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아버지 (1)
아버지에 대한 질문에서 멈춘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정리하지 않으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수 없을 것 같다.
내게 아버지는 항상 너무 묵직해서 차마 짊어지고 올 생각이 들지 않는 질문이다. 그리고 아쉽게도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엄마는 너무나 기묘하고 확고한 종교적 믿음이 있었고, 그 종교에 몸 담은 누군가가 추천하는 일은 어떻게든 실천하려고 하는 사람이었다. 믿음과 실천, 그리고 그 두 가지를 사람들 앞에서 뽐을 내고서야 얻게 되는 구원과 천국의 열쇠를 적금처럼 쌓으려 들었다.
그래서, 아직 서로 용서의 단계를 거치지 않은 사건처럼, 나와 누나는 아버지의 장례를 두 번 치러야 했다.
지금부터는 그 두 번의 장례식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한다.
아버지와 나 사이를 가로막듯 둘러쳐진 벽은 아버지가 살아있던 순간에는 무척 견고했고,
묘하게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 벽은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여름이 아닌데, 여름 같은 날이었다. 바깥 온도만큼 창가는 후덥지근했지만, 버스 온도는 가을만큼 차가웠다. 얇은 옷을 입은 누나가 에어컨을 꺼달라고 했지만, 곧 뒷자리의 친척 어르신은 덥다며 에어컨 좀 켜라고 소리를 쳤다. 더웠다 추웠다, 온도가 마음만큼 어수선한 날이었다.
아버지의 시신이 ‘드디어’ 안착될 곳은 아주 후미진 곳에 있었다. 그만큼 풍광이 좋고 서늘했다. 납골당을 굳이 가족공원이라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화장 절차는 건조하고 일사 분란했다. 바퀴가 달린 수레에 아버지가 담긴 관이 쓰윽 움직여 화장을 하는 곳으로 가는 곳까지 몇 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아버지가 처음 돌아가신 날은 2번째 장례식을 치르기 2년 전이다. 아버지는 꽤 오래 병원에 누워있었다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요양병원에 도착했을 때, 의사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멍하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귀를 막은 채 안고 속에 서 있는 것 같았다. 그 다음 말은 계속 이명처럼 윙윙거렸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별에 인수인계를 받아야할 것이 있는 것도 아닌데 대체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 걸까?
아버지가 잠든 침대와 그 주위를 바라보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었다. 집과 병원 사이를 오가는 동안 신었을 엄마의 신발은 꽤 자주 빨아 색이 바래있었다. 아마 심장을 꺼내보면 저렇게 바랜 색이지 않을까 싶게, 엄마는 신발만큼 꽤 낡아 있었다. 이불 사이로 살짝 삐져나온 아버지의 발은 주름 하나 없이 매끈해서 현실감이 없었다.
아버지는 단 한 번도 땀에 젖은 구두를 신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