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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ee Oct 20. 2021

dear late bloomer

intro: 더디지만 한없이 희망적인 마음의 기록 

스쳐 지나가는 순간, 생각, 감정을 붙잡아 기록으로 남기길 좋아하는 나는 겨울에 먹을 도토리를 저장해 두는 다람쥐처럼 이곳저곳 나의 조각들을 기록하고 저장해둔다. 블로그, 다이어리, 메모 앱, 그리고 앨범 등. 그렇게 차곡차곡 기록을 쌓고 살아가다 보면 계절에 상관없이 마음에 겨울이 들 때가 있다. 내가 도통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거나 이 또한 지나갈 거라 믿으며 힘든 시기를 버티고 있을 때. 그때가 바로 도토리를 꺼내 먹기 가장 좋은 때다. 비슷하게 힘들어 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결국 잘 흘려보내고 조금 더 단단한 마음을 얻었던 내가 기록 속에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기록을 다시 읽는다는 건 내게서 변하지 않는 지점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행위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마음과 불완전한 기억 속에서 나를 찾아 헤매기보단 기록을 믿는 편이다. 글을 쓸 때만큼은 나에게 가장 솔직해지자는 주의 기도 하거니와 기억 속의 나와 기록 속의 내가 다를 때가 종종 있는 걸 보면, 어떤 형태로든 기록을 남겨두길 잘 했다고 생각한다. 새삼스레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 하며 내 속도를 믿고 나를 다잡게 하는 힘이 기록 속에 있다. 그래서 나에게 기록은, 느리지만 그래도 결국 자라고 있었다는 성장의 증거물과도 같다.


그러다 보니 문득 이 증거물과 같은 기록들이 여기저 기 흩어져있는 게 아쉬웠다. 차곡차곡 모아온 소중한 기록들을 하나의 실체로 손에 쥐고 싶은 마음. 그래서 결심했다. 30대의 끝자락에서, 50을 걸어가는 중간 길목에, 또 더 먼 어느 날에도 꺼내 먹을 수 있는 도토리 같은 책을 쓰자고 말이다.


내가 누군지 잘 모르겠다고 느껴질 때마다 너는 이런 사람이라며 담담하게 말을 건네는 책. 넘어지고 돌아 가고 엉망으로 보여도 결국 좋은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는 위안이 될 책. 마침 20대의 마지막 골목을 지나는 지금, 나를 돌아보며 글을 정리하는 데도 이보다 적절한 타이밍이 없었다.


그렇게 지극히 사적인 책을 만들고자 했으나 조금 더 용기를 내어 부족하게나마 세상에 내놓기로 한다. 한 명이라도 좋으니 어딘가 있을 나와 같은 이에게 잔잔한 위안이 되었으면 하며. 무엇보다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람, 마음에 마찰이 자주 일어나 행동하기까지 오랜 시간과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런 나를 잘 빚어 나가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은 확실한 사람이라면 조심스레 내 이야기를 건네보고 싶다.


내밀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는 게 설레면서도 두렵기도 하다. 읽다 덮는 책이 될 수도 있겠으나 읽는 동안 조금이라도 마음이 동했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 다. 욕심을 내려놓고 기꺼이 나의 불완전함을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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