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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지영 Jun 16. 2021

<매트릭스>, 네오가 총알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

가짜를 가짜로 알아볼 수 있는 힘

<매트릭스>에 대해서는 정말 할 이야기가 많다.

볼때마다 새롭고, 볼때마다 깊어진다.

누구에게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새로운 서사가, 새로운 비밀코드들이 밝혀진다.


지금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것은 '네오'!

특히, <네오의 잠재된 힘이 발현될 수 있었던 결정적 장면>

"숟가락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진리를 깨닫는 지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네오는 자신이 '선택받은 자'라는 것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자신에게 정말로 요원들을 물리칠만한 강력한 힘이 있는 것인지,

매트릭스 세계를 전복하고 살아남은 인류를 구원할 힘이 있는지 자신이 없다.


어느날 갑자, 나에게 나도 몰랐던 엄청난 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아, 역시, 난 그럴줄 알았지. 난 인류를 구원할만한 영웅인 줄 알았지" 라며 곧바로 수긍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자신을 '선택받은 자'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모피어스를 따라, 앞 일을 내다 볼 수 있는 '오라클'을 만나러 간다.

오라클을 만나기 직전, 자신이 정말로 '선택받은 자'인지 아닌지 확인을 받기 전에,

네오는 '숟가락'을 자유자재로 구부리는 어린 소년을 만난다.

소년과 숟가락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네오에게, 소년은 말한다.



소년 : 숟가락을 휘게 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 대신에 진실을 인식하려 해보세요.


네오 : 무슨 진실?

소년 : 숟가락이 없다는 진실이요.


이곳은 기계가 만들어낸 가상공간, 매트릭스.

네오가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모든 것은, "기계가 세팅해 놓은 가상 현실"이다.

매트릭스가 보여주는 것을 보며 그것이 진짜라고 여기고, 매트릭스가 들려주는 것을 들으며 그것이 진짜라고 여긴다. 매트릭스가 좋다고 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고, 매트릭스가 피하라고 하는 것을 피하게 된다.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남이 좋다고 하는 것을 자동적으로 좋아하게 되고, 남이 나쁘다고 하는 것을 자동적으로 멀리하게 되고.


# "나이가 어느 정도 되면, 명품백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

이것은 '진짜 진리'인가, 아니면 매트릭스가 만들어 낸 '가상 현실'인가.


# "어떤 집에 사느냐가 그 사람의 수준과 관련된다"

이것은 '진짜 진리'인가, 아니면 매트릭스가 만들어 낸 '가상 현실'인가.


촘촘한 관계망 속에 얽혀 사는 존재로서, 아무리 나는 나만의 길을 가겠노라 다짐하여도,

옆 사람의 작은 움직임에도 나는 매일 크고 작은 파동을 전달받으며 살아가게 된다.

누군가 좋다는 건 나도 갖고 싶어지고, 누군가 한다는 것은 나도 하고 싶어진다.


아이를 키우며 나만의 교육관을 세우겠노라 다짐하지만,

누구는 몇살부터 뭘 배운다더라, 누구는 벌써 뭐를 한다더라....

하더라 하더라는 수만가지 숟가락들이 내 눈을 어지럽게 한다.

그 모든 것이 "진짜 진리"일 수 없다. 모든 숟가락이 처음부터 거기 있었을리 없다.


무엇이 "진짜 진리"이고, 무엇이 "가짜 가상 현실"인지, 참 알기 어렵다.

나 역시 매트릭스 안에 갇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하고, 보여주는대로만 보고 있다.

누군가 흔드는 숟가락을 멍때리고 바라만 보고 있다.

남들이 보여주는 트릭에 현혹되어 내 진짜 삶을 찾지 못한다.



숟가락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진실을 알아야만 숟가락을 구부릴 수 있다.
 그 숟가락은 내가 있는 곳이 '가상현실'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만들어낸
교묘한 트릭 장치라는 것!


당장 눈앞에 나를 지배하고 있는 텍스트 너머의 것을 볼 수 있어야 진짜 힘이 발휘된다.


'숟가락'이 처음부터 없었듯, '총알'도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 총알을 피하는 네오


네오는 '숟가락'이 없다는 깨달음을 통해, '총알'도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를 향해 날아오는 '총알'이 '가짜'임을 깨달을 때,
나는 그 총알에 위축되지 않고 총알을 피할 수 있다.
총알이 '진짜'라고 여기면 총알에 맞아 죽지만,
총알이 '가짜'임을 간파하면 총알을 가지고 놀 수 있다.

그래서 영웅은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 없나보다.

가짜라는 것을 알면서도, 진짜라고 믿고 싶어하니까.

(사이퍼가 매트릭스가 가짜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매트릭스 안에 들어가고 싶어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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