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_일사일언 연재_손유주
남동생의 권유로 얼마 전부터 주 1회 명상 요가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명상이 레슨으로 가능하냐”는 의구심 섞인 질문에 동생은 “조금의 휴식은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짧은 대답을 메시지로 남겼다.
사실 명상 요가를 시작하기 전에 내게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일이 있었다. 몇 번 실패를 거듭하고 새로운 각오로 옮긴 난임(難妊) 병원에서도 출발이 순탄하지 못했던 것이다. “힘드시겠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의사 말에 나는 애써 담담한 척 병원을 나왔다. 하지만 결국 건물 밖 벤치에 앉아 큰 울음을 울어버리고 말았다. 아마도 어떤 막막함 때문이었으리라.
일요일 오후 1시, 어깨에 요가 매트를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아담한 산책로를 따라 명상 요가 스튜디오까지 걷기로 했다. 하필이면 숨만 쉬어도 땀이 나오는 한여름 한낮에 수업을 등록한 나 자신을 원망했다.
첫 수업의 명상 주제는 ‘나는 누구인가’였다. 인생을 통틀어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질문이었다. 나는 도저히 답변을 하나로 정리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머리를 간신히 지탱하며 스튜디오 앞에 펼쳐진 푸른 여름 산을 멍하게 응시했다.
결국 진아(眞我·진정한 나)를 깨우치는 명상에 실패한 채로 어렵고 힘든 요가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묘한 일이 일어났다. 몸으로 전달되는 통증이 내가 갇혀 있던 정신적 고통을 차츰 잊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온전하게 텅 비어 있어야 할 ‘진정한 나’의 마음속에 ‘두려움’이라는 한 방울을 떨어뜨려 슬픔으로 기울던 측은했던 순간들이 그림처럼 스쳐 갔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마음을 치유할 유일한 방법은 어쩌면 내 몸의 움직임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끈기라고는 없는 결심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돌아오는 일요일 오후 1시, 나는 다시 요가 매트를 어깨에 둘러멜 것이다. 땡볕을 뚫고 한번 더 그 숲길을 걸어가 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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