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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작가 Jun 04. 2021

나에겐 아주 멋진 프러포즈 계획이 있었다


어느 평범한 날 밤,

조용하고 조도가 낮은 레스토랑에 가야지.

노랫소리는 조곤조곤하고

다른 사람들의 포크 소리와 와인잔이 부딪히는 소리들이

리듬처럼 들리는 곳에 가야지.

아무것도 아닌 대화들을 나누면서

둘만의 웃음을 터트리고 맛있는 식사를 나눠야지.

다 먹은 그릇을 정리해주면

남은 와인을 한 모금 홀랑 마시고, 당신에게 스윽-

아무렇지도 않게 비행기 티켓을 건네야지.

당신의 눈빛이 의아했다가,

그것을 집어 들고 궁금했다가,

꺼내어 보고 놀랐다가,

이내 기쁨이 입꼬리에서 양 볼로,

볼에서 눈가로,

얼굴 전체로 퍼지는 걸 찬찬히 봐 둬야지.

당신의 웃음이 내 얼굴에 번지면

같이 가줄래, 묻고

당신의 대답을 기다려야지

당신의 대답이 다르지 않을 거라는 것을 확신하지만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당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듯이

당신의 눈동자를 번갈아 보고, 또 번갈아 보고,

이윽고 당신의 대답이 들려오면

작은 환호성을 내질러야지.

그렇게 밤새 와인잔을 부딪히며 마음은 지구 반대편에 던져두고

둘만의 파티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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