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랜딩 박사 Dec 31. 2021

미국 대학 교수 포지션 면접은 처음이지?

6군데 지원하고 2군데 면접 본 후기

학술 논문이 출판된 후부터 학교에서 원하는 스펙도 볼 겸 미국 대학 교수 자리 공고를 관심 있게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초부터 보스턴에 있는 대학 교수 채용 공고에 하나둘씩 지원하기 시작했다. 미국에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Tenure track보다 풀타임 기간제 조교수 자리를 위주로 제출했다. 총 6개 대학에 지원했고, 그중 풀타임 테뉴어 트랙이 2군데였다. 공교롭게도 그 두 곳에서 면접 제의가 들어왔다. 답장 없는 4개 대학은 보스턴에 있는 곳(집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 면접 본 2개 대학은 보스턴에서 차로 편도 30분 - 1시간 20분을 이동해야 하는 곳이었다. 난생처음 본 대학 교수 포지션 면접, 드디어 EAD(Work Permit_일할 수 있는 허가증)를 활용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 곳은 파이널 면접에서 탈락했고, 한 곳은 이니셜 면접 이후 연락이 없다. 아직까지 연락이 없으면 탈락이겠지 ㅠㅠ 비록 탈락했으나 역시 값진 경험이었고, 미국에서 대학 교수 면접을 볼 누군가를 위해 후기를 남겨본다. 팬데믹 기간이라 두 대학 모두 Zoom으로 진행했다. 미국의 교수 채용 프로세스는 단순히 직원으로서의 교수를 채용하는 것이 아닌, 함께 일하는 동료를 채용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쫒기 듯한 채용 스케줄보다 몇 개월에 걸쳐 다각도의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나의 연구 분야와 포지션의 FIT

교수 포지션에 지원할 때 중요한 것은 공고가 난 자리와 나의 연구 분야와의 FIT이다. 아무리 훌륭한 경력과 실적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공고가 난 자리와 무관한 것이라면 면접까지 갈 가능성이 없다. 보스턴에 있는 대학의 경영학과에서는 빅데이터, 데이터 분석 쪽을 전공하고 연구하는 포지션이 많이 나왔다. 세부 전공으로 마케팅학과에서도 역시 데이터 분석, 디지털 마케팅 쪽 포지션이 많았다. 나의 관심 연구 분야인 브랜딩 전략 쪽은 공고 자체도 나지 않는 상황...


아! 그리고 내가 지원한 대부분의 학교 공고 ph.D와 DBA 모두 지원 가능하다고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었다. 누군가가 DBA는 교수 지원할 때 불리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었는데, 그렇지 않은 걸로!! 연구 분야 FIT과 연구 실적이 있다면 둘 간의 차별은 없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겠다.


그래도 내가 지원한 6곳은 어떻게든 내 연구와 경력과 연결 지을 수 있는 곳이었다.

A: 전략 및 국제 비즈니스(Strategy and international business)

B: 환대산업(Hospitality)

C: 기업가정신 (Entreprenuership)

D: 마케팅(Marketing)

E: 마케팅(Marketing)

F: 경영학과/환대산업(Business Administration/Hospitality)

6개 학교 중 굵은 표시한 두 곳에서 면접 요청을 받았다.



지원 서류

준비해야 할 지원서류는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다음의 항목들을 준비하면 큰 무리가 없다.

Cover letter(자기소개서)

Curriculum Vitae(이력서)

Statement of teaching philosophy(강의 철학)

Statement of contribution to diversity(다문화 기여문)

Teaching evaluation scores(강의 평가 점수)

Referee list(추천인 명단)

Transcript(성적표)

Writing sample(작문 샘플)



면접 준비

지원서 작성을 할 때 학교 교훈, 역사, 교수진 명단 및 이력, 개설 과목, 외부 평가 등을 살펴봤지만, 면접 연락을 받으면 다시 한번 더 꼼꼼하게 살핀다. 현재 교수진의 전공과 연구 분야도 꼼꼼하게 살펴보고, 내가 이들과 함께 일할 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해보는 것이 필수다.


1차 면접에서는 내 연구 분야에 대한 발표 및 강의 시연, 질의응답을 한다. 학교에서 정해주는 것에 따라 발표 준비를 하면 된다. 학교에 따라 1시간 발표를 하는 경우도 있고, 짧게 2개의 주제로 각각 10분-20분 발표를 하기도 한다. 그에 맞게 준비할 것. 미국 대학은 질문에 관대하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문의하는 것이 좋다. 괜히 눈치 보다가 준비했어야 하는 것을 놓치는 불상사가 없도록 할 것.



면접 절차

1차 면접 - 캠퍼스 투어 - 교수진과 1:1 만남 등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이 역시 학교마다 다르기 때문에 케이스 바이 케이스. 내 경우, F 대학은 갑작스럽게 교수를 채용하는 케이스라 1차 면접이 곧 파이널 면접이었다. E 대학은 2022년 9월부터 근무하는 포지션이었는데, 1차 면접을 2021년 8월에 봤다.



면접 질문

면접에는 학과교수들이 참여해서 1인당 최소 1-3개씩 질문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질문도 많은 편이다. 내가 면접   대학에서 받은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학교의 질문이 겹치는 것도  많았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 비자 지원 문제와 언제까지 보스턴에 거주할 것인지에 대한 이슈가 있으니 현명하게 대답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주권이 있거나 취업 비자가 해결된 경우는 문제없음).


보스턴에서 현재 하고 있는 일은?

한국에서 가르쳤던 과목 + 마케팅 외에 다른 경영학 과목도 가르칠 수 있는지?

나의 관심 분야와 현재 진행 중인 연구

이 학교에 지원한 이유와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

나의 경쟁력은?

다양한 배경과 나이대의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Diversity에 대한 나의 생각과 태도

현 대학이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학생들을 학교에 engage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학생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얻어갈 수 있게 할 것인가?

수업 커리큘럼은 어떻게 계획하는가?

수업 진행 방식에 대한 질문

학교 수업 외에 학생들과 시간을 보낸 경험은?

학교 수업을 진행할 때 힘들었던 점이나 실수했던 부분, 거기서 얻은 깨달음은?

수업시간에 활용한 기술 (Technology)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행동이나 노력

성적 평가는 어떻게 했는가?

온라인 수업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최신의 업계 트렌드 정보를 어떻게 얻고 있는가?

취업 비자가 있는지 (미국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인지, 학교에서 비자를 해결해 줘야 하는지 여부)

언제까지 보스턴에 살 예정인지

자기소개서나 이력서에서 흥미로운 부분에 대한 추가 질문


내가 학교에 할 질문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는 해당 학교에 대한 나의 관심도를 표현할 뿐만 아니라 학교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나는 학교의 문화, 이 포지션에 원하는 사람(기대하는 바), 학과에서 설정한 향후 5년간의 목표 및 비전, 졸업생들은 어떤 진로를 선택하는지,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만족도는, 교수를 위한 연구 지원 및 혜택 등의 질문을 준비했다.




거의 1년 반 동안 외부와 차단된 채 집콕만하다가 오랜만에 영어로 대화를 하려니 처음에는 꼬이고 정신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졌다. 면접 전에 최대한 입을 많이 풀어놓고 물도 옆에 준비해 놓자. 면접에 앞서 카메라에 자신이 발표하는 모습과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을 담아보고 리뷰해 볼 것!


1차 면접 때 발표 및 강의 시연과 질의응답 순서를 인터뷰이가 선택할 수 있을 경우, 무조건 발표 및 강의 시연을 먼저 하고 그다음에 질의응답을 하길 바란다. 내 경우, 첫 번째 면접에서 질의응답을 먼저 했는데 잘못된 선택이었다. 강의 시연/발표를 먼저 하면 전반부에서 조금 망친 것 같아도 질의응답으로 분위기를 좋게 만들면서 다음 기회를 노려볼 수 있다. 그런데, 강의 시연/발표를 나중에 하면 만회할 기회가 없다. 그리고 면접 자체가 되게 애매하게 끝나고 후회가 남더라. 모든 강의에서 질의응답을 뒤로 미루는 것은 이유가 있다.


인터뷰 질문은 인터뷰이를 평가하고 그의 성향을 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이 생각지 못한 것 등에 대한 영감을 얻는 과정으로도 활용된다. 질문을 하고 나의 답변을 진지하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화면을 통해서도 느껴졌다. 두 학교 면접에서 모두 나의 답변에 "고맙다"는 답변을 꼭 했고, "좋은 방법이다. 고맙다"라는 코멘트를 듣기도 했다. 인터뷰이를 굉장히 존중하는 느낌. 비록 탈락하긴 했지만, 면접 후에 이 학교들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이 생겼다.


면접을 보고 나니 지원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가 감이 조금 잡힌다. , 지원 공고를 보면  경력과 연구 내용으로 지원해볼 승산이 있는지의 여부가 어느 정도 예상된다. 뭐든지 의미 없는 경험은 없다. 면접에서 탈락했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다. 나와 맞는 곳이면 어떻게든 이어질 것이고, 그렇지 않은 곳이면 빨리 접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은 것이겠지. 시간이 지나니 나도 제삼자의 시선으로 이렇게 덤덤하게 이야기하지만, 은근히 나와 FIT 맞았던  같아 기대했던 대학에서 면접 이후 연락이 없자 한동안 의기소침다는 것은  비밀 ;)

이전 17화 보스턴 라이프, 독립 연구자의 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