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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엄마는 어디 갔나요

[실행편] 아빠와 딸, 그 사이

by 긁적긁적

발리생활 1주일을 넘어가니

생활반경이 어느 정도 일정해졌고

매번 마주치고 있는 사람들은

나와 주하에게 조금씩, 하나둘

궁금한 점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했다.


특히나, 뽀얀 얼굴을 가지고

천방지축, 말랑꾸러기인 주하에게

어딜 가나 관심은 집중되곤 한다.

(아빠의 전형적인 편향적 사고일 수도ㅎㅎ)


오늘은 공통질문을 꽤 많이 받았다.

‘루나(주하의 영어이름), 엄마는 어디 갔어?’




제법 딸아이와 많이 친해졌다.


서로 의지도 많이 하고

서로 표현도 많이 하고

서로 삐지기도 하고

서로 뒹굴기도 하고

서로 이야기도 많이 하고

하루를 함께 시작하고

하루를 함께 마무리하고 있다.

(나름 내적 친밀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뭔가 시간이 지나도

나에게도, 주하에게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음을 느낀다


아빠와 딸이

아무리 친하게 지내도

아무리 오랜 시간을 보내도

좁혀지지 않는 간격이랄까?


발리 한 달 살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변 많은 이들이

‘재울 수 있겠어?’, ‘엄마 안 찾겠어?’

‘머리 묶어줄 수 있어?’ ‘용변은 어떻게 하게?’


이러한 걱정들은 시간과 공간만 주어진다면

누구나 습득 가능한 생활 속 스킬(?)이다.


애써 걱정할 필요 없다.


하지만, 이 단계를 넘어서니

무언가, 그 뭔가 비어진 공간이 있다.

도대체 무엇일까?




‘아, 와이프는 내일 와요’


주하를 걱정하는 건가?

아님 나를 걱정하는 건가?


곧 와이프가 합류하는 대답에

모두들 안심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다.


내가 느끼는, 딸과 나 사이에서

생겨진 그 틈, 그 공백이 ‘엄마’라는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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