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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 Aug 29. 2022

화이트 넛지가 새로운 UX 트렌드가 될 수 있을까?

변화하는 규제와 새로운 UX 트렌드의 가능성

(목차)

1. 다크 넛지의 현재

2.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다크 넛지

3. 바뀌는 세계 규정들

4. 화이트 넛지를 상상해보며


최근 *다크 넛지와 관련된 기사가 자주 눈에 띈다. 기사들은 대부분 다크 넛지 예시와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용자 패턴에 관해 다루고 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다크 넛지는 UX 종사자들 사이의 주된 논쟁 거리였는데, 점차 대중적으로 확산되면서 현재는 다양한 곳에서 논의가 펼쳐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다크 넛지의 극단적인 반대편에 있는 화이트 넛지에 관해 다뤄볼까 한다.


사실 화이트 넛지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크 넛지는 부드럽게 행동을 유도한다는 의미인 “넛지”의 반대다. 넛지 자체에 이미 긍정적인 뉘앙스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스키폴 공항 소변기의 파리 모양 스티커가 있다. 자연스러운 개입으로 새어나가는 소변량을 80% 이상 줄일 수 있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앱에는 이러한 넛지가 많이 숨겨져 있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넛지 만으로는 사용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사항들을 적극적으로 알리거나, 기업에서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사용자를 이로운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들을 아우르기에 아쉬운 측면이 있다. 더 극단적으로 소비자 편에 서있는 선택 유도를 “화이트 넛지”라 상정하고 이번 글을 작성해보았다.


*다크 넛지 : 사용자의 심리적 사각지대를 이용해 인터페이스를 악의적으로 디자인함으로써 사용자에겐 손실, 서비스는 이득을 취하는 UX 설계 패턴.



다크 넛지의 현재

2021년 한국 소비자보호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용되는 100개의 앱 중 97에서 1개 이상의 다크 넛지가 발견됐다. 그중 다시 3개 이상의 앱에서 다크 넛지가 35% 발견됐다. 국내는 아직 다크 넛지에 관한 규정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UX 차원에서 사용자에게 구매나 사용을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법이라고 보기에는 경계에 있는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설계를 하는 사람 역시 명확히 다크 넛지와 아닌 것들을 구별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소비자원은 이러한 혼란에 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다크 패턴(넛지)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볼 여지가 있으나, 소비자가 독립적인 구매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기존의 마케팅 기법과 차이가 있음(다크 패턴 실태조사. 소비자보호원).


소비자원이 조사한 다크 패턴 실태 조사에 따르면 간편 로그인 기능을 통해 과도하게 많은 개인정보가 서비스에 제공되는 "개인정보 공유"의 빈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셜 로그인을 통해 서비스가 어느 정도까지 사용자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해 충분한 사전 고지가 없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다크 패턴 실태조사. 소비자보호원

2위는 사용자 동의 없이 진행되는 "자동 결제"다. 자동 결제는 모바일 플랫폼 시장이 발전하면서 점점 더 확산되는 다크 넛지 중 하나다. 서비스나 물건을 완전히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빌리는 '구독 경제'같은 트렌드 변화와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자동 결제”는 2주 정도의 앱 무료 사용 기간이 끝나면, 사용자 동의 없이 자동으로 결제가 진행된다.


의도적으로 결제 해지를 어렵게 숨겨 놓는 것 또한 구독 트렌드 이전에는 잘 포착되지 않던 모바일 패턴이기도 하다. 사용자는 늘 유료 전환 시점에 대해 인식하며 살기 어렵다. 복수의 구독 서비스를 취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100개의 앱 중 2주 이상의 무료 이용기간을 제공하는 앱 16개 중, 요금제 변경을 사전에 안내하지 않는 앱은 9개였고, 사전에 안내하는 앱 7개 중에서도 5개는 유료 전환 고지를 3일 전에 급하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콘텐츠 이용자 보호지침]에 따르면 요금제 변경일 7일 전에 해당 사항을 고지하게끔 되어있다.

[선택 강요] 다크 패턴의 예시


3위는 서비스 제공 측에서 이용권 해지 방어를 위한 [선택 강요] 다크 패턴이다. 이는 자동 결제와 연결되기도 한다. 이용권을 해지하려는 유저에게 해지 절차 진행을 중단하도록 부드럽게 권유하거나 회원 연장 시 혜택을 주는 형태가 많이 나타난다. 며칠 전 어떤 서비스를 탈퇴하려는데 "떠나신다니 아쉬워요"라는 문구와 함께 혜택이 담긴 쿠폰을 보여준 경우가 있다.


인터페이스에는 서비스 계속 이용하기에 해당하는 “안 떠날게요”가 훨씬 더 크고 시각적으로 강조된 것을 알 수 있다. 해지에 해당하는 버튼은 작고 회색으로 디자인돼 어포던스가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형태가 바로 선택 강요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다크 넛지다.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다크 넛지

소비자 보호원 보고서에 쓰여있는 다크 넛지들 중 일부는 맥락을 다르게 하면 사용자를 더 나은 경험으로 유도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사회적 증거'가 있다. 이는 내 행동이 집단의 의견, 행동 등에 영향을 받는 것을 말한다. 소셜 프루프라고도 불리는데 주로 쇼핑몰에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어떤 물건을 구입할 때 타인의 리뷰를 참고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이때 좋은 후기를 상단에 모아놓거나 나쁜 후기를 삭제하는 경우가 다크 넛지에 해당한다(물론 공정하게 리뷰를 보여주는 서비스가 훨씬 많다). 오프라인에서는 성형외과에 놓여있는 브로슈어에 유명인들이 다녀간 후기를 의도적으로 앞쪽에 배치하는 것도 다크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매일 통근하는 지하철 안에서도 사회적 증거를 자주 만나는데, 결혼 정보 회사 광고를 통해서다. 해당 업체를 통해 몇 천 커플이 탄생했다는 광고에는 커플들의 이후 상황에 관해서는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이런 사회적 증거를 유저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다음 예시는 공부나 업무 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Flipd”라는 앱이다. 현재 Flipd를 통해 공부나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를 실시간으로 카운트해, 긍정적인 사회적 증거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적 증거를 활용하는 앱 'Flipd'


Flipd에서 제공하는 라이브 포커스 기능은 현재 생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을 수치로 보여줌으로써 동기부여를 받게끔 유도하고 있다. 보이지는 않지만 Flipd를 사용하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동시간 이어져 서로 영향을 받으며 공부나 업무에 집중하게 된다. Flipd 공식 사이트에는 “유저들의 15억 분 이상이 생산성을 위해 사용됐다”라고 쓰여있다.

Flipd 유저들이 남긴 리뷰들



바뀌는 세계 규정들

해외에서는 다크 패턴의 기준이 빠르게 마련되고 있다. 2021년 FTC(연방거래위원회)는 기업이 사용하는 다크 패턴에 관한 규제 성명을 발표했다. 해당 성명에는 주로 앞에서 다룬 자동 결제에 관한 내용이 많았고 간편한 해지를 강조했다.


캘리포니아 소비자 개인 정보 보호법(CCPA) 역시 다크 패턴 금지를 법으로 지정했다. 해당 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비자가 서비스에 가입함으로써 제공되는 자신의 개인 정보를 기업이 다른 기업에게 판매할 수 없게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쉽게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소비자 개인 정보 보호법에 위반된 서비스나 업체는 약 30일간의 변경 기간이 주어지며 사용자 중심으로 인터페이스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국내에도 최근 KBS에서 실시한 다크 패턴 탐사보도나 소비자보호원의 보고서 등으로 다크 넛지 관련 기준 마련이 급물살을 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변화는 UX 트렌드에도 머지않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화이트 넛지를 상상해보며

다크 넛지는 대부분 사용자에게 명확히 고지돼야 하는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탈퇴 같은 행동 시 절차를 일부러 복잡하거나 어렵게 해 귀찮은 마음을 발생시켜 일을 미루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다크 넛지는 대부분 사용자의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한다. 그렇다면 이를 거꾸로 뒤집어보는 상상을 해보면 어떨까? 지금부터 살펴볼 화이트 넛지 예시는 개인적으로 상상해 본 것들이다. 오랜 연구를 통한 것이 아닌 만큼 가볍게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확히 알려주기

내가 생각하는 첫 번째 화이트 넛지는 “정확히 알려주기”다. 소비자보호원 조사에서 2위를 한 '자동 결제' 다크 넛지의 반대에 해당한다. 자동 결제 다크 넛지는 무료 사용이 얼마 안 남았는데도 앱에 들어갔을 때 별다른 액션이 없다.


메일로 통지하는 서비스의 경우 접근성이 떨어진다. 아래 예시처럼 앱 진입 시 홈 화면에서 스낵바 형태로 해지 정보를 정확히 알려준다면 어떨까? 단기적으로는 해지율이 올라갈지 몰라도 잔존하는 유저들에게는 스낵바를 통해 많은 신뢰를 쌓을지 모른다.

스낵바 형태로 해지를 정확히 알려준다면?


사용자에게 끼칠 부정적인 측면 강조하기

어떤 사람이 부동산 앱으로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다고 가정해보자. 보통은 해당 집의 긍정적인 정보만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해당 집의 나쁜 측면도 함께 노출된다면 어떨까? 나는 집을 구할 때 검색창에 "부동산 집 보러 갈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것"과 같은 문장을 꼭 확인해 보는 편이다.


수압, 결로, 누수, 층간소음 같은 부분을 꼭 확인하라고 제시해준다. 하지만 앱이나 부동산에서 이런 이야기를 정확히 듣기란 쉽지 않다. 만약 “전에 살던 사람이 알려주기” 같은 기능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에어비앤비는 이미 이런 화이트 넛지를 잘 활용하고 있는 서비스 중 하나다. 예약 시 해당 공간에서 하면 안 되는 것들을 정확히 명시한다. 파티를 열 수 없고, 동물 동반이 안되고, 화제 대비가 잘 안 되어있고 등의 내용들을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들은 자칫 예약 공간에 대한 매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나 사용자 관점에서는 꼭 제공되어야 하는 정보라 화이트 넛지에 해당한다.


사회적 증거를 활용한 코로나 캠페인

사회적 증거는 SNS에서 특히 많이 활용되는 넛지다. 내가 팔로우하는 사람이 좋아요 누른 게시물은 왠지 모르게 신뢰가 높아진다. 친구들의 댓글이 몰리는 게시글을 무시하기 또한 쉽지 않다.


코로나는 어느 정도 지나갔지만 사회적 증거 심리를 활용해 SNS에 {Stay Home} 캠페인을 적용시켜 본다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나보다 먼저 집에 머물기로 선택한 친구들을 보여주거나 유명인을 보여주는 것으로 사회적 증거 심리를 발생시킬 수 있다. 집에 머물기 버튼을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클릭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후 집에 머물기를 선택한 사람 프로필에만 특별한 상징을 부여한다면 더 효과적인 개입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모른다. 이처럼 코로나 바이러스 같이 국가적인 문제 발생 시 사회적 증거의 부드러운 개입은 확산 방지에 도움을 줄 수 있으니 화이트 넛지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사회적 증거를 활용해 집에 머물기를 선택한 친구들을 보여준다.


중요사항들 미리 결정하지 않기

어떤 서비스는 가입 시 약관과 함께 뉴스 레터 신청등을 은근슬쩍 받는 경우가 있다. 이경우 토글 인터페이스를 주로 사용하는데, ON이 디폴트로 맞춰진 경우가 많다. 사용자에게는 받기 싫은 정보로 연결될 수 있다. 가급적 이런 사항들은 디폴트를 OFF로 맞춰 사용자가 주도적으로 결정하게끔 설계해보는 건 어떨까?


중요사항들을 미리 결정하지 않고 사용자에게 넘긴다면?


수익에 반하는 경험을 제공한다면?

국내로 치면 카카오 택시에 해당하는 Lyft는 2020년 대중교통 정보 기능을 추가했다. 생각해보면 이 결정은 수익에 반하는 결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탑승객은 Lyft를 통해 현재 자신의 위치와 예산에 가장 적합한 교통편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꼭 Lyft 차량이 아닐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Lyft 홈페이지에는 이러한 결정에 관해 다음과 같이 밝힌다. "이동에 관해 더 많은 옵션을 만들고 대중교통 시스템을 지원함으로써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사용자는 서비스가 수익에 반하는 결정을 한 것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다. 그리고 그 결정이 세상에 어떤 가치로 연결되고 있다면 앱을 이탈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Lyft에 추가된 대중교통 정보 기능


탈퇴도 쉽게!

[해지 방해]는 가입은 쉽게 할 수 있는데 해지를 어렵게 설계해놓은 다크 넛지를 말한다. 어떤 서비스는 이메일을 보내거나 심지어 전화를 해야 탈퇴를 시켜주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경우는 특별한 경우다. 아래 왼쪽 예시처럼 사용자는 멤버십 취소를 희망하는데, 일시중지를 유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콜 투 액션 버튼 역시 일시중지가 강조되어있다. 우측처럼 멤버십 취소를 헤드라인에서 강조하고 콜 투 액션을 그에 대한 응답으로 바꾸면 설계에서 심리적 트릭을 뺄 수 있다.

심리적 트릭 없이 설계하기


예상 추가 금액 미리 알려주기

숙박 서비스에서 주로 관찰되는 다크 넛지다. 홈 화면에서 분명 적당한 가격을 보고 예약 과정을 마무리했는데 끝에 가보니 각종 서비스 금액이 붙어 최초 가격과는 상당히 차이가 나는 경우다. [숨겨진 비용]에 해당하는 다크 넛지를 화이트 넛지로 어떻게 바꿔볼 수 있을까? 다음 예시처럼 서비스 추가 예상 금액을 미리 홈 화면부터 알려주는 방향은 어떨까?

서비스 추가 예상 금액을 홈 화면부터 노출한다면 어떨까?



화이트 넛지를 추구하는 브랜딩도 가능할까?

화이트 넛지 추구의 이면에는 매출 하락이라는 공포가 공존한다. 때문에 커머셜 영역에서의 윤리 추구는 암묵적인 금지어 이기도 했다. 문득 화이트 넛지 예시를 제작하다 앱 무료 체험판 기간이 끝나는 상황을 정확히 언지해줌으로써 해지율은 일시적으로 상승하지만 잔존하는 사용자들에게서 얻는 신뢰도는 오히려 증가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리고 “아! 이 앱은 사용자를 정말로 기만하지 않는구나”같은 일종의 안도감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신뢰는 보이지 않지만 일종의 화폐처럼 차곡차곡 쌓이는 속성이 있다. 그렇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앱은 사용자를 속이는 다크 넛지를 지양한다'같은 브랜드 캠페인도 가능하지 않을까?


작년 한국에서는 AI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나 브랜드의 과대광고 등으로 기업 이미지가 한순간에 추락하는 사태가 종종 벌어졌다. 앞으로 가치 소비, 윤리적 소비 등을 지향하는 소비자들은 점점 많아질 것이다. 과거에 비해 정보가 극도로 투명해진 현재, 이들에게서 오는 강도 높은 윤리적 피드백을 기업 입장에서는 피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때문에 오늘날 디지털 프로덕트나 브랜드가 윤리적 이미지에 투자하는 것은 피상적인 담론이나 철학적인 문제를 넘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앱 브랜딩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해당 글과 관련 있는 영상인 “디자인 소리, 디자인에도 윤리가 필요합니다”를 공유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화이트 넛지가 새로운 UX 트렌드가 될 수 있을까?' (끝)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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