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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희 Oct 08. 2024

대학장구 전 3장

지선에 머물다

이제 주자가 삼강령이라고 분류한 내용에서 마지막 ‘지선에 머문다’에 왔다. 지선이라고 하면, 지극한 착함, 깊은 착함, 궁극의 착함 등 여러 풀이가 있겠지만, 일단 문자 그대로 ‘지선’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지선의 의미를 풀이하기 위해 『대학』의 저자는 『시경』에 나오는 다섯 편의 시를 인용했다. 전문을 인용한 것은 아니고 한 구절씩 따왔다. 먼저 「상송 현조 편」과 「소아 면만 편」의 두 시에서 한 구절씩 나란히 인용하고 공자의 말을 옮겼다. 그리고 이어서 「대아 문왕 편」의 시를 인용한 후 다시 그 의미를 부연 설명했다. ‘다른 사람의 군주가 되어서는 인에 머물고’ 이후는 ‘공자가 말하기를’이 없는 것을 보면 『대학』 저자의 말인 듯하다.      


詩云, 邦畿千里 惟民所止, 詩云, 緡蠻黃鳥 止于丘隅. 子曰, 於止 知其所止, 可以人而不如鳥乎. 詩云, 穆穆文王 於緝熙敬止, 爲人君 止於仁, 爲人臣 止於敬, 爲人子 止於孝, 爲人父 止於慈, 與國人交 止於信.

 시운  방기천리 유민소지 시운 면만황조 지우구우  자왈  어지 지기소지  가이인이불여조호  시운  목목문왕  오즙희경지  위인군 지어인  위인신 지어경  위인자 지어효 위인부 지어자 여국인교 지어신     


풀이

시경(시경 상송 현조 편)에서 말하기를, “나라의 수도권 천 리 땅은 백성이 머무는구나.”라 하였고, 시경(시경 소아 면만 편)에서 말하기를, “꾀꼴꾀꼴 꾀꼬리는 언덕에 머무는구나.”라 하였다. 공자가 말하기를, “(새도) 머물러야 할 곳에 머물러야 할 것을 아는데, 사람으로서 새만도 못할 수 있겠는가?”라 하였다. 시경(시경 중 대아 문왕 편)에서 말하기를, “경지가 높으신 문왕이여, 아! 영원히 밝게 공경스럽게 머무는구나.”라 하였으니, 군주가 되어서는 어짊에 머물고, 신하가 되어서는 공경에 머물며, 자식이 되어서는 효도에 머물고, 아버지가 되어서는 자애에 머물며, 나라 사람들과 교류할 때는 믿음에 머물렀다.     


여기서 지선은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다. 대단히 심오한 형이상학적인 진리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구체적인 행동을 하나씩 거론하면서 무엇인 어짊이고 공경인지, 무엇이 효도이고 자애인지, 신뢰인지 판단하려면 깊은 지혜가 필요하다. 공자가 같은 효도에 대한 질문도 질문자의 상황과 성격에 따라 다르게 답한 것을 보면, 다섯 가지 윤리 덕목의 내용을 획일적으로 명문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진리를 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을 참고하면서 ‘지선’을 풀이하면 좋을 것이다. 내 생각에는 ‘선’을 ‘착함’이라고 하기보다는 도덕, 질서로 풀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지선’을 ‘깊은 질서’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  

   

참, 하나 더 짚고 싶은 것은, 여기서 공자의 말을 인용한 것을 보면, 정말 시경이 공자가 편집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자기가 자기 말을 ‘자왈’(유교 경서에서 ‘자왈’은 모두 ‘공자왈’이다.)이라고 쓰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지금 그걸 다루기는 역부족이니 이 정도 언급하고 넘어가야겠다.     


그다음에 이어지는 시는 원본 대학에서 성의 단락 뒤에 나온 두 편이다. 앞에 글에서 절차탁마와 선왕을 잊지 못한다는 두 시가 성의의 효과인지 지선에 머문 효과인지 다룬 적이 있다. 바로 그 시 두 편이다. 대학장구의 원래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중복되지만 또 인용한다.    
 

시경에서 말하기를, “저 기수 물굽이를 보라, 푸른 대나무가 아름답고 무성하구나. 아름다운 군자(유비군자有斐君子)여, (뼈나 뿔을 칼이나 톱으로 ) 자른 듯 (줄이나 대패로) 다듬은 듯, (옥이나 돌을 망치나 끌로) 쫀 듯 (모래나 돌로) 간 듯하구나. 엄숙하면서 두려워하고(슬혜한혜瑟兮僩兮), 빛나며 드러나니(혁혜훤혜赫兮喧兮), 아름다운 군자여, 끝내 잊을 수 없구나.”라고 하였다.    
  

자른 듯 다듬은 듯하다는 것은 배움을 말하고, 쫀 듯 간 듯하다는 것은 실제로 실천하는 것이다. 엄숙하면서 두려워한다는 것은 도리에 어긋날까 조심한다(준율恂慄)는 것이고, 빛나고 드러난다는 것은 행동이 절도에 맞는다(위의威儀)는 뜻이다. 아름다운 군자를 끝내 잊을 수 없다는 것은 높은 덕과 지극한 선을 백성이 잊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시경에서 말하기를, “아아, 돌아가신 왕을 잊을 수 없도다.”라고 하였다. 군자는, 돌아가신 왕이 현명하다고 대우한 사람을 현명하다고 인정하고 돌아가신 왕이 친하게 여긴 사람을 친한 사람으로 대한다.(현기현이친기친君子賢其賢而親其親) 일반 백성은 돌아가신 왕이 즐겁게 여긴 것을 즐기고, 돌아가신 왕이 이익으로 여긴 것을 이익으로 누린다.(락기락이이기리樂其樂而利其利) 그러므로 (군자나 소인 모두) 왕이 돌아가셨어도 잊지 못하는 것이다.      


위 두 시에 대한 풀이는 원본대학 설명 때 했으니, 다시 안 해도 될 것이다. 여기에 인용된 시 중에 ‘지선’ 설명으로 가장 안 어울리는 시는 아무래도 절차탁마가 나오는 기욱편인 듯하다. 물론, 억지로 의미를 연결하자면 연결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다른 시와 통일성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뒤의 시 두 편은 성의 뒤에 있는 것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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