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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만성 Sep 18. 2023

30년 신춘문예 소설당선 도전기

01- 습작품만 50편 : 신춘문예 최종심만 열두 번, 그리고 당선

   30년 신춘문예 소설당선 도전기!


   이렇게 제목을 정하고 보니 사실 만감이 교차한다. 이런 글을 써도 되나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러나 이미 쓰기로 마음먹었으니 심호흡을 한번 하고 만다. 쓰는 거다. 써야 결국 열매가 맺지 않던가. 수없이 경험한 그 사실을 더 이상 의심하지 말기로 하자. 쓴다면 누군가 읽을 것이고 글은 저만의 운명을 갖게 된다. 운명에 대해서는 내가 간여할 부분이 못된다. 나는 일단 쓰고, 나를 떠난 글은 자신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나는 증권사에 근무한다. 증권사의 정년은 과거로 치면 50살 전 후였다. 나는 이미 50대 중반에 이르렀고 지금 명퇴를 한다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시점이다. 증권투자업이 우리나라에서 규모와 역할을 키우지 못하고 점점 쇠퇴하는 것을 볼 때마다 불편한 심정이다. 고객도, 정부도 심지어는 증권맨 중의 일부도 증권투자업에 대한 확신이 없는 요즘이다. 하지만 나는 자본주의를 채택한 우리 경제가 우상향 하리라는 투자시장에 대해 믿음이 있다. 그 믿음이 없었다면 진즉 증권사 PB라는 직업을 버리고 다른 길을 걸었을 것이다. 증권사에서 나는 세 자녀를 키우는 경제행위를 했고, 이 둥지에서 30년간 짬짬이 시간을 내면서 소설을 썼고 결국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소설가가 됐다. 


  2022년 전라매일로부터 당선통지를 받고, 나는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 믿었다. 어쩌면 그동안 나의 터전이었던 증권사를 떠나 본격적인 소설가의 길을 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참 순진한 생각이었다. 2022년 신춘문예 당선소설집에 작품이 실린 것 말고는 원고 청탁이 없었다.  작품은 준비되어 있었다. 30년을 썼는데......  한번 더 나를 시험한다는 의미로 또 신춘문예에 응모했고 2023년 전남매일에서 당선통지가 왔다. 나는 이번에는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설가의 길이 독자일 때보다 더 고난의 길이 될 거라는 예감을 했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소설가를 꿈꿨던 30년의 시간 동안  내면과의 대화가 나를 움직이는 힘이었다. 이젠 독자들과의 대화로 옮겨가야 함을 깨달았다. 나를 좌절시켰고, 울렸던 소설 속의 인물, 사건, 배경 그리고 기어코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던 주인공과 문장들! 그건 나 혼자만 묻어버리기엔 아까운 역사다. 이런 것이 자만이거나 오만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결국 단 한 사람일지라도 이 글을 읽고 공감하는 독자를 만난다면 그 한 명의 출발이 결코 한 명에서 머물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가져본다.


  습작품만 50여 편, 최종심 문턱을 넘지 못해 스스로 울었던 작품과 기어코 새로운 사건과 배경을 얻어 의미 있는 문장으로 거듭나 독자에게로 날아간 당선작품에 이르기까지... 그 이야기를 하지 않고는 나는 더 나아가지 못할 것 같다. 


  올 겨울에 나의 이름을 달고 첫 소설집이 발간될 예정이다. 소설집엔 소설만 실린다. 소설을 쓰면서 수없이 걸었던 길과 산과 강가, 바닷가의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로 했다. 소설가로서 어느 정도 이름을 얻은 후에 에세이로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라고 충고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도 나는 30년간 뚜벅뚜벅 길을 걸으며 습작을 했던 그 마음으로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이들에겐 용기를,  이제 갓 세수한 얼굴의 문청에겐 영감을... 증권사의 PB로서는 은퇴할 시점에 이르렀다. 허나 소설가로서는 신인작가다. 이 낯선 상황이 내겐 오히려 신선하다. 가슴이 뛴다.


  19살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졸업식장에서 꽃다발을 팔려고 고속버스를 타고 목포로 내려가는 고등학생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해 보자. 그 해는 1988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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