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계획은 없다!
어떤 공간을 연다면 술과 음식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 둘은 다행히도 내가 사랑하는 축구라는 문화와 잘 어울리기도 했고 축구 다음으로 사랑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식당이나 술집 같은 요식업을 해 본 적이 없으니 덜컥 겁부터 났다. 돈이 얼마나 들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또 내가 잘하는 짓으로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로 했다. '일단' 저지르면 미래의 나는 어떻게든 수습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집 주변에 나온 부동산 매물에 덜컥 가계약을 걸었다. 메뉴 구상이라든지, 사업자등록증이라든지 전혀 준비한 게 없었다. 가계약금은 200만 원. 이때부터 심장이 뛰기 시작하면서 해야 할 일들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요식업에 대한 어느 정도 감이 잡혀갔다. 그리고 일주일 뒤 난 가계약금 200만 원을 포기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지금 생각해 봐도 적확(的確)했다.
나는 그런 큰 공간을 운영할 준비가 되지 않았고, 그런 큰 공간이 나와 어울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200만원이 아깝다고 머뭇거릴 수 없었다. 200만원만큼 고민했고 많은 결정들이 빨라졌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다시 '나'와 어울리는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당근'을 통해 멕시코의 내음을 가득 품고 있는 한 칵테일바를 발견했다. 그리고 여기서 나의 새로운 여정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삼학사로 18길 3, 101호. 상호명 미상. 2024년 7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