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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Oct 31. 2020

핀란드에서 만난 TEDx

그들은 거꾸로 말하는 것 같다. 생각을 뒤집어보는 연습.


비즈니스 학과 학생들이 수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준비한 TEDx.  


*TED는 Technology(기술), Entertainment(오락), Design(디자인) 의 약자로 미국의 새플링재단(Sapling Foundation)에서 다양한 분야의 뛰어난 연사들을 초청해 개최하는 국제적 규모의 강연회이며, TEDx는 학교, 기업, 도서관 등 TED와 비슷한 형식의 강연을 열고자 할 때 이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평소 온라인으로만 TED를 즐겨 봐 온 나는, 실제로 TEDx 의 분위기가 궁금하기도 했고, 어떤 연사들이 올지 궁금해 망설임없이 참가 신청을 했다.



첫 번째 등장한 연사는 Dr. Marki Pantsar라는 분이었는데, 탄소중립, 즉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순환경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이었다. 알고 보니 그녀가 소속된 Sitra는 핀란드 의회의 감독 하에 운영되는 공공 재단으로, 특별히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순환 경제와 관련한 비즈니스 모델에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핀란드 의회, 즉 국가가 이를 운영하고 지원한다는 것이 참 인상 깊었다. 


'Circular Economy', 순환 경제라는 그 용어가 익숙하지 않게 들린다는 것은 조금 슬펐다. 말그대로 '자원의 선순환' 무언가를 제조하고 폐기하는 것이 반복되는 기존의 시스템과 달리 이것이 새로운 자원으로 또 활용되고 경제적으로 유의미해지는 것, 핀란드는 이를 위해 국가적으로, 기업적으로 한 발 나서서 고민하고 있었고, 이의 중요성을 아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진다는 것 역시 놀라웠다. 


그녀가 예시로 설명한 자전거 모델은 순환경제를 설명하기에 쉽고도 명확했다.


이어서 핀란드 환경부에서 정책 제안을 맡고 있는 Heta Heiskanen이라는 분이 무대에 등장했다. 


사뭇 진지한 표정의 그녀는, 잠깐의 무거운 침묵을 떼고 강연을 시작했다.


"We have lots of solutions, knowledges but not touching the people’s heart. We know this things, but we don’t act". 


우리는 이미 10년 전, 아니 그 전부터 북극곰이 살아갈 빙하가 녹고 있고,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동일한 이야기를 하고, 사람들은 행동하지 않는다.


그녀는 조금 새로운 이야기를 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Cultural activism' 그리고 'Cooperation'. 


"Climate actions is not just voluntary actions. We need platforms for cooperation, like Green silicon valley". 


정말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그녀는 막연하게 '지구를 지킵시다'라는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닌, 정말 어떤 요소들을 고려해서 실질적인 행동을 해야 할지를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작은 스웨덴 소녀의 움직임이 세상을 흔들었지만 이것이 지속되려면 사회의 각계각층의 주체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문화로 자리잡고 결국에는 정책적으로 실현어야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제시한 키워드는 바로 Science, Cooperation, Culture, Law 의 상호 협력이었다.


현재 핀란드에 200개 정도 되는 환경과 관련된 법이 있는데 실질적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이 법을 시민들이 함께 재조명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 있으면 함께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그리고 TEDx의 두번째 세션이었던 핀란드의 한 창업가의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실패에 대한 모험" 이라는 주제로 이어진 강연은, 앞서 들었던 주제와도 연결지어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TED 행사 이후 오후에는 프랑스 UBO라는 학교에서 핀란드까지 오신 교수님과 흥미로운 워크샵을 했다. "Try to find the 'WORST' possible solution to the problem - How can "worst" be the solution?"

처음에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 이미 머릿속에는 정돈된 답들만이 준비되어있던 나였다.생각을 뒤집어 보는 연습, 나는 이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팀원들과 하나둘씩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다보니 처음에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같아 보였는데 그 아이디어에 꼬리를 물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덧붙이다 보니 기존에는 생각해보지 못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생각들이 나왔고, 신기하게도 문제에 대한 해결로 다가서고 있었다. 익숙한 것들로부터 탈피하기는 언제나 어렵다. 하지만 그 틀을 깰 때, 우리의 일상은 한결 새롭고 재미있다. 작지만 큰 변화를 일으키는 단초가 된다.


문득 2017년, 미국에 있었을 당시 이름이 너무 특이해서 참여해본 'Bad idea meetup'이 문득 생각났다. 누가 더 괴상하고 독특한, 말도안되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지 공유하는 모임이었다. 실패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오히려 일부러 실패해보려는 사람들. 


지속가능성, 순환경제, 기후위기, 그리고 실패와 도전. 이들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아무도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화석연료가 없는 자동차. 물, 공기만을 이용해 단백질을 만드는 실험을 통해 미래의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생각하는 스타트업. 종이 없는 종이컵을 만드는 회사. 이들의 시작은 당시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bad idea였을지 모른다.


이들의 공통점은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이다. 지난번 Dash Design Hackathon의 오프닝 연사로 왔었던, Tuija라는 분이 했던 말씀이 생각났다. 양 손가락을 교차하여 손을 맞잡을때 평소에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위로 올라갔다면, 반대로 왼쪽 엄지손가락이 올라가도록 맞잡아보라고 했다. 익숙한 그 느낌에서 완전히 벗어난, 뭔가 불편한 그 느낌. 우리는 그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던 그녀의 말이 어떤 울림으로 내게 다가왔다.



나는 얼마나 그 느낌에 가까워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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