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온/오프 개학,한 달후
4월 6일. 개학 한 달이 지났다. 1/3 등교라 우리 반 학생들과는 일주일(중 5일)을 오프라인, 교실에서 함께 만났다.
8:40~8:55분, 온라인 조회를 한다. (나는 체크인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인사를 하고 시간 안에 오지 않은 학생들은 조회 후 1교시 직전 전화를 하고 학생과 통화가 안되면 부모님과 통화를 한다.
하루 평균 4시간의 실시간 수업.
학교마다 온라인 수업으로 사용하는 툴이 다르다.
모든 교사가 통일된 플랫폼을 쓰도록 강제할 수는 없지만 권장하는 플랫폼이 있다.
일단, EBS 온라인 클래스가 있다.
국가플랫폼인 만큼 많은 학교에서 교사들이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우리 학교도, 개학 전 모든 교사들이 오늘에 학급 방과 교과 방을 만들고 학생들이 가입하도록 했다.
뉴스를 통해 많이들 알다시피 오늘은 아직 온라인 수업 및 서버 자체가 불안정해서 처음 2주간 줌으로 조회, 종례, 실시간 수업을 했었고, 지금은 많이 안정화가 되어서 사용에 무리가 없다. (는 내 기준이고 학생들이 종종 튕기는 현상이 발생한다. 기기에 따라 상이한 것 같다.)
자발적 이유와 강제적 이유 둘 다 있다. 물론 콘텐츠만 하나 올리고 학생들의 수업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좋지 않지만 실시간이라도 강의식으로만 전달하는 수업도 효율적이지는 않다.
학생들은 핸드폰, 노트북, 데스크탑, 패드 등 다양한 기기로 접속을 한다. 그리고 반 이상의 학생들이 화면을 잘 켜지 않는다. 얼굴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 과연 얼마의 학생들이 집중을 해서 수업에 참여할까?
온라인 수업이나 온라인 회의 등이 그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유용하겠지만 '수업이 주어진, 자발적 선택이 아닌' 학생들에게는 집중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모니터라는 장벽에 숨어버릴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다.
실시간 수업을 하는 나는 강의식 수업을 하지 않는다. 2014년 2학기 때부터 강의식 수업은 하지 않고 있다. 학생중심의 그룹 활동이 주가 되는 수업을 한다.
교사들에게는 3월이 잔인한 달이다. 새 학기라 해야 할 업무들이 정말 많다. 2주간 하루 3시간 정도를 자면서 수업 준비를 했었고, 4월에는 조금 안정이 되어 5시간 수면은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교사는, 교실 들어가서 가르치기만 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페이퍼 워크, 업무가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루 수업이 4~5시간이라고 한다면 그 나머지 시간은 교육청에서 온 공문처리, 학교가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컴퓨터에 앉아 쉴 새 없이 일을 한다. (점심도 집에서 가지고 온 음식으로 간단히 책상에서 일을 하며 먹기에 점심시간도 없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그 업무들이 다양한 부서에서 '산발적으로' 오기 때문에 집중을 방해하기도 한다. 동시에 해야 하는 일들, 10가지가 한 번에 돌아가는 것 같다. 딱 10개의 공을 가지고 저글링 하는 기분.
5분 안에 처리할 수 있는 업무도, 일주일이 걸리는 업무도 많지만 중요한 것은, given task가 수업을 제외하고는 전부라는 것. 수업도 한국에서는 교사의 자율성이 크지 않다. 교과서, 시험 등의 이유로 많은 교사들은 정해진 '진도'에 허덕인다.
교무부장, 연구부장 등의 '장'의 타이틀을 갖고 있는 교사들은, 학교 시스템이 굴러가기 위해 필요한 일을 조직하는 것이지 혁신과 창조의 역량이 발휘될 틈이 적다. 물론 이는 교사의 성향과 마음에 따라 달라지기에 학교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도 많음을 안다. 하지만 대부분 교육청의 지침을 따라야 하고 이전에 해온 일들을 답습대로 따라가기도 한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무서운 얼굴과 목소리로 '훈계'하는 모습도 불편하다. 학생들 수동적인 존재로 간주하며 마땅히 권위로 억압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행동들이다. 이런 분위기 안에서 학생들은 '왜'라는 질문을 할 기회도 없고, 이 체제에 '순응'할 뿐이다. 마음이 편치 않다.
치열하게 학생 개개인의 고유성과 잠재력 진짜 배움에 대해 지난 4년여간 고민하고 그것을 실행하다, 돌아온 공교육은, 내가 이 시스템 안에서 교사를 내가 더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계속 제기한다.
글을 다시 이어 쓰는 4월 14일, 지금도 그렇다. 해야 하는 업무들이 힘을 쏟고, 수업 준비까지 하다 보면 하루가 가고, 한주가 간다. 그러다 문득, 이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이라면 더 교육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텐데 라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든다.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어서 하려다 보면 사실 힘이 많이 들어 지치기도 한다.
그럼에도, (긍정적 결말이 좋으니)
현재의 시간, 현재의 장소에서, 내가 만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긍정적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행동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에 게을러지지 않고 있는 나 자신에게 잘하고 있다는 말을 (언제나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종종 우울해지지만) 하는 것에 집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