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챔피언 김상욱을 보고 싶다.
지금은 ‘블랙컴뱃’이라는 대형 격투기 단체가 되었지만, 그들의 초창기 이름은 ‘무채색 필름’이었다. 아마 내가 김상욱이라는 선수를 처음 알게 된 것도 그 무렵, 2019년. 아르헨티나에서 축구선수에 도전하던 시절이었으니, 어느덧 5~6년 전의 일이다.
그때의 무채색 필름은 지금처럼 대회를 주최하는 단체가 아니라, 격투기 뉴스를 전하고, 선수들을 소개하고, 파이터들의 삶 속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는 다큐를 만드는 유튜브 채널이었다. 나는 그중에서도 파이터들의 다큐를 참 좋아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스스로 고독하게 운동하던 시기였기에 그들의 치열한 일상은 나를 반성하게도 했고, 묘하게 위로도 해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나는 나처럼 고독하게 운동하는 누군가를 찾고 있었던 것 같다. 출연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이미 격투판에서는 어느 정도 이름값이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격투기에 조금만 관심 있어도 아는 선수들이 되었다.
UFC 정다운 / UFC 박준용 / UFC 유수영
그들 중에서는 이름값은 없었으나 유난히 눈길이 가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다른 파이터들과 뭔가 좀 달랐다. 학폭 피해자였던 그는 담담하게 강해지고 싶어 격투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손때가 너무 묻어 표지가 거의 닳아 사라진 ‘니체의 말’을 늘 들고 다녔다. 어떤 질문이 들어오면 그 책에서 읽은 문장으로 답하기도 했다. 또한 입버릇처럼 “챔피언”이라는 단어를 말하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챔피언이 된다면 영어로 인터뷰를 할 거라며 영어공부를 했다.
멋있었다. 자신의 약한 모습을 숨기지 않았고, 강해지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아득히도 멀어 보이는 그 꿈을 반드시 이뤄낼 거라는 상상을 하는 선수였다. 꿈을 이루기 위해 전진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 이후로도 그는 내 시야에서 종종 포착됐다. 언론에 나올 때마다 눈이 갔고,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됐다.
하지만 그가 원했던 UFC 진출과 챔피언이란 꿈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최근 매미킴 TV 채널을 보며 격투기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됐다. 김상욱선수는 아직도 챔피언이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최근 함께 운동하던 동료 중 한 명은 UFC 진출을 이뤄냈고, 지금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리고 김상욱 역시 Road to UFC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그가 그렇게 오래 꿈꿔온 UFC 무대에 설 수 있다.
그런데 그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있으면서도, 그는 동료의 UFC 데뷔전을 돕기 위해 기꺼이 파트너로 원정에 동행했다. 자신의 꿈이 이제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인데도, 동료의 꿈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모습. 정말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세간에서는 말한다.
“김상욱은 UFC에 가기엔 재능이 부족하다.”
“리치도 짧고, 타고난 센스도 없다.”
하지만, 김상욱 선수에게는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최고의 재능이 있다. 바로, ‘황당할 정도로 큰 꿈을 끝까지 꾸어내는 능력.’ 그리고 그 꿈을 믿고 계속 나아가는 끈질김. 그게 파이터 김상욱의 진짜 재능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나는 보고 싶다. UFC 챔피언 김상욱. 그가 꿈꾸던 그 장면을, 우리 모두가 함께 보게 되길 바란다.
<김상욱 선수가 인생을 그리고 격투기를 대하는 태도가 담긴 등장곡으로 글을 마친다.>
https://www.youtube.com/shorts/UN1wHG-4hr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