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강변

[Day 5-2] 푸나카죵(Punakha Dzong) + 흔들다리

by 시에

푸나카에는 아름답게 흐르는 두 개의 강이 있다. 둘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푸나카죵(Punakha Dzong)은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하다. 17세기에 지어진 푸나카죵은 부탄에서 지은 죵 중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것이다. 원래 처음에 붙여진 다른 이름은 ‘행복이 가득한 성’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는데, 이름과 반대로 재난을 많이 겪었다. 18세기 중반까지 여러 차례 큰 불이 난 것도 모자라 19세기 말에는 대지진으로 초토화되었다고 한다. 20세기에도 눈사태와 화재로 망가져서 지금의 건물은 대부분 재건축한 것이다.



날이 좋을 때면 지붕의 빛깔이 매우 아름다운데, 청동 지붕은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 7대가 부탄과의 화해를 위해 기부한 것이라고 한다. 달라이 라마 5대가 몽골과 연합해서 싸우러 올 정도로 두 나라는 전쟁이 많았다.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을 텐데 시간이 흐른 지금은 둘 사이에도 평화가 오는구나.

IMG_0134.jpg



푸나카죵은 재난의 날들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아름답게 빛났다. 주변에 있는 나무의 잎이 노란색이라 마치 노란 꽃이 죵을 둘러싼 것처럼 보인다. 햇살 좋은 어느 봄날 풍경 같기도 하다. 푸나카는 원래 이렇게 덥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승려도 철새처럼 이동을 한다고. 여름에는 푸나카의 승려가 서부의 팀부로 가고, 반대로 겨울에는 팀부의 승려가 푸나카로 온다고 했다.

PA040359.jpg
IMG_0094.jpg



뙤약볕 아래서 하이킹을 하고 푸나카죵까지 들렀더니 더위를 먹은 것 같았다.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을 때, 다음 일정인 흔들다리(Longest Suspension Bridge)에 가겠느냐고 묻는다. 우리가 지친 것을 알았던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답은 예스다. 어딜 가든 실망한 적이 없어서 조금 힘들어도 가보고 싶었다. 다리는 차에서 내리면 바로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품고. 그런데 도마는 주차장 앞의 오솔길로 들어섰다. 이게 아닌데? 걸어서 5-10분 정도 걸린단다. 멋대로 한 상상인데 누구 탓을 하리. 유난히 길었던 십 분이다. 정오를 지난 시간의 햇빛이 어찌나 뜨겁고 길게 느껴지던지.



그런데 다리에 오르자 감탄사를 외칠 수밖에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다리의 양쪽에는 깃발(룽다, Lungdhar)이 매달려 있었다. 부처님의 말씀이 바람에 펄럭인다. 부탄에서는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 소망을 담은 깃발을 거는 데 룽다도 그중 하나다. 색색의 깃발을 이어 붙인 룽다는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발아래가 휑하게 뚫린 다리에서 휘날리고 있으니 기분이 좀 이상했다.



다리 아래로 보이는 강에서는 래프팅이 한창이다. 물살의 세기나 강의 굴곡을 보니, 마니아라면 뛰어들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오늘 같은 날씨라면 정말 딱이지. 도마는 한참동안 강을 내려다보다가 뜬금없이 다이빙을 좋아하냐고 물었다. 전생에 바다사자가 아니었을까 싶은 재이와 달리 나는 물을 무척 무서워한다. 간신히 뜨기는 하는데, 그것조차 겁먹으면 말짱 도루묵이니 맥주병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도마도 수영을 못한다고, 물이 무섭단다. 별것 아닌 공통점에 친해진 기분이다.

PA040168 (1).jpg
PA040174.jpg



다시 세 시간을 달려 서쪽의 파로(Paro)로 돌아간다. 이제 도마와 남걀은 차를 타면 묻지도 않고 음악을 튼다. 오늘도 내용은 모른 채 멜로디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창 너머에는 삼삼오오 몰려서 집에 가는 아이들이 있었다. 어린아이들은 허리춤의 옷자락이 삐져나온 채로 걷는다. 몸집에 비해 큰 도시락 바구니도 들었다. 버스가 있긴 하지만 모두가 탈 상황은 아니라 꽤 긴 거리를 걸어 다닌다고 했다. 그래도 납치의 걱정이 없는 편이라 낄낄대며 즐겁게 간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우리를 향해 소리를 지르거나 인사를 건넸다.


이쯤 되니 도로에는 소와 사람이 섞였다. 우리 눈에는 위험해 보일 수도 있지만 부탄에서는 익숙한 풍경이다. 지나가는 차도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서로 조심해서 지나간다. 뺑뺑이로 학원을 돌지 않아도 되는 아이들의 얼굴은 구김 없이 행복해 보였다. 세계 경기가 별로 좋지 않은 지금, 이 아이들의 미래를 막연히 낙관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얼굴에 남아있는 행복이 아름답게 보였다. 한껏 뜨거웠던 하루가 또 이렇게 저무는구나.



이전 10화논길을 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