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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영유아였지..

[실행편] 스며들며 말랑말랑해지기를

by 긁적긁적


현재 딸아이와 발리생활 중이다.

우려와 달리, 6살 딸은

너무나 대견스럽게 잘 적응해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엄마를 단 한 번도 찾지 않았다.

(엄마 껌딱지가 왜 그러지?

아빠 싫어, 엄마 좋아하던 아이인데ㅎㅎ)


당분간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체념(?) 혹은 적응하고 있다는 반증일까?



딸아이는 현재 발리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유치원 선택에 있어 많은 고민이 있었다.


한국인들에게 유독 잘 알려진

몇 곳을 후보에 두고

와이프와 수많은 논의를 이어가 봤으나

결론은 ‘부모만의 욕심’이었다.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아직까지 진행 중이긴 하나

나의 결정에 꽤 만족한다.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으니까.


한국인 픽이 높았던 곳들은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땅을 밟고 다니며

풀과 어울리며 놀고 푸세식(?) 화장실을 쓰고

채소로 이뤄진 건강식단과 간식들.


충분히 좋은 경험일 수 있다.

하지만, 절대적인 조건이 필요하다.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가?’

‘말이 안 통해도 아무 나하고 잘 노는가?’

‘평소 찝찝하거나 더러운 걸 얼마나 좋아하는가?’


(내 딸만큼은) 평소 생활과

180도 다른 환경에서,

특히나 아이가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부모’가 곁을 지키지 않고

말도 통하지 않는 더더욱 낯선 상황에서


부모만의 만족을 위해

아이의 적응을 강요하는 건 아닐까?


내가 6살이라면, 아.. 못해..


그렇게 나는 고심 끝에

오픈형(?) 유치원을 선택했다.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게 1순위였다.


물론 여기 또한 자연친화적이고

프로그램도 나름 꽤 알차다.


다만, 앞서 말한 유치원과 가장 큰 차이는

‘부모가 할 일을 하며

멀리서 아이를 지켜볼 수 있는 카페가 옆에 있고

(원한다면 교실에 잠깐 얼굴도 비출 수 있다)


프로그램과 놀이터는

매우 자연 친화적이지만 시설은 현대식이라는 점


마치 한국 유치원과

발리 유치원만의 장점을 섞어놓았다고 해야 할까

(나만의 생각일 수 있다)


아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약간(?)의 괴리감 있는 환경에서

큰 충격 없이 스스로 스며들게 노력해 본 후

정말 도움이 필요하면 부모를 찾을 수 있는 환경

(거의 찾아오지는 않는다, 부모의 기우랄까)

그래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터


매일매일 잘 때마다 아이에게 물어본다.

혹시 오늘 힘들었니? 내일 또 가고 싶어?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진 YES다.


여기는 다행스럽게도(?)

한국인, 아니 동양인을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다 서양인이다.


가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한국인이라 그런가, 꽤 주변상황 눈치를 본다’

’ 앉아서 수업 듣는 것에 매우 최적화되어 있다 ‘


하고 싶은 대로 막 뛰놀며

듣기 싫으면 놀이터로 뛰어나오는

자유분방하고 예의 없는(?) 서양인 애들과 달리

우리 딸은 너무나 모범생인 것이다.


또한,

꽤 영어를 하는 축에 속하는데도 불구하고

쉽게 원하는 바를 선생님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부탁을 어려워한다고 해야 할까?

(가끔 참기도 하는 듯하다)


조금 내려놓았으면 싶은데 말이지

하지만 이 또한 나의 욕심이다

내려놓자, 딸을 나에게 맞추려 들지 말자


넌, 아직 모든 게 낯설고 무서운 영유아니까..

괜찮아. 이번 발리 한 달 살기를 통해

조금 더 아이처럼 말랑말랑해지기를




담당선생님의 피드백은 다음과 같다.


‘부모의 우려와 달리 매우 독립적이다’

‘4살 아이 같지 않게 배려심이 많다(애어른)‘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그리고 꽤 잘한다 ‘

‘혹시 영어유치원 다니나요?’


하지만 스피킹보다는 듣기와 이해를 잘한다고 한다.


아빠 엄마 또한 겪어왔던 한국인의 고질병…

그래서 6살부터 영유를 다니기 시작했고

최대한 여행을 많이 다니며 자연스럽게,

아빠엄마를 보며 영어를 노출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6살, 아니 4살이니까…

울지 않고 잘 적응하고 있음에 감사하다.


내일부터, 걱정은 내려놓고

나의 시간을 가져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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