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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Dec 09. 2024

나는 왜 놀고 싶었나?

누군가의 계기가 되다 

어떻게 보면 즉흥적으로 시작했던 나의 ‘창작자를 위한 글쓰기’ 강습은 회차를 이어갔다. 처음에는 기획한 타깃대로 작가들이 모일 것이라 생각했으나 작가는 물론 디자이너, 회사원, 선생님 등 다양한 직업군이 모였다. 웃고 떠들고 글을 첨삭하고 이야기하며 3기수의 워크숍을 모두 끝내고 모임의 휴식기가 왔다. 내내 나의 고민은 하나였다.      


‘앞으로 최소 20년, 뭘 해야 정말 즐거울까?’


정해진 것 없는 갈림길에서, 앞날에 대한 고민은 불어나기만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랬다. 직업이 타성에 젖은 결혼 같은 행위가 아닌, 연애와 같이 늘 새로움과 긴장이 있는 행위여야 한다고 했다. 

남들처럼 목표액을 정해 ‘XX억 벌어서 은퇴한다’ 같은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내가 돈이 많고 ‘쿨한’ 사람이라서가 아니었다. 나에게 일은 생각을 현실에서 실현하는 일의 연속이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돈이 목표였다면 회사에 들어가 성실하게 일을 하며 주말에 로또를 사며 은퇴를 꿈꾸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세상의 그 많은 이들이 그렇게 살고 있었고, 나도 딱히 특별히 잘난 것이 없으니 매주 로또 추첨을 해보고 있는 것이 신기하지 않았다. 

대단한 기백과 용기가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더욱 하루하루가 롤러코스터 같은 창업은 솔직히 정신건강에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위의 지리멸렬한 글처럼(실제로 고민이 지리멸렬한 내용이었다) 나의 고민은 끝나지를 않았다. 창업이 남들이 생각하는 ‘우아하고 잘나가는 CEO’ 같은 게 아니라는 건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사실 명함에 ‘대표’라는 직함을 다는 자체가 부담스럽기도 했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내게 낙관적인 시선에 지나지 않았다. "회사를 다니며 물론 자아실현을 할 수 있지 않느냐"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마당에 창업과 취직이 정해질 수는 없었다. 

   

그럼 왜 나는 취미를 일로 하고 싶었나?     


내가 ‘취미’라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된 데에는 두 가지 계기가 있었다.

첫 번째 계기는 탱고였다. 첫 번째 창업을 해서 좌충우돌하던 때, 나는(브런치에도 썼지만) 우연한 기회로 탱고라는 취미에 입문했다. 춤이라는 난생처음 시작했던 낯선 취미가 나의 인생을 크게 바꿔놨고, 인생의 지치는 시기를 견디게 해준 마음의 버팀목이 되었다. 취직과 사업 사이에서 갈등과 고민을 이어가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탱고가 있듯, 남들에게도 그런 존재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존재’는 취미로 정의되든 덕질이던, 버킷리스트던 어떤 이름일지는 상관이 없었다.      

누군가에게든 열정과 애정을 쏟을 대상이 필요했다. 여기에는 성별도 나이도 중요하지 않다. 

퇴근 후 집에서 유튜브를 보고, 주말에는 맛집에 가고 영화를 보는 삶도 물론 소중한 일상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하나쯤은 이런 일상을 넘어 가슴을 거세게 뛰게 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70이 넘은 어른들도 임영웅 콘서트에서 손주들이 사준 야광봉을 흔든다. 사무실의 조용한 박 부장님도 영화 <쉘 위 댄스>처럼 퇴근해 스튜디오에 춤 연습을 하러 온다. 병원에서 일하는 김 과장님도 휴일에 프리다이버로 변신한다. 연구실에서 허허 웃는 손 박사님도 테니스 라켓만 잡으면 눈빛이 변한다.      



두 번째 계기는 S였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모임 멤버 S가 퇴사를 했다. S는 퇴사 후 여러 가지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는데, 그녀가 만든 콘텐츠(종이 잡지였다) 기획 중 하나는 ‘엄마’였다. S가 만든 엄마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해 만든 잡지를 읽다가 가슴에 와 닿은 인터뷰가 있었다. 정확한 원문은 아니지만, 어렴풋한 기억을 옮겨 발췌해 본다.     


“딸이 선물로 스쿠버다이빙을 배워 보라고 권했어요. 중간에 너무 힘들고 지쳐서 그만두고 싶었는데 (딸이)돈을 내줬잖아요. 억지로, 힘들게 배웠는데 배우고 나니까 이게 너무 좋은 거예요.”     


이 인터뷰를 읽으며 머릿속에 막연히 떠돌던 생각들이 하나로 맞춰졌다.      


1. 누구나 마음을 쏟을 대상(혹은 행위)이 필요하다.
 

2. (1)의 마음을 쏟을 대상은 우연히사고처럼 찾아온다이를 스스로 찾은 사람들은 정말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둔 버킷리스트로 존재해왔다. 하지만 대다수는 우연한 계기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문장으로 이 생각을 정리하자 많은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탱고 입문 당시 초급반에 들어선 사람들은 대다수가 ‘친구 따라 여기 왔어요’ 하며 멋쩍어했고, 나조차도 춤, 스쿠버다이빙이나 테니스 등 오랫동안 이어온 취미들은 주변인들의 권유로 우연히 시작하게 됐다.      

어떤 취미던 시작하고 나서 나와 맞는 취미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시기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 기간이 지나고 나서 짧게는 반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해온 ‘평생 취미’로 발전한 일들도 많았다. 이렇게 만난 취미들은 나의 힘든 시기를 견디게 해주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줬으며 삶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 줬다.       



나도 누군가의 인생 취미를 찾아줄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일을 해보자.    

       

마침내 방향이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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