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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Kim Aug 11. 2020

7. 1%의 희망은 99%의 절망?

1%의 희망을 둔 항암치료의 시작


"아버지의 상태에서 항암치료가 오히려 독이 되진 않을까요?"

"1%의 희망과 가능성이 있을 때 항암치료를 시작해보는 게 좋습니다."



이제 우리에겐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항암치료를 하느냐 항암치료를 하지 않느냐, 단 두 가지의 간단한 선택이지만

연명을 하겠느냐 아니면 연명을 하지 않겠느냐, 의미는 하늘과 땅 차이인 결코 간단치 않은 무거운 선택.


이미 의사로부터 항암치료의 여부에 따라 연명 기간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상태였기 때문에 더욱 초조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경우 이미 전이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태였고 편마비로 인해 수족 사용이 불편하는 점, 갓 환갑을 넘은 나이에 비해 체력적으로 많이 쇠약해진 상태였다는 것이 문제였다.

 

밤새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누나도 걱정에 밤잠을 설쳤는지 나와 관련 글들을 공유하는 '카톡, 카톡' 알람 소리가 새벽 내내 이어졌다. 젊은 사람들조차도 항암치료를 받다 견디지 못해 뛰쳐나온다는 우스갯소리처럼 쓴 글,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다면 대체의학이나 명상 등을 통해 삶을 조절하지 않고 편안하게 여생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자조 섞인 자기 독백들, 꿋꿋하게 항암치료를 통해 건강한 삶으로 천천히 회복하고 있다는 희망적인 이야기들..


항암치료 즉 연명치료에 대한 주변 지인들이나 가족, 친지들의 의견 또한 분분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다 오히려 희망고문과도 같은 삶을 보내다 어머니를 떠나보내셨다는 고모부, 자식들의 욕심에 중환자실에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혼수상태로 누워계시는 아버지께 너무 죄송하다는 작은 어머니. 남편도 희망이 없다고 들은 상태에서 꾸준히 항암치료를 통해 완치 판정을 앞두고 있다는 어머니 친구 분의 이야기.  


물론 나의 경우, 나에게 이러한 선택지를 내민다면  말할  없이 어떠한 연명치료도 택하지 않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 다를  있겠지만 희망이 크지 않다면 연명 대신 나의 삶을 마무리할  있는 소중한 추억들로 채우는 것이 더욱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주변 이야기에 귀를 닫고 아버지의 의견에 최우선으로 따르기로 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본인의 삶은 본인이 정하는 것이 맞기 때문에. 환자 본인도 삶이 다할 때까지 본인의 상황에 대해 상세히 알 권리가 있기 때문에.


아버지는 어렵게 항암치료를 해보겠다고 말씀하셨고 우리는 받아들였다. 아버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판단력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지만 그 안에서도 삶의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굳게 믿기로 했다. 어쩌면 나는 1%의 희망보다 99%의 절망에 초점을 맞추고 걱정만 하고 있었던 건 아닌 걸까, 하는 부끄러운 마음도 있었다. 아버지의 선택으로 인해 어느 정도 자식 된 도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죄책감에서 해방되는 기분이 들기도 했음을 고백한다.


그렇게 우리는

99%의 절망이 1%의 희망으로 변하길 바라며 천천히 감정의 스위치를 돌려보았다.

희망의 반대말은 절망이 아니라 소망이라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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