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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는 누가 효자인가

어머니 생신

by 심내음

오늘은 내음 씨 어머니의 생신이다. 평소의 내음 씨였다면 저녁에 시간을 내어 직접 찾아뵙고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한정식이나 한식 뷔페 혹은 칼국수를 사드리고 없는 살림에 약소하나 필요하신 것 사시라고 얼마의 용돈이라도 쥐어드리고 왔겠지만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직접 찾아뵙지 않고 좋아하시는 생선 선물세트를 제주에서 택배로 공수해서 배송해 드리고 용돈은 은행 이체로 해드렸다.

내음 씨는 저녁 8시가 좀 넘어 어머니에게 생신축하를 드리려고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갑자기 오늘 점심때 같은 부서 동료인 철수 씨가 한 말이 생각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요새 코로나 때문에 젊은 사람들을 통해 나이 드신 분들이 감염되어 확진이 되시거나 심할 경우 목숨을 잃기도 하셔서 내음 씨는 부모님을 직접 뵙고 싶지만 최근에는 가급적 전화로 통화를 드린다고 했더니 철수 씨는 그럴 필요까지 있냐고 하면서 그래도 부모님은 직접 찾아뵈어야 하지 않냐고 말을 했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철수 씨에게 내음 씨는 최근에 보고 들은 의학전문기자가 쓴 칼럼이나 기사를 설명해주며 당분간은 뵙고 싶어도 좀 참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말을 했지만 철수 씨는 꽤 단호하게 ‘그래도 찾아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솔직히 그때 철수 씨가 말한 ‘그래도’의 의미는 무엇일지 도통 모르겠다는 생각이 내음 씨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 뜻이 그냥 국어적인 문맥상 직접 찾아뵈어 부모님이 감염이 되어도 라는 뜻의 ‘그래도’인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철수 씨 표정과 씩씩 거리는 모습을 보면 철수 씨는 진심으로 철수 씨의 부모님이 건강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기 때문에 내음 씨는 철수 씨의 말과 행동에 의아함을 느꼈다.

아무튼 내음 씨는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고 올해는 코로나도 있으니 찾아뵙는 건 이후에 상황을 보고 하고 오늘은 보내드린 생선과 용돈으로 아버지와 맛있는 한 끼라도 드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어머니가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내음 씨의 누나와 조카가 와서 지금 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하고 있으니 내음 씨도 식당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누나는 작년말 확진이 되어 치료를 받다가 3주일 전에 완치 후 퇴원을 하였는데 어머니 생신이라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직접 찾아뵌 것 같았다. 일단 내음 씨는 최근 정부에서 내려진 ‘5인 이상 집합 금지’ 규정을 설명드리고 이미 어머니와 아버지, 누나, 조카 이렇게 4명이 식사를 하고 계시니 제가 가서 식사를 할 수 없음을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물론 빈 말이시겠지만) 뭐 죽기야 하겠냐고 부모/자식 간에 얼굴 안 본 지 오래되었는데 왔다 가라고 하셨지만 나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어느 것이 옳은 것일까. 하나의 정답을 골라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내음 씨는 부모님을 직접 뵙건 뵙지 않건 같아 자신이 믿는바 대로 주관을 가지고 그에 따라 할 수 있는 최선의 효도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내음 씨는 어머니 생신에 직접 찾아뵙지 않는 자신을 효자가 아니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의 말을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한편으로는 어머니 생신에 완치 후 퇴원은 하였더라도 얼마 전까지 확진이 되어 병원 치료 중이었던 누나가 어머니를 안 뵐 수가 없어 직접 찾아뵌 것을 역시 나쁘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코로나 19는 정말 세상의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어렵게 만든 것 같다. 얼른 사라지거라 코로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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