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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여행가 하루켄 May 02. 2020

몽마르트르 팔찌 사기단

그놈의 호기심 때문에

궁금했다. 파리에 가면 꼭 확인해보고 싶은 몽마르트르 팔찌 사기단의 정체.  막연한 공포,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불안을 증폭시킨다.


30년 전 하이텔 여행 동우회 게시판


“ 파리 몽마르트르 갈 때, 진짜 조심하세요 “

“ 저도 당했어요. 순식간에 당했어요 “

“ 팔목을 보이면 안돼요 “

“ 팔찌 채우고, 강매해요 “


강산이 3번이나 바뀌었는데, 여전히 유럽 동우회 게시판에 비슷한 글이 쌓인다. 유튜브에는 무시무시한 배경음악이 깔리고, 체격 좋은 흑인들이 몰려다니며 여행객에게 실팔찌를 채운다. 여행자는 두려움에 돈을 줄 수밖에 없다.


“ 뭐지? 파리 경찰은 뭐하는데?  대낮에 강도짓을 하는데 “

“ 뒷길로 올라가면 안전하데 “

“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는 게 제일 좋다던데 “

“ 팔짱 끼고 올라가면 돼“

“ 몽마르트르 가지 말자, 찝찝해 “


솔직히 나도 무섭다.  그 순간 호기심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파리 도착 후, 둘째 날부터 4일간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출근한다. 순전히 팔찌 강매단을 보기 위해. 그들의 출근 시간에 맞춰 오른쪽 언덕길을 올라간다.  키가 최소한 190cm 에서 2미터도 넘을 것 같은 흑인들이 7,8명 모여있다.  그중 몇 명이 내게 다가온다.  


‘ 아, 졸라 쫄 리네. 괜히 왔나? 쓰블, 털려봐야 50달러지. 아이 C 무서워라 ‘

“ 하이, 아임, 아임 아티스, 당신에게 선물을 주겠다. 이거 내가 만든 거야 “


생깐다. 대꾸 안 하는 게 최고다. 지가 뭔 아티스트라고. 근데 좀 이상하다. 강제로 내 팔을 잡아당겨 채우는 건 아닌가 보다.  물론 쫄아서 팔짱 끼고 올라가는 중이다.  저들이 강제로 내 팔을 잡아당겨 팔찌를 채우면 당할 수밖에.  근데 내 몸에 손끝 하나 안 댄다.  


‘ 뭐지, 이건? ‘


수법이 참 똑같다.  선배로부터 내려오는 매뉴얼이 있는지 말을 거는 수법이 매번 똑같다.  풀밭 벤치에 앉아 그들을 관찰한다.  가족으로 보이는 서양인들이 올라온다.  8살 정도의 여자아이, 몇 살 더 많아 보이는 남자아이가 신나게 뛰어 올라온다.  사기단 중 몇 명이 아이들에게 웃으며 팔찌를 채워준다. 아이들은 놀이동산에 온 듯 신나 한다.  뒤따라 올라오던 아빠에게 몇 명이 다가가 이야기한다. 몸싸움은 없었고, 아빠는 지갑에서 돈을 지불한다.


‘ 에구나, 당했구나. 저걸 왜 사지?  서양사람이라고 안 당하는 건 아니구나 ‘

‘ 내 눈에는 프랑스 사람처럼 보이지만 먼 유럽에서 온 사람 아닐까? ‘

‘ 확률적으로 저렇게 당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네 ‘


내가 관찰한 걸 일반화할 수는 없다. 여행 동우회에 보면 그놈들이 다가와서 억지로 채웠다고 하는 글이 분명히 존재하니까 말이다.  


내 성향으로 보자면,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서 그 실체를 분명하지 않을 때 마음이 불편하다. 내 방식으로 그 문제를 이해하지 않으면,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지금껏 그런 나의 특성을 몰라서 회피하는 방식으로 넘겼다.   일상도 여행처럼 살고 싶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 욕망의 정체를 파악하고, 그 욕망에 솔직해지자.  나에게 주어진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을 하고, 내 존재의 의미를 규정하며  매일매일 일상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확인해며 살려고 한다.


인생 중반을 넘어선다.

진짜 여행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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