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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 박사 Jan 01. 2022

나에게 가장 맞는 길을 찾아서

끊임없는 도전

미국 마케팅학과 교수로서의 삶

2022년 8월부터 나는 보스턴의 작은 사립대에서 3년째 조교수이자 마케팅 학과장으로 경험을 쌓고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는 연구 중심대학이 아닌 교육 중심대학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학기에 가르치는 과목의 수는 4과목이고 초과하는 과목에 대해서는 초과수당이 지급된다. 덕분에 나는 3년 동안 마케팅 전반에 걸친 많은 과목들을 가르치고 있다. 

마케팅 원론

소비자행동론

마케팅 연구 조사론

브랜드 전략

인바운드 마케팅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전략

마케팅관리론

졸업연구

소비자행동론, 인바운드 마케팅,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전략은 나도 전문성을 갖고 있는 분야는 아니었던지라 나도 새롭게 공부하며 가르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한 만큼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빛을 보면 힘든 것이 사르르 녹아 없어진다. 초반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이제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덕분에 나도 마케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브랜드의 마케팅 활동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시야가 넓어졌다. 교육 중심대학이지만, 이 대학은 연구를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학기별로 연구비를 제공해 준다. 덕분에 나는 브랜딩 관련 연구 및 케이스발굴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학부생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지만, 교수의 일방적인 강의는 학습 효과가 낮기 때문에 나는 모든 수업에서 강의, 토론, 프로젝트를 통합해서 가르친다. 토론을 위해서는 학생들이 토론 주제에 대해 미리 생각해봐야 하는데, 강제성이 없으면 대다수의 학생들이 준비하지 않기에 토론 주제에 대한 과제 제출을 하도록 한다. 과목당 한 학기에 제출하는 과제 (리포트)는 7-8개다. 과제를 하는 학생들도 힘들겠지만, 이는 채점하고 피드백을 해줘야 하는 나에게도 시간과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되는 일이다. 매 학기 중에는 '다음에는 과제를 반으로 줄여야지' 다짐하지만, 피드백을 주는 만큼 학생들의 실력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면 중독과 같아서 아직까지 타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보스턴에 살고 있는 지금은 대학교수의 삶을 살고 있지만, 내가 한국에 돌아가서도 이 일을 할지는 모르겠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성장하는 모습에 뿌듯함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지만, 강의준비, 강의, 과제 채점, 프로젝트 관리, 학생 면담, 교수 회의 및 각종 학교 행사, 외부활동 등등 거의 스타트업 사장과 같이 해야 할 일이 끝이 없다. 호텔에서 실습생으로 일할 때 선배들이 했던 말이 있다. "호텔에서 일하는 것은 겉으로는 우아해 보이지만, 물아래로 끊임없이 발길질을 하는 백조와 같다"였다. 교수가 되어보니 교수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학기 중에는 누구보다도 발길질을 열심히 하는 참 워라밸이 없는 직업임을 실감한다.


진행 중인 내 인생 설계에 대한 고찰

지금도 끊임없이 내가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탐색은 진행 중이다. 그리고 과연 한국에서의 전임교수의 삶이 나에게 맞는, 내가 즐길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있다. 모든 일에 장단점이 있고, 그 둘의 밸런스를 잘 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교수의 삶을 살면서 보니 장단점이 극명히 나뉘고 어떤 일은 내가 이렇게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의 편의를 위해 그에 대한 노력을 아끼면 학생들이 그만큼 손해를 본다는 생각에 놓을 수도 없다.


특히 최근에는 AI가 우리 생활에 더욱 깊숙하게 들어와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시대가 도래했고, 이는 학생들의 지식습득방식과 취업, 그리고 대학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AI의 발달로 인한 화이트칼라의 일자리 감소 및 미국 역시 학령인원의 감소로 작은 대학들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최근 2년 사이에 보스턴 및 인근에 있는 대학 열댓 곳이 코로나로 인한 여파 및 학생 리크루팅의 어려움 등의 재정문제로 운영을 중단했다. 우리 학교는 AI에 대한 토론을 2023년 1월부터 시작해 타 학교에 비해 AI에 대한 정책을 빠르게 정립하고 AI와 공존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학교는 조직원들이 깨어 있기만 하면 이런 변화에 빠르게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2년간의 급격한 AI변화를 경험하면서 느낀 것은 AI시대에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는 능력이 더욱 요구될 것이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능력은 'AI보다 뛰어난가, 그렇지 않은가'로 구분 지어져 AI로 대체될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이로 인해 대학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 같고, 연구 중심의 유명 대학들은 새로운 지식을 생성해 내는 데에 강점을 두고 지속가능하겠지만, 지식을 전달하고 교육중심의 작은 대학들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듯하다. 교육 중심대학들은 어쩌면 직업준비학교에 가까운 기능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런 변화의 물결에서 나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나의 인생의 점들, 나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일까?


나는 나에게 맞는 길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끊임없이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초반부터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며 N 잡러의 삶을 살며 기존에 하던 일과 새로운 도전을 병행하며 나는 무엇을 잘하고,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하는 과정이었다. 몇 년 전, 누군가는 나에게 "(30대 후반에) 너무 학생 같은 마인드로 살아가는 거 아냐?"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지만, 나는 고등학생 때 나의 눈을 띄우고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브랜딩'과 관련된 주제로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내 인생의 점들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The indispensable first step to getting the things you want out of life is this: decide what you want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첫 번째 단계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 Ben Stein 벤 스타인 -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점들이라도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움직였다면 시간이 지났을 때 어떠한 선으로 연결이 될 수 있다. 보스턴에서 내가 이런 기회를 얻게 된 것도 끊임없이 '호스피탈리티', '디자인', '브랜딩'과 연관된 점들을 찍어나갔기 때문이다. 이렇게 점들을 찍어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엔 다른 이들과는 차별화된 나만의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기기도 한다.

내 인생의 점들


나의 인생목표는 초등학교시설부터 꿈꿔왔던 누구나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대학생 때는 살아있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가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대학생이던 2000대에는 이를 위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 직업이 교수였다. 그런데 그 사이에 세상이 변해서 2006년 석사 면접 때 나에게 희망을 줬던 교수님의 말씀처럼 내가 의지와 실력만 있다면, 지식 전달이 물리적인 학교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책이나 각종 온라인 플랫폼(유튜브, 클래스 101, 헤이 조이스, 브런치, 블로그 등)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전달할 수 있다. 연구원이 되어 논문과 보고서로, 칼럼니스트가 되어 칼럼으로, 컨설턴트가 되어 작업물로, 크리에이터가 되어 콘텐츠로, 뉴스레터 발행인이 되어 뉴스 레터로... 얼마든지 다양한 길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보스턴에서 하고 있는 교수로서의 경험은 나의 인생목표를 향해 한 발짝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값진 경험이다. 내가 활용할 있는 자원을 모으고 다양한 시도를 하며 나의 다음 목적지를 향해 준비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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