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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 Aug 27. 2022

"간신히" 하는 것들의 힘.

간신히 수영을 다니며 배우는 것들.


다음 주면 이번 달 수영도 마무리된다. 봄기운이 퍼지기 시작하는 올해 4월, 집 근처 수영장이 다시 개장했다. 그리고 나 역시 3년 만에 수영을 등록했다. 이번 주가 지나면 벌써 오 개월 째 수영을 하는 셈이다. 다시 수영을 시작했을 때 초급반에서 막 시작을 했는데, 요즘은 중급반 두 번째 레인에서 수영 '좀 하는' 아주머님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


 다시 수영을 시작했을 때 초급반에서 막 시작을 했는데, 요즘은 중급반 두 번째 레인에서 수영 '좀 하는' 아주머님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


수영을 다시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 건 아니었다. 교회 언니와 동생이 수영을 시작하려는데 같이 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당시 나는 혼자서 오전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은, 무기력한 시기를 지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하지만 수영에 가는 첫날부터 곤욕이었다. 일어나는 게 쉽지 않았다. 아무리 알람이 울려도 눈을 뜨고 싶지도 이불속에서 나오고 싶지도 않았다. 나를 깨우는 전화가 오면 침대와 꼭 붙어있고 싶은 몸을 간신히 일으키는 정도였다.


그렇게 나는 '간신히' 수영을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영에 가는 첫날부터 곤욕이었다. 일어나는 게 쉽지 않았다. 아무리 알람이 울려도 눈을 뜨고 싶지도 이불속에서 나오고 싶지도 않았다.



다시 수영장을 찾았을 때만 해도 25m를 다 헤엄치지도 못할 정도의 체력 상태였다. 수영을 시작한 지 2주가 지났을 무렵엔 문득 물이 무섭게 느껴졌고, 가라앉을 것 같은 두려움이 드는 날을 마주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레인의 끝에 서서 가만히 쉬었고, "쉬지 말고 한번 더 돌아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선생님도 나를 가만히 두시곤 했다.


초급반 선생님은 자주 "가장 힘들어서 더 이상 못하겠을 때, 그때 한 바퀴를 더 가야 한다"라고 하셨다. 그리고 매번 나를 가장 앞자리에서 수영하게 하셨다. 선생님의 논리는 앞에서 수영을 해야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많은 거리를 헤엄친다는 것이었다. 여하튼 초급반 선생님은 반쯤 호랑이 선생님 같았고, (그의 외모도 한몫했다.) 그런 선생님 덕분에 나는 더 이상 못 하겠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한 바퀴 더 돌 정도의 체력이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달이 조금 지나자, 나는 레인 한 바퀴 정도는 거뜬히 돌 수 있게 되었다.



초급반 선생님은 자주 "가장 힘들어서 더 이상 못하겠을 때, 그때 한 바퀴를 더 가야 한다"라고 하셨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수영이 대단히 빠른 시간 안에 는 것 같지만, 나는 매 수업 이렇게 하면 늘긴 하는 걸까 의문을 가지고 수업을 들을 뿐이었다. 빠르게 지나가는 수영장 타일을 바라보며 "이렇게 계속하면 좋아지긴 하나요." 혹은 "저도 할 수 있기는 한건 가요" 묻고 싶은 적도 많았다. 아침이 되면 나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고, 정말이지, '간신히' 수영장으로 향하는 일상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간신히, 하지만 꾸준히 하는 시간이 쌓여 눈에 보이는 작은 진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중급반에 들어갔고, 한 달 정도 지나가 중급반에서도 나름 숙련된 사람들이 수영하는 레인으로 옮길 수 있었다. 수영 초반에 접영을 할 때면 늘 허우적거리는 정도의 영법을 구사하는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나름대로 접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수영을 하고 있는 듯했다. 물 속에 들어가면 늘 삐걱거렸던 내 몸이 점차 물에 적응하고, 물을 힘껏 밀어내고, 부드럽게 물살을 가르는데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간신히, 하지만 꾸준히 하는 시간이 쌓여 눈에 보이는 작은 진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요즘도 아침에 일어나면 고민이 된다. '가지 말까.'라는 생각을 매일 한다. 특히 수영이 익숙해지는 시기를 지나고 있는 지금은, 수영을 처음 시작할 때만큼 빠르게 늘지 않기 때문에 더욱이 그렇다. 그러나 수업을 갈지 말지 고민하는 순간, '오늘 수업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내가 얻는 유익은 무엇일까'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리고 좋을 게 없다는 결론이 나면 몸을 일으킨다.


여전히 '간신히' 수영을 다닐 뿐이지만, 이 '간신히'를 반복하다 보면 눈에 띄는 발전이 생긴다는 것을 배워간다. 완벽하게, 혹은 멋지게 해낼 수 없어서 포기하거나 혹은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간신히' 그리고 '꾸준히'만 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과연 좋아질까' 혹은 '잘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심은 접어들고, 또 이 '간신히'의 힘을 얕보지 않고. 오늘도 그냥 조금 더 좋아지고 싶은 영역의 활동에 뛰어들어보자. 이 '간신히' 하는 활동들이 쌓여서 내일의 나를 조금 더 빛나게 할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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