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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Mar 07. 2024

세계인의 간식으로 우뚝 선  초코파이

한국인의 정 마케팅으로     러시아의 국민간식이 되다.

나는 수계 받은 불적 있는 사람이다. 법명은 홍의다. 넓을 홍弘 의리의 義 널리 의로운 일을 하며 살아가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그렇다고 절에 다니는 불자는 아니다. 한마디로 나이롱 불자다. 


제목을 초코파이로 던져 놓고 뜬금없이 법명을 들먹이는 이유가 있다. 바로 내 법명 속에 초코파이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 힌트로도 군대 갔다 온 사람은 감 잡았을 수도 있다. 입대 후 신병교육대에서는 매주 일요일 종교행사가 있었다. 종교행사는 가지 않아도 되는 자유선택 시간이었는데 대부분 신병들은 막사에 남아 있으면 조교들이 이것저것 시켜대니 종교가 없어도 불교, 천주교, 기독교 중 아무 종교나 선택했다. 나도 무교였지만 불교를 선택했다. 불교행사에 가면 사탕이나 과자를 주는 다른 종교와 달리 초코파이를 줬기 때문이다. 그렇게 초코파이를 따라가 수계까지 받고 법명이 생겼다. 지금도 초코파이를 보면 군대 시절이 생각이 난다. 또한 내 법명 홍의를 떠올린다. 비록 초코파이가 만들어 준 법명이지만 나는 여전히 널리 의를 펼치며 살아가라는 내 법명을 간직하고 산다.  

러시아의 국민간식이 된 초코파이: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총리 식탁 위의 초코파이

사설이 길었다. 졸병의 배고픔을 달래줬던 초코파이가 우리나라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초코파이가 러시아의 국민간식이 된 지는 꽤 오래되었다. 인구 1억 정도인 러시아에서 연간 8억 개 이상 팔리고 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초코파이가 되었다. 초코파이가 러시아에 알려진 것은 1990년대 초반 부산항에 입항했던 러시아 선원들을 통해서였다. 러시아 사람들은 처음 맛보는 달달한 초코파이 맛에 흠뻑 빠져들었다. 러시아 시장의 가능성을 파악한 오리온은 적극적으로 러시아 진출을 모색했다. 그렇게 시작된 초코파이의 현지 진출은 이제는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단계에 이르러 러시아 국민간식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오리온은 어떻게 그 낯선 땅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바로 현지화 전략이었다. 한국에서 초코파이는 대중적인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러시아에서는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진출 초기 오리온은 덤핑 공세를 과감히 포기하고 대금을 받아야만 선적하는 선불 정책을 철저하게 고수했다고 한다. 그 대신 철저하게 현지화하여 러시아의 기후환경에도 맛과 품질로 신뢰를 쌓아 프리미엄 고급 파이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러시아 마트 진열대 초코파이

초코파이는 이제 러시아뿐만 아니라 동남아 시장에서도 인기다. 오리온은 베트남에서 초코파이를 발판 삼아 제과시장을 평정했다. 오리온은 베트남에서만 초코파이 단일 품목으로 2022년 연 매출이 1천억을 넘겼다니 정말 ‘정’ 하나로 이룬 엄청난 성과다. 이렇게 형체도 없는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 ‘정’ 마케팅을 발판 삼아 세계를 석권한 오리온은 칭찬받을 만하다. 오리온이 발표한 2020년 초코파이 매출을 보면 중국 2151억, 러시아 766억, 베트남 898억, 한국 975억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국내 매출의 두 배를 넘는다. 초코파이는 오리온뿐만 아니라 롯데에서도 생산하고 있다. 이들 두 회사 수출액을 합하면 매출액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초코파이는 이제 그저 아이들 주전부리 과자로만 볼 일이 아니다. 초코파이 속에도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자랑스러운 K-유전자가 들어 있었다. 국뽕을 맞았는지 동네 마트 진열대 초코파이에 괜히 애정이 간다. 

초코파이 세계인의 간식이 되다: 각 나라별로 판매되는  초코파이

1974년 탄생한 오리온 초코파이는 어느덧 50살이 되었다. 처음 미국의 문파이를 보고 한국식의 초코파이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파이가 되었다. 초코파이도 무엇이든 이 땅에 들여오면 우리 것으로 새롭게 만들어 내는 독보적인 혼종문화 창조자의 기질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성공작이다.

초코파의 원조 미국의 문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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