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의 식탐을 누가 본능이라 하는가
아무래도 사람보다는 강아지가 본능에 충실하기 마련이다.
식탐이 그렇다. 대개의 강아지들이 먹을 것이라면 사족을 못쓴다. 행복이가 딱 그랬다.
죽을 때까지 사료만 먹어야 하는 팔자인 강아지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수의사가 그랬다. '당신이라면, 한평생 같은 음식만 먹으라면 어떻겠냐고' 저 말이 마음에 꽂혀서인지, 나는 음식을 크게 제한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마늘, 파, 양파, 초콜릿, 포도 등 강아지가 절대 먹으면 안 되는 음식만 빼고.
음식이라면 환장하는, 아니 산책 나가면 돌, 나뭇가지, 흙, 소똥까지 주워 먹는 식탐대마왕 행복이는 안 먹는 음식이 존재하지 않았다. 시도해 본 음식 가운데 유일하게 딱 한 가지 먹지 않았던 것은 방울토마토뿐이다. 그것도 물론 입 속에 넣기는 했다. 몇 번 씹더니 툭 하고 뱉는데 어찌나 신기하던지. 아, 돌도 조각내 먹는 우리 행복이가 싫어하는 음식이 있을 줄이야.
반면 우리 싸이는 입맛이 고급진 것이 몸속에 아마, 사람이 들어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간식을 주어도 아꼈다 먹고(행복이 약 올리려고), 배가 부를 땐 머리로 이불을 밀어, 이불속에 숨기기도 한다(그러다 까먹고 정작 행복이 차지가 될 때가 많았다). 최근엔 나이가 들면서 더더욱 음식 취향이 세련되고 고상해졌다. 지켜보면 그야말로 '쟤가 개(=dog)가 맞나' 싶을 정도로 요지경이다.
이런 식이다. 복숭아를 참 좋아한다. 그렇다고, 모든 복숭아를 다 먹는 건 아니다. 맛없는 복숭아와 맛있는 복숭아를 정확하게 구분한다. 다소 맛이 없다고 아까운 복숭아를 먹지 않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보다 더 기가 막힌 일이 있을 수는 없다. 언젠가 복숭아를 선물한 친구에게 말했다. '아주 복숭아가 맛있었어. 우리 싸이가 먹었거든. 쟤가 아무 음식이나 먹는 얘가 아니야'라고.
또 이런 식이다. 식탁에서 손으로 바나나를 떼어먹는 중이었다. 바나나가 묻은 손으로 좋아하는 간식을 집어 건넸다. 냄새를 맡아보더니, 안 먹는다(싸이는 바나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간식에 바나나 냄새가 배어 있었던 것. 우아! 이쯤 되면 정말 보통 입맛의 강아지는 아닌 셈이 아닐까.
이런 싸이를 마당쇠는, '미슐랭 쓰리스타급 입맛을 가진 강아지'라는 의미에서 '미슐랭쓰리스타'라고 부른다. 강아지라면 원래 모든 음식에 달려들고 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은 선입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미슐랭 쓰리스타 강아지를 모시고 살며 깨닫는다. 누가 강아지를 사람보다 본능에 충실하다 하는가. 맛없으면 먹지 않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미식가 저리 가라는 포스를 뽐내는 우리 싸이를 본다면, 그런 말은 저기 어디쯤으로 쏙 달아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우리 집은 식탁머리에서 웃음이 끝이지 않는다.
미슐랭 쓰리스타 강아지가 식사시간엔, 우리 집 웃음버튼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