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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지영 Jun 08. 2021

<굿 플레이스>, 우리 삶 속 실제 지옥의 모습

우리는 굿플레이스에 갈 수 있을까

꽤 오래 전에 어느 책에서 읽었던 글귀인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대로 다시 풀어보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어떤 사람이 죽어서 지옥에 갔다. 그런데 지옥은 너무나 고급스러운 호텔방이었다. 지옥에 간 사람은 환호를 했다. 이렇게 고급스러운 호텔방이 지옥이라니. 이런 지옥이라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 지옥도 별거 아니구만... 그때 낯선 사람이 그 호텔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당신들은 영원히 이 호텔방에서 나가지 못합니다.


'나와 다른 사람의 어긋난 관계' 속에 '갇혀 있는 것'이야 말로 진짜 살아있는 지옥이 될 수 있음에 공감하면서 이 '새로운 지옥상'을 기억 어딘가에 깊이 저장해 놓았다. 그리고 얼마전 넷플릭스 메인 화면에 늘 떠있던 <굿 플레이스>라는 미드를 드디어 보기 시작했다. 아직 시즌 2를 보는 중이지만, <굿 플레이스>는 내 기억 속 깊이 저장된 '새로운 지옥상'을 생생하게 재현해낸 엄청난 작품이었다! 


<굿 플레이스> 주인공, '엘리노어'

죽은 사람들의 살아 생전 업적을 철저하게 평가하고 수치화하여 일정 점수를 넘긴 사람들이 간다는 '굿플레이스', 주인공 엘리노어는 '전혀 착한 사람'이 아니었으나, 계획된 착오(?)로 인해 죽은 후에 '굿플레이스'에 가게 된다. 


<굿 플레이스> 포스터

포스터에서부터 느껴지듯, 이곳은 정말 평화롭고 아름다우며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있는, '완벽한 굿플레이스'이다. 이곳에서 주인공들은 '자신의 소울메이트'와 함께 '영원불멸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엘리노어'와 그녀의 소울메이트 '치디' 

굿 플레이스에 도착한 엘리노어는 '소울메이트라고 정해진 사람과 영원히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즌1 후반부에 밝혀지는 반전! 굿 플레이스는 진짜 굿 플레이스가 아니라 사실은 '배드 플레이스'(=지옥)였으며, 지옥 설계자 '마이클'의 '새롭고 대담한 아이디어'에 의해 탄생한, 새로운 지옥의 실험장이었다! 


지옥 설계자 '마이클'과 엘리노어


지옥 설계자 마이클은 기존의 '뻔한 지옥'과는 다른 색다른 지옥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했고, 그 결과 자신이 생각할때 '최적의 지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관계, 두 쌍의 커플을 선정' 하였다. 


(마이클에 의해 선정된) 왼쪽부터 '지안유-타하니' 커플, '치디-엘리노어' 커플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에서, '나의 소울메이트'라고 정해져 있는 사람과, '억지로'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야말로 이들에게 '진짜 지옥'이 된 것이다!! 


이 얼마나 '현실적 지옥'의 모습인가! 

타인이 지옥이 될 수 있음은 철학자 사르트르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우리 모두 체험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 내가 너무나 싫어하는 사람과 매일 얼굴을 마주보며 살아야 하는 것, 어긋난 관계 속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살아있는 '진짜 지옥'이다!!


겉으로는 '굿 플레이스'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불타오르는 지옥'에 빠져 있는 경우가 왜 없겠는가!

'나는 굿 플레이스에 있다'고 주문처럼 외우며 스스로를 세뇌시키고 있는 경우가 왜 없겠는가! 


네 명의 주인공은 '진짜' 굿플레이스에 가기 위해, 정말로 굿플레이스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성장'과 '변화'를 시도한다. 그 여정의 끝이 어디일지, 정말로 궁금하다. 


나는 지금 '가짜' 굿 플레이스에 살고 있는가, '진짜' 굿 플레이스에 살고 있는가, 아니면 그 중간 어디쯤의 여정에서 헤메이고 있는가. 다시 배드 플레이스의 나락으로 떨어질지, 정말로 굿 플레이스에 안착하게 될지, 계속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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