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창고가 최고급 호텔로 변신하고, 초고층 건물과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한 곳.
강을 따라 늘어선 야외 펍들, 맥주를 마시고 밤을 즐기는 사람들.
이곳에 오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빈곤이라곤 찾아보려야 찾을 수가 없다.
강물에 비치는 불빛에 넋을 잃을 뿐.
여인의 다리는 이러한 풍경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
탱고를 추는 여인의 다리를 본 따 만든 ‘뿌엔떼 데 라 무헤르’.
세계 최고의 다리 중 하나로 꼽히는 건축물.
우리는 강변 야외 펍에서 피자와 맥주를 마시곤
여인의 다리에 올랐다.
그곳에서 바라본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따뜻한 밤바람도, 초고층 건물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들도, 강변을 거니는 사람들까지...
문득, 낮에 산 텔모 시장에서 만났던 찰리 채플린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인 것.
이 순간만큼은
가능한 한 멀리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아름다움에 취하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