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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작가 Jan 21. 2020

꼭 다시 돌아올게

회사 안 가고 동유럽 가기-end

 작년에 가장 잘한 일이 뭐였어?라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유럽 갔다 온 거.'라고 말할 자신이 있다. 비록 유럽 여기저기를 누볐던 여행은 아니었지만, 내가 사는 곳 반대편의 어딘가로 처음 혼자 멀리 떠나온 것 치고는 정말 행복했으니까. 조금 더 어렸을 때는 유럽 가는 친구들을 보고 단순히 부럽다고만 생각했지, 언제 가야겠다고 구체화한 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조금 덜 간절했다. 정말 원했다면 진작에 어떻게든 가려고 했을 것이다. 그저 친구들 만나서 한량스럽게 노는 게 좋았다. 그런 삶에 특별히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나이를 먹고, 서서히 삶의 방향을 바꿔보고자 하면서 내 속에 어떤 것이 움튼 것 같다. 졸업하고 바뀐 것이라고는 돈을 조금 더 벌 수 있게 된 것뿐이었는데,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내 삶이 이렇게 굴러가도 괜찮은가에 대한 고민이 주기적으로 찾아왔다. 자격증 공부도 해 보고 글쓰기 모임도 나가봤지만 어딘가 해소되지 않는 응어리 같은 것이 있었다. 물론 그 응어리는 아직도 미해결 과제이다. 그렇지만, 동유럽 여행은 이 모든 것을 잠시나마 완벽하게 해소해줬다. 한국 안에만 갇혀 있던 나의 세계가 단 1평이라도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 세계를 계속 넓히고 싶다. 그 짧았던 기억이, 내가 어떤 선택을  때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주리라고 감히 단언해 본다.  





안 올렸던 사진을 풀어본다.
이 여유로움이 좋다. 사실 그때는 저 속에 섞일 용기가 나지 않아서 지나쳤던 곳.



처음에는 우리나라와는 판이하게 다른 풍경이 좋았다.

이들이 가진 여유로운 분위기와,

옆자리인 것만으로도 쉽게 건네는 인사가 좋았다.

여행객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배려해주는 것이 고마웠다.

말이 유창하지 못해도 이들 삶에 녹아들고 있는 기분에 설렜다.

이곳에서 만난 한국인들과의 대화가 좋았다.

내가 있는 곳에는 해가 뜨고,

내가 살던 곳에는 해가 지고 있는 시차조차도 좋았다.

날 둘러싸고 있던 그을음에서 완벽히 벗어난 기분이 좋았다.

아무 생각하지 않는 시간이 많다는 사실이 좋았다.

이게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는 것이 좋았다.

때론 지독하게 무료한 날도 있었지만

밤거리를 걸으면 이내 설렜다.

완벽하게 혼자가 되었을 때 스스로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알아가는 것이 좋았다.

반드시 다시 갈 것이지만, 그것이 언제가 될지 몰라도

그저 생각을 품게 되는 것도 좋았다.

물론 가을날의 꿈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내 소중한 기억을 브런치에 남겨놓게 된 것만으로도,

삶에서 반드시 기록되었으면 좋겠을 페이지를 남겨놓게 된 것만으로도

분명히 2019년의 동유럽 여행은 충분히 가치 있었고,

충만하게 행복했다.

언젠가, 길 위에서 서성이며 사진을 찍고 있을

나를 상상해보며 이 기록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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