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의 응급상황 속에서 맞닥뜨린 코로나 바이러스
김 OO 님, 코로나 19 상기도 검사 결과 음성입니다.
추후 발열,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거나 악화될 경우 1339 또는 지역 보건소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기적도 잠시였다. 신기루처럼.
1차 항암치료 후 몇 주간 기적이 일어난 듯 기력을 회복하는 것 같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고비가 찾아왔다. 점점 대소변을 가리기 힘들어져 화장실에서 소변통으로, 소변통에서 기저귀로 바뀌게 되기까지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2차 항암치료를 이틀 앞두고 있던 밤, 아버지의 온몸이 화상을 입은 듯 시뻘게지면서 뜨거워졌고 겨드랑이와 턱 아래에 종양은 눈에 띌 정도로 빨갛게 부어올라 딱딱해졌다. 집에 있는 체온계를 급히 꺼내 열을 재보니 38도에서 39도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고열의 응급 상황이었다.
화들짝 놀라 병원을 빨리 가봐야 될 것 같다고 보채는 우리에게 아버지는
"괜찮다고,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병원 안 가도 괜찮다고!지랄들 하고 있어.”라며 소리쳤다. 감정 기복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는 느꼈었지만 그 날은 마치 참아왔던 감정 벽이 와르르 한순간에 무너진 느낌이었다. 몸 상태가 본인도 느끼기에도 좋지 않다는 증거였겠지.
아이를 달래듯이 달래도 보고 소리치며 화도 내 보고 하루를 꼬박 설득한 끝에 누나와 매형의 도움을 받아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하지만 코로나가 활개 치는 시국에 응급환자라도 고열이 있으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음성이 나와야만 입원할 수 있단다. 그렇게 아버지는 갑작스레 1인 격리 병동에서 코로나 검사가 음성 판정이 날 때까지 외로운 싸움을 시작해야 했다. 그리고 그 날 새벽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내 마음을 무너뜨렸다.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야? 나 안 해! 안 한다고!"
뉴스에서만 봤던 1인 음압병실에 누워 차가운 의료장비 속에서 정신을 겨우 차린 아버지가 처음 든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공포심? 자신이 버려진 것 같다는 기분?
다행히 이틀이 채 안되어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제야 일반 병동으로 옮길 수 있게 되었고 보호자 면회도 간헐적으로 허락되었다.
"폐에 물이 많이 찼습니다. 염증 수치도 높은 상태고요."
이렇게 2차 항암을 시작하지도 못한 채
그의 몸은 기적을 주었던 독한 약물들을 강하게 거부하며 밀쳐내고 있었다.
항암치료 1차부터도 이렇게 힘들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