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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간이 MeganLee Mar 29. 2021

벚꽃이 피는 계절

결국 봄은 온다


작년 이맘때쯤 처음 만나 정신없이 사랑했다. 미래를 함께 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지난 시월부터 내가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결국 관계 또한 끝나고 말았다. 아픈 마음을 추슬러 다시 만나고 또다시 사랑에 빠졌지만, 한 번 부서진 것은 이어 붙일 수 없었다.


좋아하는 감정만을 생각하지 못한다는 게 바로 삼십 대의 사랑인 것 같다. 이성이 필요한 결정을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판단하고, 거기에 또 반복해서 상처 받기에는 이미 우리 마음에 흉터가 많다. 지난 연애의 교훈으로, 삼십 대의 사람들은 모두 안다. 인생에 사랑은 단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너무 특별해 보일지라도, 그게 끝나고 나면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리라는 것을.


한 친구는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구조조정 와중에도 승진을 했다. 하지만 몇 개월 전부터 집으로 익명의 협박 편지를 받기 시작했고, 그 때문에 간단한 장 보러 나가는 것조차 두려워해야 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고 해결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할 일이 많지만,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뎌오며 남자 친구와의 사이가 더 단단해졌다.


다른 친구는 9년을 만난 남자 친구와 최근에 헤어졌다. 남자 친구는 몇 년 전부터 급작스럽게 찾아온 공황장애로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관계를 해치고 있었기에 함께 힘든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친구는 헤어진 일주일 후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연스럽게도 남자 친구는 계획하지 않은 아기를 받아들일 심적 여유가 없었고, 친구는 고민 끝에 결국 아이를 낳아 혼자 키우기로 결심했다. 그 친구는 경찰을 대동해 아동을 학대가정에서 구출하고 법적으로 대변하는 일을 하는데, 그 직업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평균 2년이라는 짧은 근속을 자랑한다.


어떤 친구는 특별한 걱정거리 없이 잘 지내는 것 같아 보였다. 다만 엄마가 유방암 병력이 있어서 본인도 최근에 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이 외에 자궁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견을 받았다. 다른 검사를 더 진행하기 전 혹시 남자 친구나 남편이 있는지, 미래에 혼자라도 아이를 원하는지 등을 확인하는 세션을 가졌다고 한다. 삼십 대 중반인 친구의 남자 친구는 8살 연하 이십 대 후반이다. 진지하게 만나고는 있지만 아직 같이 살고 있지 않고, 그러므로 순서상 함께 아이를 원하는지는 당연히 물어볼 수 없다. 본인조차도 아이를 원하는지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전부 최근 2-3일 동안 만난 친구들의 이야기다. 별 일 없는 인생은 없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전쟁에 치열하게 임하고 있다. 그런 마음으로 걷다가 본, 벚꽃이 만개한 풍경은 내 마음에 위안이었다. 힘든 겨울이든 꽃피는 봄이든 모두 인생의 일부다. 힘들다고 거칠게 밀어낼 것도 없고, 좋다고 행복에만 취해있을 것도 없다. 파도가 치듯이 높고 낮음은 반복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바다 그 자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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