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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여행가 하루켄 May 10. 2020

내 목소리는 괴로워

심리컨설팅후, 상담내용 듣기


위로 해주는 상담을 기대했다면 굳이  황상민 교수를 찾지않았다. 일반 심리상담과 다른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내 문제가 무엇인지?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게 문제다.


황상민 교수:     

단순히 스타킹을 산다는 것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새로운 경험을 줄 수있지 않을까요?


:      

저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교수님이 그렇게 말씀을 해주시니까 확신이 오네요. 항상 흔들 흔들 하거든요.


황상민 교수:      

그럼요. 처음부터 완벽하게 내가 모든것을 다해보겠다는 생각을 하면?


:      

그거 안되죠. 가장 그게 문제에요.


황상민 교수:      

그러게요. 그렇게 되시기 때문에 결국에는 못하거든요. 한두서너게 시도는 해보는거죠.


:      

맞아요.


황상민 교수:      

그러면 그 다음에 그게 또 늘어나고…


심리컨설팅 후, 상담녹음 파일을 들어본다. 몇초 듣기도 어렵다. 5초 듣고, 10분쉬기를 반복하며 힘겹게 겨우 1분을 듣는다.  전체를 다 듣기까지 1년이 걸렸다.  최근에 들어보니 목소리와 표정에서  똘끼가 살짝 살짝 느껴지는게 재미있어 피식 웃는다.  


연애인들은 본인 방송을 모니터하며 피드백 한다. 그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때 불편하지 않나 보다. 이 차이는 왜 생기는걸까 ?  나에 대한 믿음의 부족인가? 표현을 억눌러 그런가?  상담중 방언터지듯 나를 표현하는 그 목소리가 짠하게 느껴진다. 어찌 그리사셨소? 권선생.


녹음된 상담내용을 반복해 들으면 또 다시 상담 받는 효과가 있다. 녹취를 하면 더 분명히 내용을 이해하게 된다. 녹음내용을 듣기가 너무 어려웠다. 내 목소리를 듣는거 자체가 바늘로 콕콕콕 찌르는거 같았다. 자꾸 들어야 효과가 있다는데 너무 괴롭다.


혼자서 들을 수 없어 출퇴근할때 지하철에서 헤드셋을 끼고 들었다. 나 자신을 인정하고, 현실을 직시하는게 그 만큼 어려운듯 싶다.  남 눈치를 보고, 나 자신에 대한 눈치도 보는데 에너지를 쓰다보니  살아도 사는게 아니고, 자기부정이 심했다.  내 목소리 듣는게 그래서 싫었나보다.


#장소: 안국역 황상민 심리연구소 강의실, 청중들 50명


10년이니까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걸 하자.  그쵸 ?  맨날 그런 케이스죠?

(청중들: 하하, 웃음소리)


제가 어렸을때 정말 가고 싶었던게 파리였어요.

공부 못하는 애들이 꼭 이런 망상을 꿈꾸잖아요.

(청중들: 하하, 웃음소리)


거기 가면 뭐가 다 될꺼다 생각하는 전형적인 M자 패턴이에요. 지금은 제가 그게 아니란걸 알았어요. 아는데. 아는데. 파리라는 특정 장소에 가거나, 또는 특정 직업을 가지거나, 특정 회사에서 일하면 내 문제가 해결될꺼라고 생각 했는데, 그게 삽질이란걸  이제 깨달았어요. 지금은 그때와 다른 내가 됐다는걸 한번 보고 싶었어요.  제가 2주전에 파리를 갑니다. 그리고 지금 막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청중들: 환호와 박수)


발표할때 떨리지는 않았지만 분명 긴장했다. 앞에 모여있는 청중들의 얼굴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엄청 횡설수설했던걸로 기억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긴장된 표정속에 작은 성취감이 느껴진다. 이야기할때 영상을 찍는 줄 몰랐다. 한참 이야기하는데 앞의 모니터에 내 모습이 보인다.


‘  촬영을 하는거구나..’


그때 서야 알았다. 뭐, 내가 죄진것도 아닌데, 방송에 나가면 어떠냐. 괜찮다. 얼마든지 찍으시라.  황심소 식구들은 리액션이 정말 좋다. 각자 비슷한 심리적 고민이 있고, 그 고민을 해결하려 황심소를 듣고 wpi 심리공부를 한다. 황심소는 동지의 마음으로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심리적 공동체다.  


내 발표에 폭풍 리액션을 해주니 더 신나서 얘기를 했다. 몇일후 황심소에서 메일이 왔고, 얼굴 노출된 영상을 유튜브에 공유해도 되냐고 묻는다. 유튜브 공개후 2500회 정도 노출이 됐다.  뿌듯했다.  방송 잘 봤다는 덧글을 보니 짜릿하다.


처음 영상 볼때는 뿌듯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50대 아저씨가 잘난척 하는것 같고, 너무 철없어 보인다.  불편해서 한동안 영상을 보지 않았다.  이번 글을 쓰면서 영상을 다시 보니 참 희한한 아재의 모습이 느껴져서 흥미롭다.  새치로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은 50대 아재가 마음은 아직도 청년인줄 안다.  똑같은 영상인데 그때와 지금의 내 마음은 어떤 변화가 생긴것일까?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그 글을 브런치에 올린다.  몇편의 글을 추려 독립서적으로 만들기 위해 초안을 다듬고 있다. 직접 제작한 책을 독립책방과 인터넷을 통해 유통할 생각을 하니, 내 책의 가치에 대한 생각을 하게된다. 독자는 이책에 얼마의 가치를 지불할까?  과연 내 생각과 마음이 이 책에 온전히 잘 담겨있는것일까?  독자의 시간과 돈이 헛되지 않도록 좀더 진지하게 에너지를 쏟도록 마음을 집중한다.


초고를 다듬기 위해 글을 읽고, 녹음한다. 이제 내 목소리 듣기가 힘들지 않다. 자연스럽게 텍스트가 귀로 들린다.  낯설지도,창피하지도 않다. 이제 나를 만나게 된듯하다.


https://youtu.be/Ia5M3B5x8v0






기능성 스타킹 쇼핑몰 <도쿄뷰티넷> 대표

녹취를 통한 자기 치유 글쓰기와 WPI 심리 컨설팅

생계형 독립제작자, WPI 심리 연구가, <어쩌다 심리> 독립 서적 출간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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