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편] 내가 아는 주하 맞니
달랐다, 아니 내가 몰랐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딸은 누구였나요
발리 한 달 살기 어느덧 5일 차
낯선 환경에는 충분히 적응되었다
(과장 섞자면, 거의 현지인이 다된 듯?)
하지만, 나는 아직
내 딸에게 적응 못하고 있다.
와이프의 전적인 케어와 섬세함으로
내 딸이 잘 성장해 왔음을 느끼고 있다.
나는 좋은 아빠라 자부했다.
누구보다도 딸과 열심히 놀았고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냈으며
좋은 프로그램 혹은 가치 있는 경험 기회가 있다면
광클해서라도 무조건 경험시키려 노력했다.
또한, 아이의 올바른 성장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와이프에게 위임되는 다른 집(?)과 달리
나는 주체적이고 적극적이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딸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동안 나는 수박 겉핡기라고 해야 할까?
아이의 감정을 섬세하게 다룰 줄 몰랐고
아이가 잘 때나 양치할 때, 그리고 배고플 때 등
사소한 생활 습관조차 잘 알지 못했다.
웃긴 이야기지만,
매일 아침마다 딸아이의 머리를
정리하고 묶는 것에 애를 먹고 있다.
아이에게 여러 경험을 시켜주려 노력하기 이전에
내가 아이와 함께 무엇이든 경험하며 겪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하루하루, 딸아이를 케어하는 데
버거움(?)을 느끼고 있지만
특히나 나는 극 T성향인지라
우쭈쭈 해주거나 공감하는 것에 미숙하다 보니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지만
나 그리고 딸아이에게 ‘발리 한 달 살기’가
소중한 시간이자 값진 자산이 되기를
6년 동안, 속 빈 강정이었음에도
혼자 착각하며 자부심을 갖던 아빠를 대신해
고생해 준 와이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무지함과 과격함(?), 깐깐함(?)에
아이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지
어제부터 잘 때마다
‘엄마는 몇 밤 자고 와?’라고 묻는다.
다음 주면 와이프가 동참한다. 2주 동안.
그전까지 아이의 감정선에 외줄 타기하며
떨어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섬세함은 너무 어렵다, 나에게.
‘주하야, 아빠도 사람이라 힘들 수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