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처음으로 본가에서 나와 홀로 자취 생활을 했다. 첫 원룸은 부모님과 함께 구하러 다녔었는데 그 당시에는 보증금 500에 월세 40만원 정도의 집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500만원이 매우 큰 돈은 아니었는데 그 돈도 크게 보였던 시기라 계약 할 때 무슨 문제라도 생길까 노심초사 긴장하며 계약을 했다.
그 뒤 월세를 아껴보겠다며 고시원을 전전하며 지냈다.
직장을 다니며 다시 목돈을 들여 원룸을 구할 일이 생겼다. 이번엔 매달 나가는 월세가 아까워 전세로 구하기로 했다. 처음엔 원룸이니까 5000만원 정도면 그래도 살만한 곳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겁이 많은 나는 혹여나 문제가 생길까 전세금을 지키기 위한 여러 정보를 찾아봤다. 융자가 뭔지 알아보고 건물에 대출 비율이 얼마나 잡히면 안 되는지 알아봤다.
그리고 적당한 집을 찾기 위해 부동산도 많이 들락날락 거렸다. 재밌는 건 부동산 마다 모두 하는 얘기가 “요즘엔 전세 집이 없어요~” 라고 이야기 하면서 세 개 정도의 매물은 꼭 있었다. 다른 부동산을 가도 집이 없다면서 보여줬고 그렇게 내가 본 집만 10곳은 훌쩍 넘었다.
집을 구한다는 건 어찌보면 하나씩 나의 희망사항들을 삭제 해가는 과정이다.
원룸을 구하면서 가격은 저렴하면서 분리형이었으면 좋겠고, 남향에, 화장실에는 창문, 개별 난방이 되고, 에어컨, 냉장고 등의 기본 옵션이 있고,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되며, 방범 장치도 잘 되어야 하고, 역에도 가까운 곳 등.
처음엔 모든 희망사항을 다 채워보려하지만 가격이 말도 안 되게 높거나 위치가 안 좋거나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다들 하나씩 단점들이 보이는 집들을 보다보다 결국 하나씩 포기하는 조건으로 집을 결정한다.
겨우겨우 집을 결정하고 드디어 계약할 때가 됐다. 대학생 때 보다 전세로 구한 집은 들어가는 돈이 컸다. 그만큼 긴장도 되고 부담도 됐다. 혹여나 사기라도 당할까봐 서류를 몇번이나 확인하고 집주인 신상 정보를 보고 부동산에도 잘 못 된 게 앖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특약들을 적어달라며 이야기 했는데 젊은 사람이 뭐이리 신중하냐며 부동산 사장님이 이야기 했다.
집주인이 가진 재산이 얼마며 집은 또 몇채를 가지고 있는데 전세금 잃을 생각은 안 해도 된다며 편하게 계약 해도 된다고 한다.
내가 이 말에 코웃음치게 된 건 나중에 계약 만료 할 때였다. 그렇게 집이 많고 재산도 많은 사람이 막상 나갈 때가 되면 말이 달라진다. 당장 다음에 들어올 사람이 없어서 돌려줄 전세금이 없으니 좀 기다려 달라라고 한다.
나중에야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왜 집 많다던 사람들이 그렇게들 돈이 없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지만 그 뒤로 나는 부동산에서 걱정말라는 이야기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내가 직접 알아봐서 안전한 게 아니면 아닌걸로 생각한다.
부동산에서 계약서 뒤에 붙여주는 보증 서류도 사실 그리 큰 의미가 없다는 것도 집을 여러번 알아보니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요즘 전세사기 사건들을 보면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를 해도 짜고 치는 사기는 어쩔 도리가 없어 보인다.
긴장하며 겨우겨우 했던 원룸 계약은 다행히 계약이 끝나 나오면서까지 큰 문제 없이 잘 지나갔다.
우리나라에서 집은 왜 이리 복잡한 문제를 불러오는 존재가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