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줄곧 달리기만 하던 남편이 무슨 영문인지 지난 12월 한 달간은 아침마다 꾸준히 PT를 다녔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빠진다고 하니 유산소 운동만 하는 것보단 나을 거 같아서 응원해줬다. 나더러 같이 가자고 했지만 귀찮기도 해서 그냥 안 가겠다고 했다. 한 타임에 몇만 원씩 내는 게 솔직히 아까워서였다.
그가 트레이너에게 배워온 것은 특별한 도구 없이도 집에서 할 수 있는 근육 운동들이었다. 그동안 배운 동작을 내게 보이며 따라 해 보라기에. 어차피 배워온 거 나도 같이 하면 반값이다 싶어서. 조금씩 따라 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이젠 주객에 전도되어 남편은 자신이 코치인 양 나를 하드 트레이닝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나야말로 남편이 꾸준히 운동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보조를 맞춘 거뿐이었는데. 너무 심하게 힘들었던 어느 날. 그만하고 싶다며 나는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그 모습에 어이없어하던 남편은 지금도 전신의 근육은 계속 빠지고 있고 그나마 웨이트를 해야 본전이라며 나를 설득했다. 그 말은 나도 다 이해하지만 가혹하게(?) 운동을 시키려 드는 남편의 행동은 내게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하긴 코시국 전후 앞자리가 바뀐 내 몸무게나 급격히 줄어든 운동량을 생각하면 나도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긴 하다. 매년 건강검진에서 빠지지 않는 근심거리인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어떻게 낮출까를 고민하며. 단짠 과자나 분식을 먹는 내 모습은 사실 나도 잘 이해가 안 된다.
각자의 분량대로 운동을 하기로 하고. 필요할 때 도와달라고 할 때 코치해주기로 합의한 뒤. 우리의 대치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그 후 나는 거울 앞에 서서 보란 듯이 덤벨을 들고 가르쳐준 동작들을 혼자서 척척 하고 있다. 4월 중순 마라톤도 등록했기에 매일 바깥에 나가 40분씩 이상 달리고 있어서. 루틴이 된 운동을 빼먹었을 때 상당히 찝찝한 기분이 든다. 이번엔 식이요법까지 병행할 생각이라 올봄에는 훨씬 가벼워질 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