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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홈즈 Apr 20. 2024

1년에 책을 몇 권 정도 읽어야 할까?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 五車書)라~

올해도 벌써 넉 달이 지나고 있다. 연초 세웠던 계획들은 잘 진행되고 있는지 한번 돌아볼 시점이다. 사람들의 신년 계획을 들여다보면 독서가 들어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데도 우리나라가 여전히 독서량이 거의 세계 꼴찌 수준이라고 하니 의아하긴 하다. 

나도 몇 해 전까지는 매해 100권의 독서량을 목표로 정했었는데 지금은 독서가 어느 정도 몸에 익어 독서량(한 해 몇 권)으로 계획을 세우지는 않는다. 대신 올해는 ‘어느 분야의 책을 읽고 글을 몇 꼭지쯤 써야겠다’는 식으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독서량 목표가 의미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한 해 어느 정도 독서량을 목표로 잡아야 할까?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 五車書)라는 말이 있다. 두보의 시에 나오는 구절로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요즘 페미니스트들이 보면 ‘아니 왜 남자만?’ 하며 따지고 들지도 모르겠다. 그 당시 시대 상황에서 나온 말이니 너무 표현에만 집착하지 말고 문맥에서 의미하는 것들을 들여다보자. 하도 문장 하나에 트집 잡는 세상이다 보니 단어 트라우마가 생겼다. 이러한 까칠한 시대 상황도 다 독서 부족으로 인해 생긴 현상 중 하나라는 생각이다. 핸드폰 세상이다 보니 이모티콘이나 줄임말, 단문으로만 소통하다 보니  문장을 읽기 싫어하고 그러다 보니 긴 문장의 문맥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앗 또 샛길이다. 


다시 본론으로 말하면 원래 ‘남아수독오거서’라는 말은 장자가 친구 혜시의 장서를 두고 한말이라고 한다. 이를 현대식으로 해석해 보면 ‘남아’는 장자 자신을 말한 것이니 꼭 남자라고만 해석하지 말고 그냥 ‘사람’이라고 해석해 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다섯 수레의 책이라 함은 오늘날 종이 책으로 비교 가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당시는 책이 종이가 아니라 죽간으로 되어 있던 시대다. 그러니 한 수레 책의 양을 오늘날처럼 몇 천 권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죽간의 크기가 컸을 것이니 많아야 몇 백 권 정도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에게? 그럼 겨우 몇 백 권 읽으면 된다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또 아니다. 왜냐하면 당시는 오늘날처럼 책의 종류가 수천만 권에 이르지 않았던 시대다. 아무리 죽간이라지만 다섯 수레의 책이면 그 시대 읽을 수 있었던 거의 모든 책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남아수독오거서라는 말의 본 의미는 태어나 죽을 때까지 독서하라는 말이라고 해도 될듯하다. 남아수독오거서, 다시 말해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책을 읽으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죽간(복원품)

그럼에도 오늘날 기준으로 다섯 수레 책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면 유추는 가능하다. 독서를 통해 세상 이치를 깨우쳤다는 많은 다독가들의 경험을 통해서다. 이들이 독서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우쳤다는 근접 지점은 대략 2천 권 정도였다. 민들레영토 지승룡 소장은 2년 동안 2천 권을 읽은 후 새로운 도전으로 성공하였다고 했고, ‘꿈꾸는 다락방’의 저자 이지성 작가는 2천 권의 책을 읽고 서야 뭔가 세상을 보는 시야가 트였다고 말한다. ‘48분 기적의 독서법’의 저자 김병완은 3년 동안 무려 9천 권을 읽고 난 후 이치를 깨우쳤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들의 독서량을 가늠해 보면 대략 2천 권 정도는 읽어야 두보가 말했던 남아수독오거서의 의미에 부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니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 五車書)라는 말을 요즘 말로 바꾸면 ‘사람으로 태어나 죽기 전에 2천 권 정도의 책은 읽어야 한다’쯤으로 해석해도 될 듯하다. 


‘너무 많다고?’ 그렇다면 조금 가볍게 계산해 보자. 2천 권 중에 우리는 이미 1천여 권은 읽었다고 본다. 좋든 싫든 중고등학교 대학교 거쳐 억지로라도 읽은 교과서와 기타 책을 포함한 숫자다. 그러니 남은 책은 겨우 1천여 권이다. 많다면 많지만 1천 권이면 한 해 50권씩 20년이면 족한 숫자다. 이 정도는 죽기 전까지 읽을 수 있지 않겠는가? 


‘에이 먹고살기 바빠 죽겠는데 1년에 50권을 어떻게 읽어? 에이 몰라 그냥 살다 죽을래’

‘인생 뭐 있어. 그냥 살다 가는 거지 뭐’


책 안 읽어도 당장 죽지 않으니 말리지는 않겠다. 다만 세상 이치를 깨우치고 싶다는 생각은 버려야 하고, 나이 들수록 자식이나 후배들 말 잘 들어야 구박둥이를 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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