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개발 구역, 아지트
부산 2호선 못골역 4번 출구 나오시면 패밀리마트가 있어요. 패밀리마트 끼고 우회전하고 조금 걸으시면 남구청이 보입니다. 남구청과 보건소(보건소 간판은 잘 안 보이고 오륙도 웨딩홀 글자가 건물에 붙어 있어요) 사이에 정자 하나를 오른편에 둔 공원길이 있습니다. 쭉 따라 걷습니다. 마치 길이 더 없을 것처럼 보이는
지점이 있으나 의심하지 마시고 계속 건물을 빠져나올때까지 걸으세요. 그럼 오래된 동네가 나옵니다. 길의 끝에는 이사패밀리 라는 이사짐센터가 나오는데요 거기서 왼쪽으로 난 언덕길을 보시면 담쟁이로 덮인 집이 보이는 데 바~로 그곳입니다. 노란대문이구요 새주소는 태양2길 24번. 혹시 문이 닫혀 있다면 저에게 전화주세요. 낮 1시부터 대충 밤까지 있을 예정인데 공식 오픈시간은 없어요. 전화주시고 약속 정하시면 당연히 있을꺼구요. 너무 복잡한 설명같지만 믿고 그대로 오시면 찾기 쉬워요. 한번 오신 분에겐 더욱 쉽구요.
2011.7.21. (이내)
아직도 눈에 선한 그 동네 그 골목 그 집의 풍경. 꼭꼭 숨어 있는 곳이라도 자주 다니면서 익숙해지면 눈감고도 그 길이 그려진다. 대연동 생각다방을 가는 길이 그렇다. 입구에 세워둔 돌에 그렸던 커피 한 잔 500원, 회색 샷시 문에 검은 고양이 폴의 꼬리가 끼는 바람에 얼마나 놀랐던지, 문짝을 뜯어낸 입구의 신발장은 소품을 판매했던 럭키슈퍼가 되었고, 그 옆에 빨간 골드스타 냉장고, 온통 하얗게 칠하고선 갤러리로 썼던 화장실을 지나 작은 거실 문턱을 넘으면 큰 방 하나, 이곳에서 무수히 많은 날을 울고 웃고 마시고 떠들었다. 바로 옆 부엌에서는 휴대용 가스버너만으로 누구도 맛본적 없는 음식들을 함께 만들어 먹었다. 웅웅- 큰소리 내는 중고 냉장고에는 가득 가득 세계맥주를 채워놓고, 매일 새로운 맥주를 시음하듯 한계 없이 마셨다. 문짝을 눕혀 만든 테이블 주변으로 모여앉아 밤새도록 나눈 이야기가 기억나진 않지만, 그날의 분위기는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있다. 자극실이라 명명한 안쪽 방은 작업실이자 친구가 놀러오면 잠을 자고 가거나 가끔 벽에 전시도 하는 곳이었다. 누구나 한번은 꿈꾸어 본 다락방이 있었는데 벽을 노랗게 칠해두고 아끼는 물건을 잔뜩 가져다 놓았다. 바깥 테라스 공간도 마당을 대신해서, 멋진 외부공간이 되어주었다. 남구청 뒤 화단에 큰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는데 테라스에 앉아 있으면 거대한 남구청 대신 그 큰 나무들이 먼저 시선에 걸려서 좋았다. 덕분에 숨겨진 아지트 같았던 곳.
오래된 벽지를 뜯고 바닥부터 천장까지 꼼꼼하게 페인트를 바르면서 우리들의 손길로 가득 채우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으로 비워두었던 곳. 그 빈 자리에 다녀가고 채워 앉은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귄 대연동 생각다방. 얼마 전 그곳에 아파트가 거의 다 지어졌을 무렵 한번 찾아가 보았는데, 안전이란 바리케이트 안 쪽엔 흙무더기만 남아있었다. 그 앞에서 가만히 손을 모으고 지난 시간을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