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팬데믹의 시대를 지나왔다.
정자로 꾹꾹 눌러 쓴 것 같은데, 막상 보면 삐뚤빼뿔한 글씨 같은 시간이었다. 얼굴을 가리고, 만남을 통제하고, 온라인 회의와 재택근무. 마치 미래사회의 어느 날 같은 그런 날들을 살았다.
솔직히 나 같은 극단적 I 유형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히려 오아시스 같기도 했다. 어쩌면 골 깊고 오래된 우울감이 심해진 것도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의 탓은 아닐까 싶다.
사실 상담소에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쉬운 일은 아니다. 호기롭게, 털컥, 예약을 하긴 했지만 예약 전날부터 예약 당일, 몇 번이나 취소 전화의 충동을 참았다. 상담 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점점 더 불편하다. 괜히 야근을 해야 할 것 같고, 괜히 집에 더 일찍 들어가고 싶다.
걱정과 달리 상담소는 밝고 편안한 분위기다. 그리고 아직 마스크를 쓰고 만나야 한다는 점이 훨씬 더 마음을 편하게 한다. 첫 번째 상담은 원장님과 함께 했는데, 내가 바라는 바와 내 성격, 그리고 나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가장 합이 잘 맞는 상담사분을 찾아주겠다 한다. 다음에 상담사가 정해지면 시작될 본격적인 상담에 앞서 문장완성 검사를 해보자고 한다.
총 50개의 문장이 있다.
가급적 오래 생각하지 말고 바로 답변을 써보라 한다.
첫 번째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연필을 든다.
1. 나에게 이상한 일이 생겼을 때 [나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