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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 Sep 30. 2023

린 스타트업을 맹신하면 안 되는 5가지 이유

혁신의 도구 혹은 성장의 장애물?

약 5년 전 디지털 컨설팅 분야에서 낯 선 스타트업으로 이끌려 들어왔다. 클라이언트 베이스의 일만 했던 세상 물정 모르던 한 디자이너는 유독 린 스타트업과 MVP에 끌렸다. 컨설팅 회사에서 유저들의 피드백 없이 긴긴 시간 디테일에만 집중하던 것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반면 내가 겪은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기능을 가능한 최소로 만들어 실제 고객 반응을 빠르게 보려고 했다. 딱딱하게 굳을 뻔한 디자이너의 에고를 많이 내려놓을 수 있는 시기였다. 크고 작은 실패와 성공을 했던 그때 기억들이 너무 좋았다. 아마도 진짜 배움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이런 기억들 때문인지 린 스타트업과 MVP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의심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디자이너에서 PO로의 역할 변화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디지털 서비스 제작의 복잡한 이면을 이해하게 됐다. 내가 했던 결정들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때 생기는 신뢰 부채도 무서운 경험이었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 커리어 초반기에 크고 작은 성공들로 형성한 강한 신념들이 현재는 부정적인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최근에는 기존의 내 신념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지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글은 린 스타트업과 MVP에 대한 비판적인 글들과 최근 내 생각을 재구성하여 작성한 것이다. 관련 링크들은 최하단에 모아두었다. 지금부터 린스타트업과 MVP를 맹신하면 안 되는 5가지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1) 과도한 최소화

MVP는 최소한의 기능으로 고객 니즈를 발견할 수 있는 제품을 의미한다. 그런데 실무를 하다 보면 이러한 의미가 잘 못 전파돼 개발 비용을 아끼는 것이 더 중요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과거 몸담았던 한 회사에서 신기능을 론칭하는데 개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너무 가지를 많이 쳐서 출시한 경우가 있었다. 초기에는 반응이 없었는데, 쳐낸 가지를 보충해서 다시 내니 반응이 왔다. 분야나 제품에 따라 최소 기능을 충족시키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B2B 서비스는 MVP부터 고객사의 이해관계자를 충족시켜야 하고, 제품이 기대에 부응해 장기 계약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복잡한 요구사항, 높은 기대치, 장기적인 관계 구축으로 인해 MVP를 내더라도 보통 B2C 서비스보다는 더 진행률을 높게 만든다. B2C 제품 역시 정도는 덜하지만 최소 기능을 상황에 맞게 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신기능을 만들 때 가지를 얼마나 남겨야 유저에게 가치가 제대로 전달될지 맞추는 것은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최소 기능 제품보다 적정 기능 제품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명확한 결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MVP는 자전거부터 검증되기도 한다. @www.eleken.co



2) 반복 개선보다 중요한 고객 발견

린 스타트업은 보통 피드백을 통한 반복 개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제품 초기에는 피드백의 규모가 작아 신뢰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내용도 산발적이다. 작은 모수였지만 그중에서 가장 많은 피드백을 골라 방향성을 결정한 적이 있다. 돌이켜 보면 논리 끼워 맞추기 성격이 강했던 것 같다. 이러한 방법은 자칫 전략의 매력성을 잃고 무방향 실험으로 치닫게 된다. 에딧메이트 대표의 다음 글을 읽고 생각이 많이 정리됐다.

PM/PO, 디자이너가 읽어도 좋은 글이니 꼭 일독하면 좋겠다. 글은 고객 발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가장 확실한 검증 방법으로 제품을 만들기 전 핵심가설을 먼저 돈을 받고 팔아보길 권한다. 특히 다음 한 문장이 크게 와닿았다.

진짜 정직한 것은 고객의 지갑밖에 없습니다.

그렇다. 인터뷰에서는 서비스를 구매하겠다고 해도 실제 페이월 앞에 서면 마음이 달라진다.

랜딩페이지만 빠르게 만들어 개시한 서비스가 3년 동안 12억을 써서 만든 이전 제품보다 매출이 더 높았던 예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제품 론칭 전 사전 인터뷰나 서베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는 피드백을 반영해 제품을 더 나은 상태로 론칭하는 것이지만, 내 경우 내면에 있는 두려움을 빨리 걷어내고 싶은 욕심도 컸던 것 같다. 인터뷰 결과가 너무 좋으면 편향을 피하기 쉽지 않다.



3) 결국 문제 해결과 깔끔한 한 줄

연결되는 내용이다. 결국 많은 스타트업에서 만드는 서비스나 디지털 제품은 고객의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그런데 시중에 떠도는 방법론으로는 우리 서비스가 고객의 문제를 진짜 해결할 수 있는지 명확히 알기가 어렵다. 제품 출시 전 인터뷰나 서베이에서 고객의 진짜 니즈를 편향 없이 끄집어내는 것은 내 역량 부족인지 몰라도 난이도가 무척 높았다. 에딧메이트 대표가 말한 것처럼 가장 확실한 것은 고객이 자신의 문제를 해당 솔루션으로 해결 시 돈을 (얼마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냐는 것이다. 그리고 솔루션은 깔끔하게 한 줄로 정의했을 때 강한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보통 가치제안(VP)이라고 하는 이 강력한 한 줄을 만들기가 그렇게 어렵다.

에어비앤비: 지역 호스트를 통한 현지인스러운 여행 경험

마켓컬리: 프리미엄 온라인 식료품을 빠르게 배송

소카: 가까운 곳에서 비대면으로 차량 렌트

내가 스타트업을 처음 경험한 정육각은 초기에 농라라는 네이버 카페 게시글을 통해 제품을 팔았고, 사이트 없이도 신선한 돼지고기의 높은 수요를 미리 확인했다. 강력한 한 줄을 시장에서 미리 찾은 것이다. 당시에는 이러한 프로세스가 가진 강력한 힘을 잘 몰랐던 것 같다.


사이트 없이 게시글 만으로도 높은 수요를 확인 @정육각


4) 고평가 된 고객 피드백

린 스타트업과 린 고객개발 프로세스 둘 다 고객 피드백을 통한 점진적 개선을 강조한다. 고객 피드백은 물론 중요하지만 제품이 초기일 경우 가려들을 필요가 있다. 나는 다음 3가지를 크게 주의하고자 한다.


다양성과 규모가 충분치 않은 집단이 가진 편향

이러한 편향이 타깃 고객 집단을 바라보는 경우는 다행이지만, 아닌 경우 타깃 고객 집단의 니즈와 점점 멀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편향된 집단의 피드백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면 전체 시장에 일반화시키기 쉽다. 그런데 초기 고객들이 편향되어 있는지 아닌지는 생각보다 명확히 알기 어렵다.


단기적인 시각

고객들은 우리 제품의 성장보다는 자신이 가진 단기적 문제나 필요에 초점을 맞춰 피드백을 준다. 이로 인해 제품의 장기적인 비전이나 제품 전략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과다 개선의 함정

사용자의 피드백을 너무 많이 적용하는 경우 기능이 복잡해지고 고객이 가치를 명확히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 생긴다. 그리고 고객의 모든 요구사항을 수용하는 경우 자칫 경쟁사와의 차별성을 잃을 수 있다.



5) PMF를 찾기 전 팀 구성은 가급적 최소로

작은 팀이 더 빠르게 결정 내리고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성공 스타트업의 초기를 보면 대표가 PO 역할을 하며 소수의 인원을 이끈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성은 초기 단계에서 제품 방향성을 빠르게 조정할 때 유리함이 있다. 더불어 자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집중력이 자동으로 생긴다. 불필요한 프로젝트나 기능에 주의를 분산시키기가 애초에 힘들다. 스타트업의 성공률은 통상 10%로 알려져 있다. 실패 시 비용 손실을 미리 최소화하는 점 역시 무척 중요하다.


린 스타트업과 MVP 방식은 많은 스타트업들에게 효과적인 방법론으로 입증되었다. 그러나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상황과 환경에 적합한 '완벽한' 방법론은 없기 때문이다. 실무를 할수록 스타트업이나 제품의 성공은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린 스타트업과 MVP는 분명 좋은 프로세스지만 의존하지 않고 각자 환경과 상황을 고려해 신중히 적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린 스타트업을 맹신하면 안 되는 5가지 이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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