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다 갈 것인가?
그렇다면 낭만은 무엇인가? 낭만의 정확한 의미는 'Romance'에 담겨있다. 로맨스는 '사랑이야기'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사랑'해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 결국 로맨스고 낭만이다.
엘풋볼에 방문한 손님들에게 내가 선물하고 싶은 것은 명확했다. 각자마다의 끝내 이루고 싶었던 '낭만'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주변 시선이든, 현실이든, 사회적 압박이든 그 무엇이 이유든 간에 잊고 살았던 자신의 순수한 '꿈'을 다시 떠올렸으면 했다. 내 로맨스의 대상이 축구였듯, 각자마다 가지고 있는 로맨스의 대상을 찾았으면 했다.
그래서 이러한 이유로 엘풋볼에서는 세 가지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첫 번째, 낭만의 벽 만들기
엘풋볼을 셀프로 인테리어 하며 끝끝내 비용문제로 바꾸지 못한 곳이 있다. 현재 엘풋볼의 자리는 처음에 분식집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입구 쪽 벽면이 주황색 타일로 되어 있다. 주황색 타일이 마음에 안 들어 바꾸고 싶었지만 비용문제로 바꾸지 못했고 내 눈에 항상 거슬리는 부분이었다. 이곳에 엘풋볼에 방문한 사람들의 낭만을 적어 붙이기로 했다. 조금 큰 접착메모지를 구비해 두었다. 그리고 엘풋볼을 찾는 손님에게 세 가지 문장을 던졌다.
"어떻게 살다 갈 것인가요?"
"죽기 전에 끝끝내 이루고 싶은 나의 낭만은 무엇인가요?"
"엘풋볼을 나가기 전에 써서 붙여주세요"
처음 메모지와 펜을 들이밀면, 당황해 하지만 이내 두 번째 질문을 듣고 나면 눈빛이 심각해진다. 나는 이 순간을 정말 좋아한다.
두 번째, 질문의 벽 만들기
낭만의 벽 옆에 질문의 벽을 만들었다. 스페인어로 "어떻게 살다 갈 것인가?"라는 의미를 가진
"¿Cómo vivirás?"
를 크게 적어두었다.
세 번째, 낭만 온라인 아키이빙
요즘 많은 외식업자들이 돈도 써가면서 열심을 다해 관리하는 것이 네이버지도 리뷰, 카카오맵 리뷰다. 리뷰작업(블로그 작업)을 해주겠다며 전화 오는 마케팅 회사도 꽤 있다. 가게 오픈초기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열심히 운영하다 보면 당연히 좋은 리뷰는 쌓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좋은 리뷰를 부탁하는 것 자체가 뭔가 석연찮았다. 그런데 이곳에 자신의 '낭만'을 아카이빙 하자는 함민규의 아이디어는 엘풋볼에게 너무나 딱 들어맞았다. 그래서 손님들에게 네이버 영수증 리뷰에 '자신의 낭만'을 남겨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리뷰를 남겨준 분들에게 '축구는 내 인생' 수건을 드렸다.
나는 엘풋볼이 이런 과정을 통해 '고약할만큼' 고유한 냄새를 풍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