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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만성 Sep 04. 2023

30년 신춘문예 소설 도전기

03-나는 왜 글을 쓰는가?

브런치에서 글을 발행할 수 있게 되고, [30년 신춘문예 소설 도전기]라는 제목을 정할 때만 해도 나는 금방 10 꼭지 이상의 글을 쓸 것만 같았다. 그런데, 아직 정리되지 못한 무엇이 있었던 것일까? 두 꼭지의 글을 써놓고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여러 번 노트북 앞에 앉았으나 쉽게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나는 여전히 습작하던 소설지망생의 마음으로 떨고 있었던 것 같다.


등단하면, 누구 눈치 보지 않고 맘껏 쓰고픈 이야기를 쓰겠다고 결심했다. 그 결심은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여전히 무엇인가를 꾸며내고 있었다. 내가 발행한 글이 독자들에게 읽힐 때 좋은 평가를 받을까?  문장이 거칠지는 않은가? 공감할 만한 글을 쓰고 있는가? 그 질문에 갇혀 쉽게 어떤 글을 쓰기가 어려웠다. 알게 모르게 나는 신춘문예라는 관문을 통과해야만 글을 쓸 수 있다는 위축된 감정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지 말자. 솔직하게 쓰자. 손 가는 대로 이젠 쓰자.

스스로에게 말해주었다. 조금 더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이번 꼭지의 소제목이 생각났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이 질문은 소설을 쓰고자 했을 때부터 항상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습작기에  문우들과 얘기를 나눌 때 서로 자주 묻고 답했던 주제이기도 하다. 치유라고 말하는 이가 있었고,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글쓰기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전공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말도 들었고, 글을 쓸 때 행복하다는 답변도 많이 들었다. 나는 뭐라고 말했을까? 스스로에게 무엇이라고 답했을까?


잠깐 서머셋 모옴의 달과 6펜스의 한 장면을 빌려오겠다. 


 "난 그려야 해요." 그는 되뇌었다.

"잘해야 삼류 이상은 되지 못한다고 해봐요. 그걸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할 가치가 있겠습니까? 다른 분야에서는 별로 뛰어나지 않아도 문제 되지 않아요. 그저 보통만  되면 안락하게 살 수 있지요. 하지만 화가는 다릅니다."

"이런 맹추 같으니라고."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 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 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증권중개인으로 마흔 해를 살던 찰스 스트릭랜드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림을 그리겠다고 선언하는 장면이다.  물에 빠져 죽지 않기 위해 그는 그림을 그리겠다는 결정을 하고 직장과 가족까지 버리고 화가의 길을 간다. 그 결단에는 이미 어떤 전제조건이 없다. 오직 살기 위해, 그는 그려야 하는 일에 자신을 내 던진다.  화가 고갱의 삶을 소설화했다는 달과 6펜스를 읽으면서 나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는 일이 사는 일이었다. 


나도 글을 쓴다는 행위자체가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었다. 백지를 놓고 펜을 들었을 때, 워드프로그램의 첫 페이지서 커서가 깜박거릴 때 나는 강렬한 생의 의지를 느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때론 가슴에서 스토리와 이미지가 아우성을 쳤다. 그것을 토해 낼 때 나의 심박동은 빨라졌고, 다른 모든 것을 잊고 몰입할 수 있었다. 


위대한 고갱의 일대기를 그린 달과 6펜스 속의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에 비한다는 것이 과할 수 있지만 내게도 그런 숨 쉬는 조건으로서 글쓰기는 작동했다. 그래서 무엇을 하더라도,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어떤 사건과 사람을 만나더라도 나는 세심하게 보았고, 문장을 더듬었다. 모든 것을 글로 써야만 할 것 같았다. 그 강도가 시간 속에서 강약을 달리했지만 한 번도 나를 떠나지는 않았다. 이런 걸 우린 운명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것 같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내 몸과 마음이 글을 쓰라고 늘 충동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답변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나의 당선작은 2022년 전라매일의 [골드]와 2023년 전남매일의 [보스를 아십니까]이다. 이 두 소설은 나는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한 질문에 부합하는 글일까. 나는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  15년을 타고 젊음을 함께 보냈던 차 [골드]는 자기의 이야기를 써달라고 나를 보챘다.  매일 신고 출근하던 구두는 자기의 이야기도 괜찮지 않으냐고 나에게 신호를 보냈다. 지금껏 살아오는 순간순간 마다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과 사물과 사건이 있었다. 그걸 쓰는 게 내가 사는 일이었다. 


서두가 길었다. 이제부터는 신춘문예라는 목표를 향해 아니, 쓰고 있는 한 작가다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달려왔던 작품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이 브런치 스토리의 연재가 끝나고 나면 여기서 이야기하는 작품 중 6-7편은 나의 첫 소설집이 되어 발간될 예정이다. 


 첫 번째 작품은 [소떼의 반란]이다. 제목에서 아마추어 냄새가 풀풀 난다. 반란이거나 소떼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나는 1992년 전남대학교 신문 오월문학상에 이 아마추어 냄새가 풀풀 나는 [소떼의 반란]을 응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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