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꾸미고 요리를 하고 친구를 초대하는 것
가끔 아주 가끔 나에게 전공이 무엇이냐 묻는 사람들이 있다. 이쯤되면 지금 내가하고 있는 일들의 출처가 궁금해질 수도 있다. 나는 관광경영학을 전공하였는데, 선택의 기로에 섰던 고등학교 때 내가 앞으로 뭐가 될지 뭘 하고 싶은지 도통 알 수 없어서 가장 공부안 할 것 같고 재밌을 것 같은 학과를 선택했다. 근데 정말로 너무 공부를 안하기에 나는 일어일문을 굳이 복수전공하여 널널한 학점을 꽉 채웠다. 애석하게도 학교 생활에는 크게 흥미를 두지 못했으나 공연을 보러 다니고 영화를 보고 자취방을 꾸미고 일기를 쓰고 가끔 바느질도 하고 심리상담에 관심이 있어 나에 대한 탐구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기에 그 시절은 나름대로 즐거웠다.
새로운 문화를 접할수 있는 기회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뻔질나게 서울-경주 버스를 타고 다녔던 기억이 있는데 그러다 아예 서울캠퍼스에 학점교류 신청을 해서 1년간 충무로에 살며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반지하였던 학교 근처 자취방에서 낮도 밤도 없이 잠을 많이 잤고, 그저 서울에 있는 게 너무 좋았다. 원할 때 언제든 ‘스펀지하우스’를 비롯하여 작은 영화관을 순례하며 영화를 볼 수도 있었고, 야간에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영화의 이해, 미술의 이해 수업이 재밌었다. 그러는 동안 입시를 준비하며 밀쳐둔 예술적 욕구가 내안에서 꿈틀 자라났고, 어릴 적 국어·영어·수학보다 글짓기·미술·음악·체육을 더 좋아했던 나를 다시 만났다. 기뻤다!
2007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서 자원 활동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무려 인터뷰로 뽑힌 자원활동가!) 독립예술과 생활예술의 개념을 이때 가지게 된 것 같다. 우와 이것도 예술이 될 수 있는거야? 정말 다양한 장르, 개성 넘치는 장소들, 매력적인 사람들! 나는 그때 아마도 예술에 홀딱 반했다. 조심스레 필름 사진을 찍었고, 생각노트를 적었고, 요리를 했고, 바느질을 하고, 그림을 그렸다. 간단히 시작할 수 있는 모든 도구를 가지고 나를 표현해보기 시작했다. 그 중 매년 빠지지 않고 했던 일이 하나 있는데, 바로 연하장 쓰기. 종이를 사서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그림을 그리고 편지를 쓴다. 우표를 붙여 나의 한 해를 함께해 준 고마움을 전하는 일은 꼭 하려고 했다. 내가 하는 모든 행위는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조심스레 생각하며. 주고받은 쪽지와 편지로 나눈 마음은 조금 힘주어 가치를 부여하는 순간 생활은 예술이 되었다.
해가지고, 생각다방의 촛불에 불을 붙입니다.
작은 춧불하나, 그거면 되지요.
2011.10.28. (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