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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May 15. 2024

시 쓰는 밤

시 쓰는 밤


바람꽃



부끄럽지만 저는 시가 뭔지 아직 잘 모릅니다. 그저 생각나는 데로 날것의 언어를 가져다가 읊고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데요. 부끄러운 이유는 제가 시를 못써서가 아닙니다. 다만 저보다 먼저 시를 만나고, 쓰고, 고민하고, 사랑하는 분들에 비해 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쓰는 이 글의 장르가 뭔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챕터에 넣어야 할지. 그것도 아니면 서랍장에 구겨 넣을 것인지. 내 안에 가득 찬 적막에 벅차올라 그저 시 쓰는 마음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시가 돈이 될까요? 밥이 될까요? 나는 왜 갑자기 시가 좋아진 걸까요?


말인지 글인지 그것도 아니면 내 벌거벗은 마음인지. 시를 쓰는 순간에는 눈물이 멈춘 적이 없다고 고백하고 싶었습니다. 왜 나는 기쁨을 노래하지 못하는 건지. 바닥까지 후벼파서 기어코 토해내는 상처들.


그래도 나는 시가 참 좋습니다. 시를 통해서라면 무엇이든 전할 수 있으니까요. 말짱한 언어로는 차마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 약해져야 하는데 저는 왜 그게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까만 밤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 글도 쓰지 못했겠지요? 이 글은 그래도 그냥 시 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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