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축구 Sep 23. 2024

동화의 결말.

현실에 동화 같은 이야기는 없다.

이 정도의 속도라면 앞으로도 꾸준히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늘겠다는 교만에 빠졌다. 그리고 걱정되는 부분도 생겼다. 나는 인스타그램 릴스영상의 반응에 한껏 고무되면서도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팔로워들 중 일부는 정말 '동화'같은 결말을 보고 싶어 하는 게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4,5년 전의 이야기라 릴스 영상에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니 어느새 축구선수에 도전했던 여정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3일에 한 번씩 릴스영상을 올리니 아르헨티나에서의 1년간의 이야기는 끝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댓글이 빈번히 보이기 시작했다. 


"진짜 축구선수가 되셨으면 좋겠어요"

"국가대표가 되어주세요"

"포기하지 마세요"


영상에 당시 날짜를 일부러 은근히 표시하기도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의 상황이 현재 진행형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래도 그건 상관없었으나, 사람들은 내가 진짜로 유명한 프로축구선수가 되는 동화를 바라고 있었다. 팔로워는 18000명까지 늘었다.

내 인스타 계정이 한창 뜨거울 때, 학교 제자들이 날 안다며 같이 사진을 찍었던 대학 동기 박동진. 정말 멋진 체육교사다.


사실, 나는 축구선수에 도전할 때부터 어렴풋이 나의 수준과 현실을 자각하고 있었다. 프로계약까지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까지 가서 도전했던 이유는 냉정하게 나의 재능의 끝을 직접 내 손으로 만져보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꿈인 축구선수에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기는 싫었다. 적어도 도전은 해보고 싶었다.


동화는 끝났다. 축구선수 도전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맞닥뜨린 현실들을 영상으로 엮어 내려갔다. 기본학교, 광문고 교사, 서울특별시교육감배 축구대회 등 내 꿈을 다시 찾는 과정들을 영상으로 제작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매일 매일 팔로워 숫자를 확인했다. 그리고 난 우울해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