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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 박사 Aug 10. 2021

브랜드, 그 의미에 대해서...

상표를 넘어 문화적 상징이 되는 브랜드

상표를 넘어 문화적 상징이 되는 브랜드

브랜드는 제품, 서비스, 기업, 도시, 국가, 사람에까지 다방면에 활용되는 개념이다. 브랜드의 사전적인 의미는 사업자가 자기 상품을 경쟁 업체의 것과 구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상표'다. 회계에서 브랜드는 기업의 대차 대조표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무형 자산으로 정의된다. 마케팅에서는 고객에게 기능적/정서적 기능 및 품질에 대한 약속을 제공하는 개념으로 경제적 자산 이상으로 간주된다.


제품 및 서비스뿐 아니라 국가, 지역, 도시, 그리고 개인에 이르기까지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개성을 담은, 멋진 의미를 지닌, 가치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데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나의 단어나 문장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브랜드의 시작은 무엇이고,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01 브랜드의 사전적인 의미와 배경

브랜드(Brand)

국어사전에서 브랜드는 상표로 정의한다. 상표란 사업자가 자기 상품에 대해 경쟁업체의 것과 구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호, 문자, 도형 따위의 일정한 표지를 의미한다.


브랜드라는 단어가 "뜨거운 인두로 새긴 표식"이라는 의미로 사전에 등록된 것은 1550년대이다. 영어사전에서 정의하는 브랜드는 명사이자 동사로 쓰이는 단어다. 

명사로서의 브랜드는 다음의 의미를 갖고 있다.

- 특정한 회사에서 생산한 특정한 이름의 제품

- 가축, 범죄자나 노예에게 낙인 도구(branding iron)로 소유권을 표시한 표식

동사로서의 브랜드는 '낙인 도구로 표시하다'. '~에 브랜드 이름을 부여하다'의 의미를 갖고 있다.

낙인 도구_출처: UNSPLASH

실제로 브랜드는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왜 사전적인 의미는 제품, 이름, 표식에만 한정되어 있을까? 그 이유는 그 어원에서 찾을 수 있다. 브랜드의 어원은 고대 스칸디나비아어인 'brandr(to burn_불로 지지다)'에서 유래됐다. 브랜드는 불로 달구어진 낙인 도구로 자신이 소유물에 표식을 하던 행위에서 생성된 단어다.


02 나의 소유나의 제품나의 소속을 표현한 마크로 활용된 브랜드

예로부터 사람들은 '나의 소유', '내가 만든 것'에 대한 표식을 남겨왔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는 그들의 성전과 무덤, 기념비 등에 상형문자인 히에로글리프(hieroglyph)의 형태로 서명을 남겼다. 가축의 둔부에 글자를 새긴 낙인 도구로 표식을 남기는 행위도 이와 같은 형태다.


또한, 로마 시대의 상인들은 제품의 특징을 잘 표현한 픽토그램형 표지판을 내걸기도 했다. 자신의 제품을 고객에게 인지시키고 촉진하기 위해서였다. 예를 들면, 신발장이는 부츠 모양의 표식을, 유제품 판매자는 소 형상의 마크를, 보석상은 다이아몬드 모양의 표식을 말이다. 


아래의 그림은 폼페이에서 발견된 로마 시대의 정육점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표식이다. 이러한 그림문자인 픽토그램(pictogram) 형식의 표식은 어떤 사람이 보더라도 같은 의미로 통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폼페이에서 발견된 로마식 표식으로 5개의 햄은 정육점을 상징 (Murphy, 1992)

소속감을 드러내는 표식으로는 엠블럼 형태의 문장(Coat of arms, emblem)이 있다. 문장은 어떤 조직 혹은 가문의 일원임을 드러내기 위해 건물, 갑옷, 방패, 칼 등에 활용됐다. 이 문장을 보면 어느 소속인지를 한눈에 식별한 수 있어 조직의 일원으로서의 소속감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했다. 

중세시대의 기사 방패_출처: pixabay @momentmal


03 브랜드가 제공하는 다양한 가치

이러한 표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역사와 스토리가 쌓이며 표식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특히 제조업 기반의 산업에서 서비스 산업으로 구심점이 이동하면서 사용자들은 기능적인 가치뿐 아니라 정서적인 가치와 약속된 경험 또한 중요한 가치로 부각하기 시작했다(de Chernatony, 2010). 


기능적 가치란, 브랜드의 제품과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장 본질적인 가치다. 이는 실용성과 관련된 가치다. 예를 들면, 자동차를 구입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요소인 자동차 브랜드의 기술력, 성능, 편안함 등이 이에 속한다. 


정서적 가치는 브랜드가 가진 개성을 정의하는 독특한 가치들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이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지위, 가치관, 의미 등을 제공한다. 자동차를 선택하는 기준을 이야기할 때 '하차감'이 중요하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돌기도 했었다. 여기서의 하차감은 차를 내릴 때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의식하는데서 발생한 개념으로 정서적인 가치에 해당한다. 사람들이 명품을 소비하는 이유도 정서적인 가치를 충족하기 위함이라 볼 수 있다. 


브랜드는 지속적인 품질을 보장하며 소비자에게 기능적 만족감을 제공할 것을 약속하는 무언의 계약이다. 가격에 큰 차이가 없다면, 잘 알려진 브랜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무명의 브랜드보다 잘 알려진 브랜드에 소비자가 신뢰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뢰감은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약속하는 무언의 계약과 연관되어 있다. 브랜드가 사용자에게 지속적으로 만족감을 제공하면 사용자는 해당 브랜드에 신뢰를 구축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조금 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사용자와 브랜드 사이에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되기도 한다. 


04 브랜드, 표식 이상의 문화적 상징이 되다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브랜드들도 있다. 이는 브랜드가 제공하는 정서적 가치와 연결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떠한 브랜드를 사용하고 구매하는지에 따라 나의 취향, 아이덴티티, 삶의 가치관을 드러나기도 한다. 또한, '의미 있는 가치 소비'를 내세워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브랜드들도 있다. 브랜드를 통해 사용자들은 소속감을 느끼기도 하고 다른 이들과 연결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 브랜드는 사람들의 매일의 일상 속에 깊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예전에는 잡지나 TV, 인터넷 사이트의 광고를 통해서만 한정적으로 노출되던 브랜드가 팔로우를 통해 소셜미디어의 친구로 등록되면 다양한 방식으로 실시간 노출된다. 설령 내가 해당 브랜드를 팔로우하지 않더라도 나의 친구에 의해 댓글로 소환되어 손쉽게 노출되기도 하고, 친구가 공유한 피드에서 소식을 접하기도 한다. 이는 전통 매체에서 브랜드가 전하는 메시지를 대중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던 시대에서, 각종 소셜 미디어를 통해 쌍방향의 소통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자신의 가치와 브랜드의 메시지가 부합한다고 판단하면 대중은 자발적인 홍보 대사의 역할까지 하게 됐다. 


커피를 판매하는 곳이 아닌 경험을 판매하는 것으로 포지셔닝에 성공한 스타벅스, 커피계의 애플이라는 별명으로 사랑받는 블루보틀, 가격은 높은 편이지만 신선한 먹거리를 새벽에 직배송으로 만나는 서비스로 '내 가족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컬리, 환경을 생각하는 의식 있는 기업이라는 인식으로 구매자 역시 의식 있는 사람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제공하는 파타고니아, 한 물 간 명품 브랜드에서 파격적인 리브랜딩을 통해 힙한 브랜드의 상징으로 탈바꿈한 구찌 등. 상징적인 브랜드는 트렌드를 리드하며 문화적인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런 브랜드는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세상의 변화를 선도한다.



05 브랜드에 담긴 다양한 의미

사전적인 의미로 브랜드는 단순한 제품이나 표식으로 정의되지만, 실제로 우리가 인식하는 브랜드는 그보다 훨씬 복잡한 개념이다. 어떤 브랜드(상표)를 떠올릴 때, 우리는 그 브랜드의 이름, 로고, 색상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그 브랜드를 만든 기업, 제공하는 가치와 혜택, 상징적인 의미까지도 함께 생각하기 마련이다. 결국, 브랜드는 브랜드명, 로고, 색상, 슬로건 및 브랜드 메시지, 비즈니스, 가치, 혜택 사운드, 포지셔닝, 경험, 문화적 상징 등의 개별 요소로 이해되기도 하고, 이중 일부 혹은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브랜드는 비즈니스, 제품, 서비스의 본질을 전달하는 이름, 로고, 슬로건 및 디자인 체계와 같은 설명적 언어 속성과 구체적인 이미지와 아이디어의 모음이다 (Aaker, 2012). 브랜드는 물리적, 미학적, 합리적, 그리고 정서적 요소의 총합으로 해당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보증의 역할로 사용자에게 부가가치를 제공한다 (Murphy, 1992). 브랜드는 비즈니스를 촉진하기 위해 운영하는 자산 (Borden, 1964)이자 다양한 사회적 활동이 켜켜이 쌓인 문화적 자산(Holt, 2002)이다. 브랜드의 의미에 대한 해석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조금씩 진화하기에 '조직적인 카멜레온(Organizational chameleon)'으로 일컫기도 한다 (King, 2017). 


브랜드를 만들어 상표권을 획득하는 것은 충족해야 할 조건만 맞는다면 단기간에도 취득 가능하다. 그러나 사람들의 선택을 받고, 오랜 기간 사랑받는,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끼치는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흥미로운 콘셉트나 보기 좋은 디자인으로 단순간 인기를 얻어 스타덤에 오르는 브랜드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브랜드가 롱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브랜드의 롱런을 위해서는 브랜드가 갖고 있는 다양한 의미를 이해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속적인 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자료:

Aaker, D.A. (2012), Building Strong Brands, The Free Press, New York, NY.

Borden, N. H. (1964), "The concept of the marketing mix", Journal of Advertising Research, Vol. 4, pp. 2-7.

de Chernatony, L. (2010), From Brand Vision to Brand Evaluation: The Strategic Process of Growing and Strengthening Brands, 3rd ed., Routledge, London.

Holt, D. (2002), "Why do brands cause trouble? A dialectical theory of consumer culture and branding",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Vol. 29, pp. 70-90.

King, C. (2017), “Brand management – standing out from the crowd: a review and research agenda for hospitality management”, International Journal of Contemporary Hospitality Management, Vol. 29 No. 1, pp. 115-140.

Murphy, J. M. (1992), Branding: A key marketing tool, Macmillan Academic And Professional Ltd,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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