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나의 고유한 취향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그 취향은 고스란히 생각다방 곳곳에 소품으로 생활도구로 사용이 되었는데, 대부분이 재활용가게에서 사거나 누군가에게 얻거나 길에서 줍거나 내가 쓰던 물건들이었다. 오랫동안 생각다방 시그니쳐로 존재했던 자개 서랍장, 각양각색의 빈티지 유리컵들(예전 서울우유, 오렌지쥬스, 쥬단학 같은 회사에서 사은품으로 주던 잔들이었다.), 오봉이란 단어가 어울릴만한 스댕꽃쟁반은 여전히 내 최애템, 나무 문살, 레이스와 패브릭, 타자기, 국제시장에서 구입한 구제옷들. 옛날 물건과 디자인을 요즘 것과 섞어서 사용하기를 좋아했다. 촌스럽지만 요상한 감성은 생각다방과 찰떡같이 어울렸다.
버리기 전에 남길 것을 먼저 생각하라고 하신 커피한잔 스승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대연동 다방을 꾸밀 때, 하나하나 신중하게 결정했다. 컴퓨터 본체만한 돌이 입구에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간판으로 쓰고 하나는 높은 현관 문턱의 발 받침대로 썼다. 신발장 문짝 두 개는 낡은 테이블 위에 피스로 고정해서 큼지막한 테이블로 변신! 모든 방문을 떼어내고 공간을 넓게 쓰기로 했는데, 그렇게 떼어낸 문짝 하나는 페인트 칠을 해서 칠산동까지 가지고 다니며 출입구에 세워두고 시나 행사 일정을 적을 수 있는 입간판으로 썼다. 길에서 주운 세 발로 선 나무다리 위에 꽃쟁반을 붙여 이동식 티 테이블을 만들었고, 금방 쓰고 버릴 안내판은 박스를 잘라 뒷면에 마카로 꾸며 사용하고 재활용했다. 오래된 것이 이뻤고, 돈이 없으니 싸거나 버려진 걸 최대한 활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새 것은 흉내내지 못할 시간의 때가 묻은 물건들은 생각다방에서 빛이 났다.
오래 사용한 아끼는 손수건을 가방에 항상 넣어 다니는 감각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어떤가? 이상하다는 핀잔을 들어도 가끔은 그 고집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더라도 괜찮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 아름답다고 여린 내 취향을 존중해 주는 것부터 시작하자. 아이템이 많아질수록 점점 자신감이 붙어서 타인의 인정이라는게 삶에서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다. 지금은 물건을 많이 나눠주고 버리고 정리해서 예전보다 가짓수는 적어졌는데 최정예 ‘히요템’만을 남겨서 소중하게 쓰고 싶어졌다. 하지만, 취향을 갖는 다는 건 그만한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 저는 한 때 맥시멀리스트였습니다. 인간은 중도를 찾기 위해 극단을 선택하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