 가니 내가 탈 버스는 3분 후 도착 예정이었다. 양호했다. 별 일없이 버스를 타고 다음 갈아탈 버스 정류장으로 순조롭게 갔다. 드디어 한 정거장을 남겨둔 마지막 정류장에 버스가 서고 문이 열렸다.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아무도 타고 내리는 사람이 없었다. 마침내 문이 닫히고 다음 정거장까지 가면 앞의 2개의 나쁜 징조를 딛고 첫 차를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웬일인지 마을버스가 문이 닫히고 나서도 움직이지 않는다. 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간혹 버스 배차시간 조정 때문에 정거장에서 정차하는 경우를 보았기 때문이다. A형이라 보통 남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묻는 경우가 적지만 나이가 들었기 때문인지 첫 차에 대한 열망 때문인지 오늘은 나도 모르게 입이 열렸다. “ 기사님~! 여기서 정차하실 건가요? “ 네, 금방 출발하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금방. 금방이면 얼마나 오래인가, 몇 분인가. 내 첫차 출발까지는 7분이 남았는데 지금 가면 출발 2~3분 전에 분명 첫 차에 탈 수 있을 텐데. 별별 생각이 들었지만 이번에는 나의 A형을 극복하지 못하고 몇 분이나 정차할 것인지 다시 기사에게 묻지 못했다. 된장 된장 된장... 얼마나 지났을까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겁지겁 내려 내가 탈 버스가 서있는 곳을 보았다. 아직 서있었다!!!. 출발 1분 전. 나는 오늘의 기사님이 0분형 기사가 아니라 1분형 기사님이기를 바라면서 걸음을 재촉했다. *0분형 기사 – 출발시각이 6 시인 경우 버스를 6시 정각에 출발시킨다 1분형 기사 – 같은 경우 버스를 6시 1분에 출발시킨다. 버스 도착 10미터 전. 앗 갑자기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난 울 것 같았다. 소리라도 치고 싶었다. 나의 A형 혈액형과 얼마 전 수술 때문에 뛰지 못하는 상황이 복합적으로 나를 붙잡고 움직이는 버스를 떠나보내기 시작했다. 버스는 멀어지기 시작했다. 버스가 서있던 곳에 도착하자 6시 1분. 0분형 기사님이었다. 아... 나의 삶이란... 나의 오늘은 왜 이다지도 비극적이란 말인다. 나는 두 번째 버스에 첫 번째 승객으로 올라탔다. 그리고 그 버스는 10분 후 출발했다. 버스를 타고 사무실을 가면서 ‘그래 겨우 10분 차이야’ 하고 자신을 위로하며 상처 받은 기분을 잊으려 노력했다. 나의 첫차 잡기 실패담과 10분 차이를 보고 강박증 환자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강박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내 계획대로 잘 되지 않는 인생을 사는데 지치고 지쳐 모처럼 계획한 첫차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소확행이라도 누려보려고 했었음으로 나를 변호하고 싶다. 그래 오늘은 첫차를 놓치고 행복하지 않았지만 나는 내일 또 해볼 거다. 그리고 성공해서 소확행 누려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