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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최재훈 Jan 12. 2024

우리 윗사람들은 [        ]

ep.9 

아버지에 대한 질문 한 문장 때문에 아버지와의 먹먹한 기억들이 환기되는 것 같았다. 

너무 고민하지 말고 생각나는대로 문장을 만들어보라는 상담사 분의 조언에 따라 다음 질문을 만난다.


세번째 문장완성검사 질문이다. 

우리 윗사람들은 [                       ]


사실 윗사람이라는 표현을 참 싫어한다. 윗사람, 아랫사람. 이미 서열을 지어 사람을 구분하는 용어 자체가 차별을 내포하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 직장인이라면 너무나 익숙하게, 자주, 듣는 구분이기도 하다. 

윗사람이 '작장상사'라는 가정하에서 빈 문장을 채우는 그 짧은 순간에 억울함과 분노와 씁쓸함이 스파크처럼 튄다. 밥벌이의 비루함과 낀 세대의 애처로움, 자유로움인지 무례함인지 알기 어려운 후배들의 낯선 언어들이 어지럽다. 


마침, 나는(우리는) 어떤 상사의 여러가지 거친 말과 행동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앞에선 웃고, 돌아서자 마자 욕하는 무례한 사람과 상대하는 동안 나는(우리는) 상처를 받고 있었고, 무감각하고 무력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못마땅한 말은 앞에서 해요. 
그게 마땅한 겁니다.
궁금한 건 궁리하지말고 직접 물어봐요. 
머리 쓴다고 관계가 되나요? 마음이 맺는 일인데...
남에게 생채기를 내는 걸로
자신의 공허를 보상받으려 애 쓰지 말아요. 
괴괴한 마음은 그저 본인이 감당할 몫입니다."

'윗'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소동이, '아랫'사람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았다 들었다. 

그들도 누군가의 후배였던 시절이 있었을테고, 서툰 누군가를 이끌어줄 선배였던 시절도 있었을텐데....

우리 윗사람들은 [자기가 선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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