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이 휴대폰 빼앗지 마세요
사춘기 자녀에게 휴대폰을 내어준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것이다. 이놈의 휴대폰을 어떻게 해야 할까? 못쓰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른 체할 수도 없으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나 역시, 이런저런 방법을 다 써 보았고 심지어 한 두 번 정도 집안을 뒤집거나 울고불고 난리를 쳐 본 적도 있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다행히 적어도 현재는 소강상태이다. 미래는 알 수 없으니 과신하지 않겠다.
오늘은 '사춘기 아이의 적절한 휴대폰 사용법'에 대해 내가 써봤던 방법과 효과 또는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일단 우리 집의 경우 딸아이가 예중 입시 준비로 너무 바빴기에 휴대폰을 쥐어준 초등 3학년~6학년까지는 절제라고 할 것도 없이 휴대폰 사용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예중에 입학하고 시간이 조금 여유로워지면서부터 휴대폰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모르긴 몰라도 집집마다 아이의 성향마다 방법이 다를 수도 있기에 나의 경험담과 생각은 참고만 하길 바란다. 내 경우, 휴대폰과의 전쟁이 절정에 달했을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폭풍 검색을 해 보았지만 그렇다 할 묘안은 찾지 못했다.
먼저, 휴대폰과의 전쟁을 크게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눠보면 사춘기 이전을 전반전, 사춘기 이후를 후반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단 나의 가장 굵직한 결론은 아이의 휴대폰은 빼앗는 것이 아니며 전반전에는 휴대폰을 관리해주고 후반전에는 아이 스스로 휴대폰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련의 생각해 대해 정리해봤다.
가능하다면 휴대폰을 최대한 늦게 사 주도록 한다. 안전문제, 학습문제 또는 아이의 또래 친구 관계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사줘야 하는 휴대폰, 어느 정도 자기 절제 능력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주면 좋다. 아이의 발달상황을 고려했을 때 나는 그 적절한 시기가 초등학교 3학년이라고 판단했다. 생활 및 학습 습관이 어느 정도 형성되고 문제 해결 능력이 생길 때쯤 나는 아이에게 휴대폰을 쥐어줬다. 우리 집 아이의 경우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스마트워치를 사용했으나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이 부분은 각각 상황이 다를 테니 휴대폰을 사주는 시기를 정할 때 '꼭 필요한가'를 고려하면 좋을 것 같다.
이미 쥐어준 휴대폰, 특히 휴대폰 구입 초반에 아이들은 휴대폰에 더 쉽게 빠져든다. 휴대폰을 처음 사용할 때 이렇게 물어보자. "휴대폰 사용의 기본 매뉴얼을 익히려면 시간이 얼마나 필요하니?" 가급적이면 아이 스스로 그 시간을 정하도록 하고 딱 그 시간만큼만 휴대폰 사용 시간에 제한을 두자. 특히 초등학생인 경우 휴대폰을 완전히 손에 쥐어주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집 아이 친구의 경우 휴대폰으로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 과감하게 게임 또는 인터넷 구매로 이어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또한 아직 반항기가 시작되지 않은 초등학생이라면 휴대폰 또는 컴퓨터 사용은 거실에서 사용하기로 약속하며 절대 식사시간에 휴대폰 보는 건 허용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 가정에서는 아직 순진한 초등학생 아들에게 방에서는 와이파이를 연결할 수 없다고 둘러말했다고 하는데 딱 6학년 때까지 이 방법이 통했다고 했다. 아이가 사춘기에 들어서면 기본적으로 반항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에 부모가 휴대폰을 통제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부모 스스로도 휴대폰을 수시로 들여다보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나는 어른이니까 라는 말은 사춘기 아이에게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요즘은 아이들 감시 앱도 있다더라. 중학교에 올라와 휴대폰 문제로 몇 차례 아이와 힘겨루기를 한 후 진이 빠진 나는 협박하듯 아이에게 감시 앱을 사용해도 좋으냐고 물었다. 아이는 기겁을 했다. 솔직히 나도 기겁스럽다. 당신이 만약 기겁스러운 우리를 이해할 수 없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도 전혀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단, 기꺼이 감시받길 원하는 아이가 있다면 아마 아직 전반전인 사춘기 전일 가능성이 높으니 GPS 사용에 중점을 두어 감시 앱을 사용해도 무방하리라.
휴대폰과의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나 역시 휴대폰 사용 제한 시간을 정하자고 중1 아이를 설득했다. 물론 아이가 평온한 시간 때를 골라 -사춘기 아이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거면 평온한 시간을 골라 최대한 짧게 잔소리할 것- 소통하니 아이가 동의했고 적절한 시간을 상의해서 결정했다.
결과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딸아이는 평소 SNS 또는 영상을 즐겨봤는데 역시나 절제하지 못하고 몇 차례 비밀번호를 알아맞히며 급기야 거짓말을 하기에 이르렀다. 아이의 거짓말을 듣는 내 마음은 정말 비참했다. 하지만, 사춘기 아이의 거짓말은 대부분 부모의 지나친 통제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말에 공감하며 나는 내 방식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기 시작했다. 부모가 휴대폰 사용 제한 시간을 정해주는 건 그다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었다. 물론 종종 이 방법이 먹히는 아이들도 있으리라.
아이가 어릴 때부터 나는 아이의 자율성을 제일 중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그런 이유로 아이를 감시하거나 통제하는 게 나는 무척 꺼려지고 불편하다. 거짓말이라는 부작용을 경험하고 나니 더더욱 통제하는 방법이 옳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이번에는 아이 스스로에게 제한 시간을 정하도록 고무했다. 이번에도 완전히 성공하지는 못했으나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아이는 엄마가 아이를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충분히 받은 것 같아 보였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딸아이는 자기도 휴대폰 사용 절제가 쉽지 않다며 토로했고 이제 기꺼이 '함께'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글로 옮기는 건 잠깐이지만 휴대폰과의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이미 꽤 긴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이번에는 아이에게 자율적으로 휴대폰을 사용하되 사용 시간을 매일 화이트보드에 기록해 도표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엄마의 의도는 아이가 직접 도표의 오르내림을 확인하고 조절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자꾸 기록하는 걸 잊더니 급기야 어느 날 사용시간이 과해 또다시 엄마를 분노하게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만약 꼼꼼한 성격의 아이라면 이 단계에서 휴대폰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 마지막으로 나는 아이에게 '너의 성적과 생활에 지장만 없다면 휴대폰을 자유롭게 사용해도 좋다'라고 허락했다. 물론 지쳐서 포기한 것이 아니며 딸아이가 자율적으로 휴대폰 사용을 절제하게 돕는 것이 엄마의 최종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네 곁을 흐르는 시간은 네 시간이고 만약 네가 잃는 것이 있다면 그것 역시 네 것이라고, 언제까지나 엄마가 개입할 수는 없다는 것을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얘기해줬다.
사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인터넷 수업이 주를 이루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휴대폰과의 전쟁도 불가피하게 된 것인데 오히려 덕분에 아이는 이제 휴대폰 사용을 어느 정도 스스로 절제할 수 있게 되었다. 학기 중에는 학업이 바쁘다며 휴대폰 사용시간에 제한을 걸지 않고 방학중에는 스스로 하루 사용시간을 정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마는 아주 가끔 불시에 한 번씩 휴대폰 사용시간을 아이 앞에서 확인하기로 했다. 나 역시 처음 몇 차례 보고 전혀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니 이제는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이렇게 휴대폰과의 전쟁은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정말 쉽지 않던 시간들이었다.
어쩌면 누군가 '우리 집 아이는 달라요'라고 말하며 억울해 할 수도 있겠다. 정말 다른 아이들도 있음을 나도 인정한다. 어떻게 아이들이 같을 수가 있을까? 정말 방법이 없다고 생각될 경우 휴대폰을 빼앗거나 부숴버린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대부분 더 큰 부작용이 따른다고 나는 확신할 수 있다. 최소한 사춘기 아이의 휴대폰은 빼앗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반항심에 더 거짓말을 할 테고 어떻게 해서든 새 휴대폰을 구하려고 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강제적으로 감시 앱을 설치하거나 아이를 추궁하는 것 역시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사춘기 아이는 추궁할수록 거짓말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민주적인 방법이 먹히던 먹히지 않던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을 믿어줄 것이라고 일단 믿고 싶어 한다.
우리는 가급적이면 아이들이 거짓말을 만들어 낼 기회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규칙은 최소화하되 민주적인 방법으로 정하고 이행은 최대한 자율에 맡기도록 하자. 물론 결과에 대한 책임도 아이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좋겠다. 이때, 절대 감정적이거나 불신의 표정을 들키지 않도록 주의하자. 우리를 힘겹게 하는 아이가 밉기도 하지만 눈빛 하나만으로도 아이들은 죄책감에 시달릴 수 있다. 죄잭감이 자극된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반성보다는 포기를 더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나이임을 우리는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여담으로 나는 우리 집 딸아이의 휴대폰 사용 절제가 조금 더 쉽게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딸아이는 현재 목표와 꿈이 뚜렷하다. 물론 그러니 예중을 고집했겠지만 쉽게 말해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아이'는 시간이 늘 부족하다. 그래서 휴대폰에 오래 빠지지 않았었을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아이 친구들 중에서 휴대폰 사용을 절제하지 못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많다. 오히려 일반 학교보다 자유로운 예중은 아이들의 휴대폰 통제가 더 어렵다고들 한다. 여기서 '하고 싶은 일'이란, 아이 스스로 원하는 일이어야 하고 초반에는 성과보다는 과정을 즐기는 편이 좋으며 점차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축적되어 감을 본인 스스로 느껴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테다. 그러니 거창한 꿈은 아닐지라도 아이가 좋아하는 일(공부)을 함께 찾고 고민해주는 건 어떨까? 물론 어떤 경우에서든 민주적인 가정에서 조금 더 수월할 일이다. 만약 당신의 가정이 민주적이지 않다면 먼저 어떻게 하면 민주적인 가정을 이룰지를 고민해보자. 참고로 우리 집에는 '아빠'라는 방해꾼이 있는데 다행히 아빠도 엄마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휴대폰과의 전쟁이 나에게 알려준 교훈은 이렇게나 많구나! 아 물론, 휴대폰은 적절히 잘 사용하면 어메이징한 도구임을 부정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