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부탄(Bhutan) 여행
‘행복’을 내걸고 손짓하는 나라가 있다. 다만 이방인이 마음대로 돌아다닐 ‘자유’는 없는 곳이다. 여행 경비도 제법 많이 든다는데? 하지만 ‘헬조선’의 그늘에 갇힌 우리는 ‘행복'이라는 단어에 꽂혀버렸다. 세상에 그런 나라가 정말 있는 걸까. 어차피 황금연휴에는 어딜 가도 비싸다는데, 차라리 일 년 내내 비싼 곳으로 가자. 심지어 10월은 일 년 중에 가장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수상한 나라 ‘부탄왕국(Kingdom of Bhutan)’으로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기본 정보
부탄 왕국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인도 사이에 위치한 작은 나라이다. 전체 면적이 남한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어쩐지 강대국 틈에서 숨쉬기 힘든 우리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또한 히말라야 산맥이 지나가는 산악 국가로 대부분의 지역이 해발 2천 미터가 넘는다. 사람이 살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 없지만, 약 80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비교적 평평한 지대에 모여 살고 있다.
고산지대이지만 위도가 낮아서 햇볕이 무척 강하고, 겹겹의 산 사이로 물이 콸콸 흘러 물 부족과는 거리가 멀다. 남부에는 아열대 숲이 있을 정도로 지역에 따라 기후가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한다. 염소의 머리에 소의 몸을 붙인 듯한 타킨(Takin)부터 원숭이, 코끼리, 판다도 있다. 또한 여름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온다. 수도인 팀푸에 첫눈이 오는 날을 국경일로 삼는 낭만도 있다.
여행 중에 여러 번 듣게 되는 이름이 있다. 8세기에 불교를 처음 전한 파드마삼바바(Padma Sambava; Guru Rinpoche)와 17세기에 부탄을 통일한 샤브드룽 나왕 남걀(Shabdrung Ngawang Namgyal)이다. 파드마삼바바는 부처의 화신(化身)으로 여겨지며, 보통 구루 린포체(Guru Rinpoche)로 부른다. 인육을 먹던 사람들을 각성시키고, 호랑이를 타고 절벽으로 날아와 수행하며 잡신을 물리쳤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샤브드룽은 부탄을 최초로 통일하고 국가의 기틀을 마련한 사람이다. 17세기 초에 티베트에서 건너온 후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자, 그를 반대하던 세력이 티베트를 끌어들여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싸움을 잘 버텨냈으며, 종교와 정치를 분리하여 국가를 운영하고 제도를 정비했다.
샤브드룽 이후에는 정치적으로 혼란을 겪다가 20세기 초에 이르러 부탄 왕국(Kingdom of Bhutan)이 탄생했다. 원래는 왕위가 세습되는 절대군주제였으나, 현재의 왕(4대)이 권력을 내려놓고 입헌군주제도를 도입했다. 소박한 삶을 살고 있는 지금도 인기가 많아서 상점이나 호텔 등 곳곳에 사진이 걸려있다.
기본적으로 국민의 ‘행복’을 추구하는 정책을 추진하는데, 대표적인 예로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을 들 수 있다. 살생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환경보호를 위해 개발에 보수적이다. 국토의 60%를 삼림으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또한 전통 보존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복장이나 건축과 관련한 규제가 까다롭다. 주산업은 농업과 목축업으로, 계곡 바닥의 평지를 이용해서 쌀·보리·수수 등을 재배한다. 수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수출한 이익과 관광객에게 부과되는 세금이 주요 외화 수입원이다.
화폐 단위는 눌트럼(Ngultrum)으로, 100눌트럼은 우리 돈으로 1700원 정도다. 관광객 기준에서 100 눌트럼이면 저렴한 기념품(예, 자석/열쇠고리) 정도를 살 수 있다. 사회·문화적으로는 티베트와 인도의 영향을 받았으나 차츰 독자적인 문화를 발전시킨 형태로, 국어인 죵카어는 티베트어와 같은 문자를 사용한다. 물론 국어를 제외한 모든 과목을 영어로 배우기 때문에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여행 방법
여행 방식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어떻게 보면 ‘행복'의 나라를 찾은 이방인에게 ‘자유’는 없다. 따라서 관광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 여행 방법을 파악을 한 후에는 순서대로 따라가면 되니 단순하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현지 여행사에 인원 수와 방문 시기에 따라 정해진 비용을 지불하고 예약을 해야 한다. 여행 기간에는 배정된 가이드(영어 사용)와 다니는 방식이다. 그래서 외국인 관광객 옆에는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이 항상 있다.
참고로 ‘몇 시까지 다시 집합하세요'가 아니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시스템이다. 험한 산을 트래킹 하거나 고난도의 오르막길을 넘는 라이딩은 얼마든지 즐길 수 있지만, 같이 산을 오르든 차를 타고 뒤에서 쫓아가든 가이드가 붙어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심지어 야영(Camping)이 필수인 일정에는 요리사와 각종 장비를 실은 말까지 붙는다. 그렇다고 추가 요금이 들지는 않으므로, 힘든(?) 여정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경제적일 수도 있다.
하루에 입국하는 관광객의 수도 제한되므로, 극성수기라고 해서 사람 지옥을 체험할 일은 거의 없다. 한편 여성이 혼자 여행하는 경우에는 여성 가이드를 배정해준다. 혼자 여행하는 경우, 2인 그룹에 비해 1일 당 10 USD가 비싸다. 신변 위협이나 비싼 추가 비용(Single Charge) 때문에 걱정이 많은 나 홀로 여행자에게는 괜찮은 조건이다.
여행사 선택
부탄 관광청 홈페이지에서 여행사 목록(Tour Operators)을 보고 직접 연락하는 방법과 국내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예약해서 가는 방법이 있다. 대개 여러 여행사에 견적을 요청하여 비교해서 결정하는데, 가끔 불법으로 가격을 깎아주는 곳이 있다. 누구의 이익을 후려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므로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국가에 납부하는 여행세는 동일할 테니 내가 받을 서비스가 후져질지, 여행사 직원의 수입이 줄어들지 알 수 없다.
여행 비용
기본 경비(Minimum Package)는 1박 기준 200~290 USD(2017년)로 여행시기와 인원에 따라 차이가 있다. 여행세 65$와 필수 경비(가이드/운전기사/차량/입장료/호텔/식사/생수)가 포함된 금액이다. 여행 중에 쇼핑 또는 별도 프로그램(래프팅/마사지 등)을 하지 않는 경우 돈을 쓸 일이 없다. 즉, 쇼핑에 관심이 없고, 식당까지 생수를 항상 들고 다니면서, 콜라나 맥주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은 서비스팁(Tip) 정도만 고려하면 된다. 대신 왕복항공편, 비자(VISA), 송금수수료는 별도다. 비자 발급 비용(40$)과 기본 경비는 사전 완납해야 하므로 송금수수료가 발생한다.
항공편
항공편은 태국 방콕과 인도 일부 지역에 취항하는 부탄 국적기를 이용해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바로 출국하는 경우 방콕으로 가는 것이 경제적이다. 항공편은 직접 홈페이지(드룩에어,부탄항공)에서 개인적으로 구매할 수 있으며, 예약할 여행사에 요청하면 대신해주기도 한다. 다만 다른 경유 항공편처럼 환승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즉, 인천에서 출발하면 최소 2번의 출입국심사(인천-방콕/인도, 방콕/인도-부탄)를 거쳐야 하므로 소요시간을 넉넉하게 잡는 편이 좋다.
일정
일정은 여행사 예약 과정에서 대략적으로 조율한다. 상황에 따라 변경할 수는 있지만, 예약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확정해야 한다. 갑자기 현지 사정으로 일정이 변경될 수도 있다. 비수기(6-8월, 12-2월)는 요금이 싸지만, 비나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돌발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사전에 충분히 생각하고 여행사와 자세히 이야기해보는 것이 좋다.
부탄에 관한 책도 몇 권 읽고, 구글링으로 이런저런 정보를 수집했다. 황금연휴 일정이라 일단 방콕과 부탄 항공권을 직접 구매한 후 여행사에 견적을 요청했다. 몇 번의 이메일을 주고받고 대략의 여정(Itinerary)도 정했다. 손을 달달 떨며 송금까지 마치고 나니 마음이 개운하다. 출발 한 달 전에 여행사에서 비자만 확인하면 된다. 텅 빈 통장을 바라보면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지만, 다가올 여행에 대한 기대 덕분에 괴로운 일상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당시에는 영어공부에 대한 다짐도 잊지 않았건만, 정신을 차려보니 출발이 바로 코 앞이었다. 주입식 교육의 괴물인 나는 문장을 완성하려고 용쓰다가 머리가 하얗게 되는 수준인데 난감하다. 반쪽 영어로 일주일을 지낸다니 걱정이지만 모든 여행이 그러하듯 어떻게든 되겠지. 어쩔 수 없는 순간에는 딱 한 가지만 생각한다. ‘여권’과 ‘돈’만 있으면 여행은 계속된다고. 드디어 멀게만 느껴졌던 수수께끼 왕국으로 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