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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ee Oct 20. 2021

괜찮아, 자연스러운 마음이야


어제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가 정말 봄을 만났다. 코트를 벗고 다녀도 춥지 않고 볕 좋고 바람 좋고. 날씨와 호르몬의 노예인 나는 이런 날엔 진짜로 어느 곳 에서든 이름 없는 춤을 추고 싶다. 사실 대형 모니터를 가림막 삼아 회사에서 작은 댄스도 춘다. 연희님 맨날 어깨춤 춘다고 소문은 없나 몰라.


날이 너무 좋으니 제일 하고 싶은 건 글을 쓰는 일이었다. 간밤의 싱숭생숭한 마음에 대하여 털어놓고 싶었으나 무거워지는 눈꺼풀에 지고 말았던 어제를 이어받아서. 마음 좋지 않은 얘기다 보니 굳이 더 깊게 파고 싶지 않아 져준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지나간 마음을 그대로 덮어두기엔 신발 속 작은 돌멩이들을 무시한 채 걷는 느낌이 아닌가. 그럴 바엔 신발을 벗고 툭툭 털어내어 시원하게 걸어가고 싶으니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같은 주제도 지금처럼 기분 좋을 때 쓰면 조금 더 긍정적인 방향을 도출해 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다시 들여다보는 어제의 마음.


정말 아끼고 좋아하는 친구가 앞서 나갈 때 백 퍼센트 축하해 줄 수 없는 마음이 있다. 그런 마음을 어르고 달래며 다잡아 본다. 그나마 텐션이 올라와 있고 기분이 좋은 순간 포착된 진심을 겨우 꺼내어 축하해 주는 마음. 친구의 배로 늘어난 연봉을 듣고 다시 또 훅- 꺼지는 마음.


어떤 가치관이 뚜렷해질수록 아무렇지 않게 나누던 대화들이 불편해지는 마음도 있다. 그들의 생각은 그들대로 나는 나대로 분리해놓은 채 '그렇구나'라며 물 흘러가듯 받아들여지지 않는 마음. 한마디 하고 싶다가도 영혼 없는 웃음소리로 흘려버리는 마음.


"옹졸해 진짜." 마주하고 싶지 않은 두 마음이 하루 동시에 올라오자 스스로 말했다. 낯짝은 두껍진 않아 이런 마음들은 금방 표가 날 테고, 되는대로 이 마음을 쏘아붙이자니 나는 언제나 좋은 사람이고 싶다. 늘 그래 왔듯 아무도 없는 방향으로 얼굴을 돌리고, 마음이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일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언제나 좋은 사람이고 발전하고 싶어 하는 것도 짜증이 났다. 이 마음들은 옹졸하기 이전에 인간이라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감정의 발현 아닌가. 언제고 어느 상황이고 중심이 단단하게 잡힌 사람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리고 난 아주 보통의 마음 크기를 가진 사람이다.


부러운 거 맞고, 불편한 것도 맞다. 진짜 사랑하는 내 친구지만 잘 풀려서 정말 부럽고, 차단할 수 없는 사람들과의 의미 없는 대화는 가끔 진절머리가 난다. 나 자신을 스스로 착하게 다독이곤 '친구가 잘되면 너에게도 정말 좋은 일이잖아. 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의 대화만 나누고 살 수도 없어. 시시껄렁한 얘기들은 흘려듣자.'라며 예쁜 말로 얘기하는 건 가끔 도저히 읽히지 않아 두세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보는 자기 계발서 속 문장 같다.


그렇다면 뭐 어쩌겠나. 질투를 에너지 삼아 난 나의 길에서 누군가를 부러워하지 않을 만큼 정신 똑바로 차리고 열심히 하는 수밖에. 끼고 싶지 않은 대화들이지만 유지해야 하는 관계라면 카톡 창을 밑으로 쭉 내려버리면 되지 뭐. 굳이 읽고 시답잖은 답장을 할 필요가 있나. 보기 싫으면 보기 싫은 대로 며칠이고 보지 말자. 예쁜 말들에 덮인 한 겹을 걷어내니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마지막 한 방으로 코인 노래방에서 목청껏 소리 지르고 나면 응어리가 다 풀릴 것 같은데 말이지. 코로나로 인해 시국이 시국인 만큼 오늘 밤엔 혼자 분노의 달리기를 하련다. 가끔은 가식 떨 필요 없이 솔직하게 마음으로, 몸으로 풀어버리는 게 마음의 평안을 되찾는데 제일이다.


옹졸한 마음이기 이전에 그냥 자연스럽고 솔직한 마음. 내 마음은 그런 거였다. 그게 그냥 내 마음이니 괜찮다. 내일은 왠지 꽤 괜찮은 하루일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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